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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명 Dec 13. 2024

먼저 앞에서 기다리기


가끔 그런 말을 들어왔다. 차가운 사람인 줄 알았다고.


낯가림이 있는 나는 내가 생각해도 모르는 사람들 앞에선 차갑고 이성적으로 보이지만 남들보다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래서 나를 모르는 사람은 차갑게 보고 나를 아는 사람은 다정하게 느낀다. 정말 친한 사람들만이 나를 안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사람들의 따뜻함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멀리 있고, 차가움은 더 가까이 있다고. 내가 주는 사랑만큼 나에게 주지 않는 사랑에 서운함까지는 아니지만 갸우뚱했다. 받으려고 주는 사랑은 아니었지만, 자주 돌아오지 않는 사랑에 내가 최선을 다할 이유가 있을까.


오늘에서야 내가 정작 따뜻하지만 차가운 사람으로 보였듯, 나와 사이를 두고 있는 저 사람들도 조금 더 가까이 가면 따뜻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디.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모두에겐 아니어도 나와 사이를 두고 진심을 꺼내 대화하는 사람에겐 사랑을 주어야지.


거리를 좁히는 게 어렵지, 내 사랑을 주는 건 어렵지 않다. 가득 찬 사랑으로 먼저 앞서 가 기다리고 있는 나라면, 멀찍이 서 있어도 천천히 걸어오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건 조금 더 오래 사랑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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