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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연 Jan 25. 2021

쇼핑하지 않는 20대 여성의 옷장을 공개합니다

#나의제로웨이스트라이프 <새 옷 사지 않기 프로젝트>

 "쇼핑은 안 할 건데, 예쁘게 입고 싶어!" 


이런 내게 언니는 날강도도 이런 날강도가 없다 했다. 옷도, 가방도, 신발도 사지 않고 입던 것 입으면서, 어떻게 예쁠 수 있냐는 거다. 친구들도 쇼핑을 안 하면 무슨 재미로 살겠냐고 걱정했다. 그런데 헌 옷을 입어도 예쁠 수 있다! 나는 옷을 잘 입지는 않지만, 헌 옷이 가득한 내 옷장이 좋고 자랑스럽다. 그래서 공개하는 내 헌 옷 #OOTD #outfitoftoday. 쇼핑하지 않는 20대 여성의 옷 입는 법을 공개합니다!



엄마 옷 입기


20년 정도 된 엄마 블라우스

Lucky Us! 복고가 유행이다. 굳이 굳이 여러 샵을 돌아다니며 복고스러운 아이템을 찾을 필요가 없다. 엄마 옷장을 열어보면 득템할 수 있으니까! 사실 엄마 옷을 입으면, 좋은 점이 하나 더 있다. 그날 하루가 참 소중해진다. 험한 욕이나 장난, 부끄러울 만한 언행도 자제하게 된다. 난 미국에 갈 때 엄마 옷을 잔뜩 가지고 갔는데, 좋은 곳에 가도 맛있는 걸 먹어도 항상 엄마와 함께 하는 것 같아 좋았다. 중요한 발표를 할 때도 꼭 엄마 옷을 입었다. 멀리서 응원을 받는 것만 같았고, 중요한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 엄마한테 보내면 참 행복해하는 엄마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엄마가 젊었을 때 입던 치마를 줄여입었다

업마 옷이 너무 크거나 작아 몸에 맞지 않다면? 수선해서 입으면 된다! 나는 엄마의 롱스커트 허리와 품을 줄여 입었는데, 훨씬 예쁘고 편하게 입을 수 있었다. 수선비는 스커트 당 약 7000원 정도 들었다. 절개나 라인을 새로 잡을 수 있으니, 리폼해서 입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롱스커트는 유행을 타지 않고 쭉 기본템으로 입을 수 있으니, 나도 잘 입다가 언젠가 누군가에게 물려줄 날이 오려나?




쇼핑하고 싶을 땐 중고 옷 사기


빈티지 가게가 많아져 행복하다

옷장에 있는 옷이 질린다면? 헌 옷을 쇼핑하러 가면 된다! 요즘엔 빈티지 가게가 정말 많다. 너무 많아서 약간 화가 날 정도로 많다. 중고 옷을 둘러보다 보면, 이렇게 많은 옷이 버려질 뻔하다니! 하고 아찔해진다.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 당근마켓까지 있으니, 온라인 쇼핑의 범위도 넓어졌다. 중고 옷을 사는 것도 결국 소비-생산 라인을 촉진시키는 게 아닐까, 고민한 적 있지만. 그 정도로 스스로 빡빡하게 굴진 않기로 했다. 새 헌 옷을 입고 싶을 때도 있다고! 


모두 중고로 구입한 상의 옷이다, 가격은 모두 1만 원 이내

중고 옷 쇼핑이 일반 쇼핑보다 더 재미있는 건, 내게 꼭 맞는 사이즈 색감 재질 느낌의 옷을 찾으면 인연이라도 만난 듯 순식간에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공장에서 똑같이 찍어 나와 건조하게 걸려있는 옷 중 하나를 무덤덤하게 결제하는 게 아니라, '어머! 이 옷은 완전 내 거야! 이런 옷을 찾아내다니!' 하는 격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가격이 저렴한 건 덤이다.

