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룬 게 없는데도 이룬 게 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연말이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그래도 했다며 뿌듯해하기도 한다
지나간 시절은 미화되어 가끔씩 추억에 자리 잡는다
자리를 잘못 잡은 것 같지만
나 조차도 모른 척하며 놔둔다
매일 요란한 팡파레가 울리고
화려한 폭죽이 터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때
시작이 아닌 저무는 일에도 설렐 수 있는 때
이제, 끝이 나면 새로운 시작은 조금 더 무게가 있겠지
한 시절을 서랍에 담고 서서히 닫는다
어긋나게 닫혀도 모른 척하며 놔둔다
쏟아져 내일을 덮치지 않을 거란 걸 알기에
내일의 나는 더 많은 걸 알고 조금 더 무게가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