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너에게 해악을 끼치거든 앙갚음하려 들지 말고 강가에 고요히 앉아 강물을 바라보아라. 그럼 머지않아 그의 시체가 떠내려 올 것이다.’라는 경구가 있다. 노자가 한 말이라고 하지만 공자가 한 말이고, 서구권에서 오역되며 원래 의미와 다른 경구라 한다. 뭐 사실 자세히 알지도 않고, 이 말을 하려 하는 게 아니니까.
나는 좋아하는 노래나, 인상 깊었던 공간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댓글을 다는 취미가 있다. 뭐든 기분이 시키면 써야 직성이 풀리나 보다. 그게 무슨 내용이든.
어느 때와 같이 감명 깊었던 노래에 댓글을 남겼었는데 생각보다 공감수가 많아서 대부분의 사람이 비슷한 맘이구나, 다들 지나간 추억을 아름답게 생각하는구나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댓글 하나가 달렸었다. 여운이 깊게 남는 글이라며. 그 댓글을 보고 나 또한 마음에 이 글이 남았었다. 그리고 며칠 후 또 다른 댓글이 하나 달렸다.
‘감성 잡지 마라 -대한민국 20대 청년’.
오점 하나 없던 공감에 비공감 버튼이 하나 눌리고 댓글을 지우고 싶어도 내가 지울 수 없고, 신고하는 기능 밖에 없었다. 기분이 나빠서 신고하려 누르니 뭐랄까 기준이 애매해서 신고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신고한 사람이 나인 게 특정 지어졌던 것 같기도 하다. 아님 말고. 안내글에는 신고하지 말고 둘이 소통을 잘해서 해결하라는 안내가 있었다. 그럼 뭐야, 결국 둘이 싸우라는 이야기로 밖에 안 보였다. 표현의 자유가 있는 세상이라 선 넘는 것도 용인해 주겠다는 무책임인 건가. 아이디를 보니 나 말고도 이 곡 군데군데에 악플을 달아놨더라. 대댓글로 나무라는 유저들도 있었다. 그냥 방구석 키보드 워리어의 한심한 짓거리였다.
그래도 이삼일 간 짜증이 났다. 댓글 하나에 기분이 이렇게 나쁜데 알려진 사람들이 받는 악플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하겠구나라는 간접 경험도 하면서. 짜증이 나서 블로그에 캡처해서 박제하려다가 좋은 기억만 남겨두는 내 공간을 지저분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잊기로 했다. 상대가 쓰레기를 던져도 내가 줍지 않으면 내 손이 더러워지지 않을 테니까.
오늘 오랜만에 멜론에 알림이 떠서 봤더니 그중에 이 노래에 새로운 좋아요가 눌렸길래 들어가 봤다. 그랬더니 비공감도 사라지고, 기분 나빴던 댓글도 삭제되어 있었다. 그리곤 다른 곳의 악플 흔적도 다 사라졌다. 본인이 삭제한 건지, 누군가 신고한 건지는 몰라도.
그때 오역된 공자의 경구가 떠올랐다. 누군가가 던진 악한 말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겠구나. 그런 말을 들을 내가 아니니 내게 하는 말이 아니고, 공중에 떠돌다가 소멸되겠구나. 아니면 다시 본인에게 돌아가겠구나.
혹시라도 누가 내게 돌을 던지면 한 걸음 물러서면 되겠다. 내가 안 맞으면 그만.
아니면 그 돌보다 더 단단한 내가 되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