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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연 Nov 08. 2021

힙스터란 무엇인가

제로웨이스트 힙스터와 “디올백 존예” 그 사이 어딘가 

힙스터는 비싼 명품 브랜드 맨투맨을 입고 앞이 보이지 않는 모자를 얹어 쓰는 것도, 온몸에 문신을 한 채 입술과 눈썹 주변에 피어싱을 하고 어두운 곳에서 플래시를 터뜨리는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힙스터란 무엇인가. 


책 <힙한 생활 혁명>을 통해 나는 드디어(!) 그놈의 '힙스터'가 무엇인지 알았다. 힙스터가 등장하게 된 역사적 배경은 무엇인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도 힙스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미 '힙스터'와 거리가 조금 먼 것은 확실하다.)


힙스터들은 개인 커피숍을 가고, 자연에 가까운 음식을 먹으며, 자전거를 탑니다.

 헌 옷과 개인이 만든 옷을 입고, 수염을 기르고, 뿔테 안경을 쓰고, 바버숍에서 머리를 손질합니다. 

아이폰과 맥을 좋아하고,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며 오바마를 지지합니다. 

주류 문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상품과 표현을 통해서 그 가치관을 주장합니다. 

펑크와 히피의 가치관 일부를 계승하면서도 기술 혁명의 수혜를 받아들이면서도 손으로 만드는 것을 높이 평가합니다.

지금 이런 힙스터들이 미국의 브루클린과 포틀랜드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사쿠마 유미코, 『힙한 생활 혁명』, haru, 2016)


한 마디로 정리하면, 힙스터들은 자신만의 가치관을 내세울 줄 아는 사람이다. 


책에 나온 예시로 이야기해보자면, '스타벅스' 대신 '서드 웨이브 커피'를 즐길 줄 안다. 서드 웨이드 커피는 대형 유통회사나 무역상사에서 도맡던 커피수입을, 직접 아프리카로 남아메리카로 동남아시아로 커피 농가를 찾아다니며 농부들의 얼굴을 직접 보고 커피를 확인하고 구매하는 트렌드를 만든 커피 브랜드다. 값싸고 질 좋은 패스트패션 돌풍, 아니 쓰나미가 휘몰아칠 때도 심지 굳게 '한눈에 봐서는 예쁘진 않은' 파타고니아를 탄생시킨 사람들이기도 하다.


몇 가지 와닿는 사례로 힙스터를 설명해보자면, 커피를 아주 좋아하지만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받겠다고 프리퀀시를 모으지 않는 사람들일 것이다. 친환경을 이야기하지만 친환경 리유저블컵을 쓰겠다고 1시간씩 줄을 서지는 않는 사람이기도 할 테다. 


또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렇게 할 수 있겠다. 힙스터는 상업주의 태풍 사이에서 고요한 태풍의 눈을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야 하는 거라고. 


지금 포틀랜드와 브루클린 같은 동네를 걸으면 이른바 브랜드 물건을 지닌 사람을 거의 볼 수 없습니다. 한눈에 보고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것을 몸에 걸치기보다는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차려입는 것이 '힙'합니다. (사쿠마 유미코, 『힙한 생활 혁명』, haru, 2016)


주변에 '힙스터'라고 오해할 뻔했던 인물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자기만의 패션 스타일이 아닌 자기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굳건히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어떨까 생각해보니, 힙스터와 '평범한 한국 20대 여성' 사이 어딘가를 배회하고 있는 것 같았다.


최근 3년 정도 새 옷을 사고 있지 않고, 동물을 착취하거나 살해해 만든 제품이나 식품을 소비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누군가 "와, 디올 레이디백 존예더라. 너 쿨톤이라 진짜 잘 어울릴 것 같아."라고 내게 말할 때, 콧등으로도 듣지 않을 자신은 없다. 힙스터 중생인 나는 '그래? 잘 몰라.' 하면서도 집에 오는 길에 '그럼 어디 검색이라도 한번 해볼까?'하고 네이버와 유튜브에 검색해보고 마는 것이다.


힙스터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확신해야 한다. '이제 우리도 나이 있으니 명품백 안 매면 좀 그렇지 않아?'라고 말한 적 있는 친구의 결혼식에 갈 때도 당당하게 에코백을 들고 갈 줄 아는 곤조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레이디백이 예뻐 보일 때 보이더라도, 아기 송아지와 양의 피부를 벗겨내 만든 가방을 600만 원을 주고 살 바에야 더 의미 있는 곳에 같은 돈을 쓰는 게 낫지 않겠냐고 생각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사실 만년 힙스터 중생인 내게 힙스터 되는 길은 멀게만 느껴진다. 친구보다 한 문제 더 맞혔다고 1등급 자리를 차지하고, 그 덕분에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던 학창시절을 보냈다. 어떤 색깔 볼터치를 발라야 더 예쁘게 보일까 생각하며 치장하고, '넌 쌍수만 하면 더 예쁠 텐데'라는 얘길 들으며 대학시절을 보냈다. 모두가 같은 길을 가게 하고, 정해둔 길을 따라 걸어야 '정상'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비정상'이라고 배웠던 우리가, 자신만의 가치관을 갖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새 옷을 사지 않을 거라며 제로웨이스트와 비거니즘을 외쳐도 '와, 디올 레이디백 존예'라는 말에 네이버에 한 번쯤은 검색해보다 후다닥 창을 끄는 나 자신을 위해, 또 힙스터가 되고 싶다고 한 번쯤 생각한 적 있을 당신을 위해 이 글을 남겨놔야지. 


젊은이들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힙스터 스타일'이라고 불리는 제1장에서 소개한 것처럼 정의하기 어려운 스타일의 젊은이를 자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긍정적으로 말하면 빈티지와 스트리트 계열, 에스닉 계열 등이 뒤죽박죽 섞여 있어 임팩트가 있는 자유로운 스타일, 부정적으로 말하면 자기주장이 강한 스타일입니다. 좀 더 소득과 연령층이 높은 사람이 사는 지역에서는 틀림없이 질이 좋은 절제된 고급 복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양쪽 모두의 공통점은 한눈에 보고 가격과 브랜드를 알 수 없는 것을 걸친다는 것입니다. 돈이 있으면 누구라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을 사는 것은 조금 촌스럽다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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