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명 Dec 20. 2024

모른 척하며 놔둔다


“이룬 게 없는데도 이룬 게 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연말이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그래도 했다며 뿌듯해하기도 한다


지나간 시절은 미화되어 가끔씩 추억에 자리 잡는다

자리를 잘못 잡은 것 같지만

나 조차도 모른 척하며 놔둔다


매일 요란한 팡파레가 울리고

화려한 폭죽이 터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때

시작이 아닌 저무는 일에도 설렐 수 있는 때


이제, 끝이 나면 새로운 시작은 조금 더 무게가 있겠지


한 시절을 서랍에 담고 서서히 닫는다

어긋나게 닫혀도 모른 척하며 놔둔다

쏟아져 내일을 덮치지 않을 거란 걸 알기에


내일의 나는 더 많은 걸 알고 조금 더 무게가 있겠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