4학년 2학기 공채 시즌이 되었을 때 같은 시기 취업 준비를 하던 선후배, 친구들을 보면 그제야 내가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고, 어떤 회사에 지원할 수 있는지, 또 준비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찾아보는 이들이 상당히 많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졸업유예를 하거나 계획에 없던 대학원으로 진학하게 될 가능성이 99%이다. 갓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들은 캠퍼스의 낭만도 만끽하고 아르바이트하며 모은 돈으로 해외여행도 가며 여유 부리고 싶겠지만 4년 뒤 닥칠 현실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공부만 하고 어떻게 하면 취업할 수 있을까 고민만 대학 4년 내내 하라는 말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고민하고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다.
AI 시대가 왔다느니, 기계가 사람 일자리를 뺏어간다는 말로 경쟁이 치열하다는 사실을 부각할 필요조차 없다. 4학년 2학기가 시작하는 9월이 되면 바로 1~2주 뒤부터 주요 대기업 공채 원서 접수가 시작된다. 개강과 동시에 취업을 준비하려고 하면, 취업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취업 일정에 떠밀려 나가 버린다.
특히, 기본적인 학점, 영어 점수, 자격증 조차 준비가 덜 되었으면 참담하다. 소위 대기업 기준이라 불리던 졸업 평점 상경계 4.0, 이공계 3.5를 맞추기 위해서 20학점 풀로 듣는 학구열에 넘치게 되고, 3개월만 바짝 토익 공부하면 850점은 넘겠지 라는 꿈을 꾸기 시작하며, 자격증은 가점이 있는 건 아닐 수도 있으니 다음에 따야지 라며 자기 위안에 빠지게 된다. 이런 현실에 놓이게 되면 자기소개서 한 장 쓰기도 버거워 10월이면 이미 졸업 유예를 준비하며 2학기 공채 지원을 위한 준비가 아닌, 말 그대로 취업을 준비하는 시기를 보내게 된다.
취업 준비는 장기전이다. 4학년 2학기가 되어서 해야 할 일은 취업 준비가 아니라 4년간 준비한 것들을 정리하여 실제 채용 과정에 하나씩 적용해 나가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앞서 얘기했던 것과 같이 가장 베스트는 4학년 1학기 인턴 채용 때 대부분의 준비를 마치는 것이고, 늦어도 4학년 1학기가 끝난 방학 때까지는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한다. 합격에 답이 없듯이 준비에도 끝이 있을 수 있겠냐 만은 최소한 자신이 생각했을 때 결격 사유가 될만한 것들은 미리 준비가 되어야 한다. 당연한 소리 같지만 그러지 않은 취준생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은 채용을 진행하면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4학년 2학기가 되어 부랴부랴 어느 기업에 갈지, 어느 부서에 지원할지, 원하는 회사의 인재상은 어떠한지를 찾아보게 된다면 가장 크게 두드러지는 부분이 이력서이다. 이는 곧 면접에서도 민낯이 드러나게 된다. 취준생들이 취업 준비에 있어서 가장 잘 못 하는 것 중 하나가 이력서와 면접을 따로 준비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리 준비가 안된 취준생들의 경우, 지레 포기하고 미리 졸업 유예를 준비하는 이들도 있으나 더러는 행운을 바라는 마음에 일단 써보기나 하자는 심리를 가진 이들도 있다. 행운에 이력서 합격 유무의 명운을 맡기려다 보니 이력서는 이른바 자소설이 된다. 상상의 나래 속에서 펼쳐진 모습에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며 겨우 겨우 자기소개서 질문을 하나씩 채워 나간다. 그나마 질문 항목이 짧은 회사의 경우 안도의 한숨을 쉴 수도 있겠지만, 질문 항목 4~5개, 질문 당 5,000자를 적어야 할 경우가 되면 답변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 스스로도 너무 낯선 자신의 인생을 담아 내게 된다.
하늘의 도움으로 운 좋게 이력서는 통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특히, 채용 방식에 따라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보다는 인적성 검사 결과로 1차 합격 유무를 정하는 회사의 경우 학창 시절 문제 풀이에 소질 있는(?) 학생들이 통과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무리 멋진 상상 속에서 성심 성의껏 작성한 자기소개서 일지라도 면접에 가면 지원자 날 것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면접도 이력서와 마찬가지로 면접 스터디며, 발성 연습이며, 급히 준비를 할 수 도 있겠다. 하지만, 한창 현업에서 근무하는 대리~과장급을 상대로 어설프게 직무 관심도를 표현할라치면, 아주 가벼운 카운터 질문 하나에도 땀을 흘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가령, 왜 이 직무에 지원하셨죠? 왜 저희 회사에 지원하셨죠? 와 같은 기본적인 질문에도 애써 연습한 멘트들이 쉽사리 입 밖으로 나오지 않게 된다. 괜히 어설프게 대답했다가 면접관들의 후속 질문에 멘털이 나갈 본인의 모습이 입을 떼기도 전에 상상되기 때문이다.
현직 대리~과장 급이 들어오는 실무진 면접을 다행스럽게도 통과하고 나면 15년~20년 동안 회사에서 수백, 수천 명을 상대한 임원진과의 면접이 이어진다. 급히 준비한 단기간 면접 연습만으로는 절대 이런 분들의 눈을 속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눈속임이 가능하다면 지금이라도 취업보다는 연기 쪽으로 진로를 바꿔보는 것이 어떨까? 물론, 아무리 오랜 회사 생활을 하신 분이라도 사람 속을 속속들이 어떻게 아시겠냐 만은, 신기하게도 아주 높은 확률로 안될 떡잎은 경험 상 잘 걸러 내시는 분들이 임원이더라.
때문에 이력서를 작성할 때에는 항시 면접 상황을 염두 해 두고 작성해야 한다. 이력서가 쓰기 시험이 라면 면접은 동일 시험 문제를 구술로 풀이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라 생각한다. 면접에서 새롭고 독창적인 문제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력서를 토대로 다시금 지원자의 생각을 묻는 시간이자 진실되게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는지를 검토해 보는 시간이다. 따라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에는 내용을 상상으로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읽는 면접관의 반응을 상상하며 작성해야 한다. 본인의 답변을 통해서 면접관이 어떤 질문을 할지 사전에 염두 해 둔다면 면접은 면접관이 본인을 공격하는 시간이 아니라, 본인이 의도한 대로 면접관의 질문을 받고 준비한 답변을 풀어 나가는 아주 편한 대화의 장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또한, 4학년 2학기가 되어 급한 마음으로 상상 속에서 이력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관심 있는 회사에 대한 정보를 찾고, 이미 회사의 일원이 되었다는 생각으로 취업 준비를 해 보길 바란다. 이미 그 회사의 신입 사원이라는 생각을 갖는다면 지금 내가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바로 이렇게 고민하고 생각한 시간들이 결국 자기소개서에서 묻는 왜 이 회사에 지원을 하였고, 왜 이 직무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이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게 되었는지 답 할 수 있는 큰 힘이 되리라 확신한다.
취업 준비는 지금 당장 시작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