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패션의 진실<The True Cost, 2015>
H&M 세일에서 건진 $1짜리 블랙 원피스, $3짜리 긴팔 블라우스는 과연 어떻게 그렇게 저렴할 수 있었을까? 예쁘게 수놓아진 자수와 박음질의 무릎길이 원피스는 맥도널드 아이스크림 콘보다도 쌌다.
말도 안 되는 저렴한 비용으로 제품을 만들고, 유통하고, 판매하는데 들어간"진짜 비용"은 얼마인가? 그 희생은 누구에게 전가되었는가?
임금으로 월 10달러도 받지 못하는 방글라데시 여성 의류산업 노동자들, 비정상적인 수요를 감당하느라 GMO 목화와 그에 따른 더 많은 화학비료를 사용하여 결국 땅과 본인의 건강을 잃는 농부들이다.
너무나 가혹해 보이는 그 굴레에는, 값싼 물건에 대한 소비를 아끼지 않는, 나와 같은 아주 평범한 소비자들이 있다. 넷플릭스 환경 다큐멘터리 <The True Cost>는 값싼 패스트 패션 산업의 진짜 '비용'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 The True Cost. 더 트루 코스트. 2015년 개봉. 앤드류 모건. Andrew Morgan.
"화려한 옷을 입고, 멋진 차를 타고, 최신 휴대폰을 갖는다면 너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
미디어와 광고는 소비자에게 소비가 곧 행복이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진다. 사람들은 소비하고, 기업은 부랴부랴 물건을 만든다. 기업은 최대 마진을 남기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은 값싼 임금으로 노동할 수 있는 개발도상국으로 향한다.
라나플라자 Rana Plaza 사건은 노동자 1129명이 사망한 의류 산업 재앙 중 가장 끔찍한 사건으로 꼽힌다. 2013년, 방글라데시 의류 산업 노동자들이 근무하는 8층짜리 건물이 무너져 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라나플라자 피해자들을 구조하는 동안, 방글라데시의 또 다른 의류 산업 공장에서 불이 나 노동자들이 또 사망하는 사건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이는 예고된 비극이었다. 벽에 생기는 균열을 보고 노동자들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건물이 무너져 노동자들은 사망했다.
내가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유행하는 옷들을 뒤적이고 있을 때, 내 나이 또래 여성노동자들은 무너지는 건물에서 죽어갔다. 라나플라자가 붕괴한 같은 해, 방글라데시에 제조회사를 둔 미국의 SPA 브랜드는 패션업계에서 역대 최고 이익률을 기록했다.
의류 업계 관계자들은 대기업의 아웃소싱이 개발도상국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동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의류 산업 노동은 다른 산업군에 비해 안전한 편이며 특히 개발도상국의 기존 노동 환경에 비해 나쁘지 않은 작업 환경이라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하루 14시간 근무에도 불구하고 5살 아이를 데리고 평범하게 함께 살 수 없는 수준의 임금이라면, 분명히 무언가 잘못됐다. 캄보디아에서는 나이키, 갭, H&M 등 의류 봉제 노동자들이 최저 임금 월 148달러를 요구하는 시위에서 정부의 공수부대 투입에 따라 5명이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노동권, 인권 문제보다 사실 내가 <The Ture Cost>를 접했던 가장 큰 이유는 패스트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개발도상국의 값싼 노동력과 그에 따른 열악한 노동 환경도 문제지만, Fast Fashion의 '패스트'한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많은 옷들이 어떻게 버려지는지 궁금했다. 패스트 패션은 역시 환경에 끔찍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The True Cost>에서는 섬유 폐기물 처리에 대해서는 깊게 다루지 않았지만, 아이티에 버려지는 페페 pepe라는 섬유폐기물 덩어리가 아이티 의류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그 문제점에 대해서 언급한 점이 흥미로웠다.
유행에 따라 매일같이 옷을 사는 사람들은 결국 멀쩡하지만 유행이 지난 옷을 버리게 된다. 사람들은 죄책감을 덜기 위해 의류수거함에 옷을 차곡차곡 넣겠지만, 버려지는 옷들은 잘 세탁하여 중고시장에 되팔아도 절대 다 팔릴 수 없는 양이 되고, 결국 섬유 쓰레기가 되어 개발도상국에 기부라는 이름으로 버려진다. 문제는 그 양이 어마어마하고, 그 양이 매일같이 쏟아진다는 것이다. 아이티에서는 이렇게 바다 건너 온 옷 더미를 페페(Pepe)라고 불리는데, 사람들이 널린 옷을 집어다 입고, 때문에 아이티의 국내 의류 산업은 대부분 망해 사라졌다. 개발도상국에서 노동자들의 피를 말려가며 만든 옷들은 결국 또 다른 개발도상국에 '기부'되며 처리할 수 없는 쓰레기로 쌓인다.
매일매일 공장에서 옷을 찍어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목화가 필요하다. 이에 목화 농장의 호황이 아니겠냐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콩떡떡이다. 비정상적인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서 목화 재배 농장에서는 유전자 변형 목화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 개량된 목화씨에도 내성이 생긴 해충들이 나타나고, 농부들은 더 강한 화학비료의 사용을 피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 이러한 화학비료의 사용으로 토질이 변화하여 토종씨앗은 자랄 수 없게 만든다. 단기적으로는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지대한 피해를 준다. 합성화학비료로 인해 암을 비롯한 중병을 앓게 된 농부들의 이야기, 기형아로 태어나는 아이들 이야기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또 다른 문제는 다국적 생화학 제조업체의 출연이다. 대표적으로 몬산토와 같은 기업은 GMO 생물을 판매하고, 동시에 GMO 생물에 내성이 생긴 해충을 박멸할 수 있는 더 강력한 화학비료도 판매한다. 유전자 조작 면화를 가장 많이 재배하는 인도에서는, 이처럼 유전자 조작 목화를 구입하고, 더 강력한 살충제를 구입해야 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자신의 밭에서 자살한 인도 농부들은 약 25만 명, 30분에 한 명 꼴로 사람이 죽었다.
GMO 목화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기업, 더 강력한 제초제와 살충제를 판매한 기업, 빚더미에 오른 농부의 땅을 사들이는 기업은 모두 같은 기업이다.
무언가 이상하다. 자꾸만 사고, 사고, 또 사는 우리들인데 참 행복하지가 않은 것 같다.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에 따라, 없는 돈을 아껴 옷을 사는 우리는 매일같이 옷장에 입을 옷이 없다고 투덜댄다.
부당한 처우를 받는 의류 산업 노동자를 위해서도, 유전자 변형 목화를 키우며 건강을 잃고 끝내 자살하는 어느 한 농부를 위해서도, 생산과 유통, 폐기 과정을 부담하는 자연 생태계를 위해서도, 또 그리고 끊임없이 소비하고 또 소비하며 전혀 행복하지 않았던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평범하던 쇼핑 습관'을 돌아볼 때이다.
이 글은 2019년 6월 29일 직접 작성·발행한 글을 브런치로 옮긴 것입니다 :)
[출처] 패스트 패션의 진실 <The True Cost, 2015> 더 트루 코스트|작성자 떡잎마을방범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