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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명 Dec 09. 2024

체하지 말고


겨울입니다. 내 마음 한구석 남루해지고 어딘가 비어 바람이 통과해 시려도 괜찮다 여깁니다. 그러라고 바람도 매섭고 나무도 헐벗으니까요. 나 혼자만이 아닙니다. 계절과 나, 우린 어찌 이리도 닮아있습니까. 그게 내가 늘 계절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이유가 되겠지요.


가지고 있는 건 내 몸 하나인데 그것마저 움추러들고, 종종걸음으로 쫓기듯 걸어갑니다. 자꾸만 작아지는 나와 어지러운 세상을 마주합니다. 추위를 타는 사람은 더 쪼그라든 체구로 살고, 덜 타는 사람은 어깨 핀 자세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지내겠습니다. 태어난 성질대로 사니까요. 누군가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을 자유라 말합니다. 그렇다면 하지 않는 것 또한 자유가 되겠지요. 의견 하나 내는 것에도 반대하며 내 손으로 너의 입을 막습니다. 말하는 것도 자유, 막는 것도 자유겠지만요.


어제는 하늘에 구멍이 나 있었습니다. 그 구멍 사이로 빛이 내려왔습니다. 어지러운 세상이라지만, 하늘 너머엔 찬란하고도 영원한 자유가 있다는 신호 같았습니다. 움추러들어 바닥을 보고 걷는다 해도 여전히 하늘은 무너지지 않고 광활합니다. 당신을 닮아있으니까요.


일주일째 체한 듯해서 무얼 먹어도 많이 불편했습니다. 오늘은 저녁에 세수를 하다 이런 생각이 불현듯 지나갔습니다. ‘혹시 마음에도 체기가 있는 건 아닌가 ‘. 그렇다면 조금 천천히 살아야겠다, 조급해하지 말자 다짐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라지만, 내년의 첫 달도 겨울이니 다른 듯 다르지 않을 겁니다. 우리 천천히 건너갑시다. 체하지 말고.


골목에 들어서면 얼굴을 감싸게 하는 찬 바람이 일지만 어째서 상쾌합니다. 몸은 추워도 마음은 조금 따뜻한가 봅니다.


그래서, 찬란한 겨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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