 


친구랑 옷 바꿔 입기

상의는 친구 옷 / 하의는 중고 옷

이 니트는 6년 전?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 받아온 니트다. 너무 크고 평범해서 싫다며 버리겠다 내놓은 건데, 내 눈엔 이만한 기본템이 없어 보였다. 버릴 거면 나 줘! 하고는 가져와서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입고 있다. 그리고 친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 오면, 옷장을 구경하며 가지고 싶은 걸 가져가라고 하기도 한다. 친구가 고른 옷이 최근 1년 간 입지 않은 옷이라면 웬만하면 준다. 친구가 잘 입지 않는 옷을 내가 잘 입는 것도 좋았으니, 내가 잘 입어줄 수 없다면 친구가 잘 입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검은색 나시 원피스


이 원피스도 친구 옷. 평범한 옷일수록 이렇게 저렇게 내 멋대로 매치해서 입을 수 있어 좋다. 친구 옷이라 그런가 더욱 애착이 간다. 무려 생일에 친구 옷을 입었다구!



옷 오래 입기 


옷을 한번 사면 오래오래 잘 입는 게 가장 좋다. 세탁만 꼼꼼히 해도, 또 계절마다 옷 관리만 잘해도 오래 입을 수 있다. 만약 옷이 질리거나 스타일이 바뀌어 잘 안 입게 되면, 용도를 달리 해 입는 것도 방법이다. 나는 여름에 입던 나시를 운동복으로 입거나, 기장이 짧아진 원피스를 밑단을 잘라 반팔처럼 입었다. 멀쩡해도 안 입게 된다면 아름다운옷가게에 기부하거나 당근마켓에 파는 것도 괜찮다. 




화려한 액세서리 하기

너무 유행을 타는 옷이나 화려한 옷은 오래 입기 힘들다. 그래서 기본템을 많이 입는 편인데, 때로는 화려하게 '나 오늘 신나!'하고 꾸미고 싶은 때가 있다. 그럴 땐 엄청나게 화려한 액세서리를 과감하게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 같은 옷이라도 액세서리가 달라지면, 분위기가 확 바뀐다. 아직 귀걸이는 중고로 사본 경험이 없는데, 목걸이나 반지 등은 빈티지샵에서 오히려 더 과감하고 화려한 것을 찾을 수 있어 좋다.





내가 새 옷을 사지 않는 이유


싸도 너무 싼 가격이 수상했다. 미국에서는 두꺼운 겨울 옷도 clearance 세일 존에 들어가면, $1.5로 가격을 내려도 옷이 안 팔린다. 옷이라기보다는 쓰레기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창고에 무더기로 쌓여 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지하철역을 오가다 보면 5000원, 1만 원에도 살 수 있는 멀쩡한 옷이 가득하다. 며칠 몇 달 몇 년을 입을 수 있는 옷이 커피 한 잔 값보다 싸다니? 참 이상한 일이다.


더욱 수상한 것은, 이렇게 싼 옷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옷이 아니라는 거다. 중국이나 베트남 등에서 옷이 만들어지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큰 나라로 팔려나간다. 누군가의 노동, 누군가의 생명을 부당하게 착취해야만 비로소 가능한 가격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나는 누군가를 착취하여 만든 옷은 입고 싶지 않았다. 내 옷의 진짜 가격이 궁금하다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The True Cost>를 추천한다(내가 쓴 후기).


착취의 대상은 비단 사람만이 아니다. 옷은 대부분 석유화학에서 뽑아낸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데, 제조부터 염색, 유통, 폐기 과정은 모두 고스란히 환경에 부담이 된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가 패션 산업에서 나온다. 그나마 '윤리적인 소비'가 유행이라 다행이지만, 동물을 키우고 죽여 옷을 만들어 입는 게 유행이던 시절에는, 옷을 만들기 위해서 '동물 공장'도 운영됐지 않은가. 


쇼핑을 참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한다. 가끔 새 옷과 가방, 신발이 탐날 때도 있다. 다만 누군가를, 혹은 자연을 부당하게 착취하고 침해하며 예쁜 옷을 입고 싶은 마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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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 "내 꿈은 환경운동가" 

일상 속 환경오염에 대한 단상을 나눕니다. 할 수 있는 것에서 최선을 다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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