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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록 Dec 29. 2020


#5 고백하지 않는 이유

KBS 드라마 스페셜 2020

 KBS 드라마 스페셜 5번째 단막극 <고백하지 않는 이유>

"시작도 하지 못하고 흘러가 버린 첫사랑이 7년 만에 다시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가장 가볍게 다가왔다. 리뷰의 진도는 아주 느리지만(...) 새 회차가 올라오면 그다음 날에는 따라 잡기 때문에 지금까지 나온 작품들은 다 보았는데 극의 핵심 전개가 이루어지는 연령이 이 중에서 가장 어렸기 때문이기도 하고, 노년이나 중년의 서사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굳이 하나 꼽으라면 남자 주인공 지호의 부모님이 서로를 열렬히 사랑했던 때를 지나서 자신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에필로그'로 살고 있다는 언급 정도. (어쩌면 남자 주인공 지호가 끝을 무서워하는 것은 이미 부모님을 통해, 사랑의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을 스포 당했기 때문일지도.)




작품은 정말 갓 스물 지난 대학 초년 시절을 그리고 있다. 

캠퍼스 라이프에 로망을 가졌다가 금방 기대 사그라들어본 보통의 우리네들이 공감할 바로 그때의 잠깐을 '썸'으로 채워버렸던 에피소드를 묻어두지 않고 깨워내는 이는 여자 주인공 윤찬였다. 


지호와 윤찬은 러닝 동아리 선후배 사이로 아마도 첫 눈, 혹은 두 눈에는 서로에게 반한 것 같다. 

많이 웃고, 그러면서 툭툭 가까워지려 스킨십하고, 편하게 장난을 거는 것 모두 윤찬이었다. 지호는 그저 어벙하게 있었고, 윤찬을 '조심'했다. 지호는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호가 싫어하는 것은 시작이 아니라 끝이었다. 


지호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할 경우,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하는 고민까지 혼자 할 수 있는 '사고하는 인간'이었다. 그린라이트라는 걸, 알고 있었고 본인의 마음을 모르지 않았다. 알고 있었다. 


그러나 '끝'을 싫어했다. 모든 관계에는 끝이 있다. 그것은 참인 명제이다. 다만 조건을 부가하고 범위를 세밀히 좁히면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거나 '그렇게'(본인이 보고 자란 것처럼)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명제를 건드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 극의 말미까지의 지호의 일관된 태도였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끝을 무서워하면, 시작을 하지 못한다는 것. 


지호에게 윤찬의 고백인 사물함의 바나나우유는 설레는 썸의 산물이 아니라 경계심을 촉발했고, 그 우유를 마셔버린 후 도진 알러지는 "조심해야겠다, 서윤찬"이 되고 말았다.


함께 대학생이었던 그 시절에는 함께 뒤섞여 어쩔 줄을 모르고 상황이 엇갈리고 꼬였지만, 7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적어도 윤찬은 깨달은 것이 있었다. 

셔터 눌러야 하는 순간을 놓치지 말 것.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는 것. 그리고 한 발만, 딱 한 발만이 부족한 때는 한 걸음 내딛는 것이 일을 성사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찰나와 순간은 아름답다. 그러나 우연한 상황을 박제해놓은 사진은 아름다울 수 있지만 진실은 아닐 수 있다. 모든 것이 꼬이는 것은 한순간이고 그 상태로 찰칵, 찍힌다. 그럼 그곳에 평생 박제되는 것이다. 


내 카메라의 셔터는 내가 쥐어야 박제 '당하지' 않는다. 윤찬의 깨달음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녀는 셔터를 쥐고 이번에는 누르려한다.  


선배 사랑법은 딱 선배예요. 선배가 좋아하는 선배 멋대로, 선배 마음대로 찍어서 간직하듯이 누구를 좋아하는 마음도 그냥 마음속에 찍어서 간직하면 되고 
그뿐이라고 생각하는 거.

이 작품은 사람이면 누구나 마음을 내지르고 결단을 내리는 것을 셔터, 그리고 그 오래도록 남는 순간의 기억을 사진으로 은유하여 우리에게 대화를 걸어온다.


끝이 무서워서 시작까지 못 하게 된 지호와 계속 다가서고 찾아가는 윤찬. 

사랑은 둘의 의사로 맺어지기 때문에 시작하지 못한 관계의 찰나들을 풋풋한 감정이 돋보이게 포착했고, 이어서 현시점 또한 꽤나 흥미롭게 그린 작품이었다. 




배우들


<마녀>에서 얼굴을 알렸던 그 통통 튀는 배우, 고민시.

대학시절 어느 과에나 있는 그 학번의 예쁜 애를 잘 맡았다. 


평범하지 않은 얼굴이겠지만 적어도 이 극을 보면서 나의 대학 무렵을 생각하며 그중 어느 누군가를 생각하게 했다는 것을 보면 다음에는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해진다. 

신현수 배우는 보는 내내 정말 지호라고 생각하며 답답해했다. 

역에 맞는 연기를 해주었기 때문이겠지?


신혜선 배우와 주말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 출연한 이후 종종 얼굴을 비추고 있다. 

자신을 좋아하지만 자신은 좋아하지 않는 동기가 고백하자, '예의를 갖추겠다며 고백을 마셔버린 이'를 잘 표현했다고 본다. 

그때의 그런 썸과 엇갈림들 - 

강승현

모델.. 겸 배우


개인적으로 이 역을 다른 이가 잘 맡아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을 하며 봤다. 

런웨이에서 극으로 옮겨오면서 아직 어색함을 두고 오지 못한 듯하다. 


끝으로-

표현하고 삽시다-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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