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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Jul 21. 2021

통번역사의 부캐

플라잉 요가 지도자 입문기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요가원에 가지 않았다. 움직임이 줄어드니 당연히 살이 쪘다. 번역하느라 하루에 거의 10시간가량을 앉아 있다 보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다가 5월쯤 갑자기 위기감이 들어 뭐든 다시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으니 전에 즐겨하던 하타 요가는 갑자기 하기에 무리가 될 것 같아 플라잉 요가부터 하자는 생각이었다.


이왕 하는 김에 해먹 탄 햇수도 꽤 되니 지도자 과정을 들어 보고 싶어 졌다. 딱히 요가 강사를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일반 과정보다 사람 수도 적을 것 같고 하드 트레이닝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서 마음먹은 김에 당장 등록.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5주 과정이 끝나고 무사히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동기 선생님들은 플라잉 요가뿐 아니라 각종 요가 자격증을 가진 분들이라 이미 수업을 많이 하는 분들. 플라잉도 어쨌든 전통 요가를 기반으로 해야 하므로 이 자격증 하나 가지고는 수업할 기회를 찾기란 사실 어렵다. 하지만 동기 선생님들보다 해먹을 탄 햇수 자체는 오래되었기에, 다들 얼른 다른 자격증도 따서 수업에 나서 보라고 했다. 그런 얘기를 들으니 나도 조금 욕심은 났지만 당장 돈도 많이 들고 하고 있는 일도 있으니 기분 좋은 칭찬으로 듣고 염두에 두는 정도였다.


운동을 계속 이어 가는 것에 만족하며 평소처럼 통역과 번역을 이어가던 어느 날, 같은 동네 사는 동기 선생님이 전화를 걸어왔다. 카톡은 가끔 해도 전화는 생각지 못한 연락이라 놀랐다. 전화를 받으니 오늘 저녁 9시에 시간이 되냐는 것. 무슨 일이냐고 하니 본인이 새로 나가게 된 요가원 플라잉 수업이 있는데 날짜를 착각해 오늘부터인지 몰랐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루만 대신 수업을 해줄 수 있냐고 했다.


갑작스러운 요청이었지만, 기대하지 않은 좋은 기회가 찾아온 것 같아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이런 게 ‘초심자의 행운’ 같은 것 아닐까. 전화를 끊고 해당 요가원 원장님과 통화를 했는데 내가 알던 것과 달리 초급반이 아닌 숙련자반이라는 것. 그때부터 조금 긴장이 됐다. 해먹은 오래 탔어도 다른 사람에게 요가를 가르치는 것은 처음이었다. 요가원으로 가는 내내 머릿속으로 시퀀스들을 되뇌었다. 수업 전에 수련실 해먹 길이가 어떤지(요가원마다 층고가 다름) 한 번 점검하고 수업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어 근처 스타벅스로 가서 또다시 시퀀스 생각.


혼자 하면 쉬운 것도 남에게 알려주려면 설명이 잘 안 된다. 나의 플라잉 선생님은 내가 눈을 감고 선생님의 설명만 듣고도 동작을 예상하고 따라 할 수 있는데, 막상 직접 해 보니 그렇게 설명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리고 대망의 첫 수업. 다행이라면 다행인 건 오히려 잘하는 분들이라 내가 말로 길게 설명할 것이 별로 없었다. 내 동작을 보고 곧잘 따라 하는 분들이었고 플라잉에서 자주 쓰는 용어(백플립, 몽키, 힙키, 토르소 리프트 등등)만 듣고도 부가 설명 없이 잘하셨다. 대신 그렇다 보니 진도가 빨라 내가 아는 시퀀스를 대방출해야 했다.

무사히 한 시간 수업을 마치고 동기 선생님과 후기를 이야기하고 나니 그제야 긴장도 풀리고 보람이 느껴졌다. 다음 기회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이것도 통역과 마찬가지다. 준비가 되어 있어야 갑자기 찾아온 기회를 멍하니 보내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요즘도 열심히 수련 중.


얼떨결에 생긴 부캐 아닌 부캐지만 하면서 느낀 점은 통번역이라는   단단한 메인 잡의 기반이 있으니 부캐 생각도    있었다는 , 그리고  본캐든 지금 하는 일에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번역 하면서 요가 수업은 언제쯤 하지라던가, 요가 수업하면서 통번역은 언제 하지하는 애매한 태도는    같다.

내게 주어진 장소와 상황에 언제나 감사하고 최선을 다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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