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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록 Feb 20. 2022

메기(2018) 오해의 영역, 비 영역

코자의 격리 라이프 무비(2)

보려고 담아놓은지가 얼마나 오래됐는데 격리 기간에야 꺼내어 보았다. 

이옥섭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대중이 눈여겨보는 배우 이주영과 구교환의 출연만으로도 위시리스트에 담길 이유는 충분. 


영화의 인상은,
신선하다. 
 

간만에 아주 신선했다. 타임테이블을 고려해서 말이다. 2021년에 쏟아져 나온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들의 신선함보다 시간적으로 앞서있다. 엄밀히 말하면 더 많은 이들이 본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 <도시남녀의 사랑법> 등 등 많은 작품보다 앞서 세상에 나온 이 작품보다 '먼저' 신선했다.


구멍 없는 연기에, 연출 안에 모두 모여든 집약된 스토리, 그리고 묘한 톤이 한 작품으로 나왔다. 


배우의 인상은,
낯이 익다.


정극에서 한 두 번 본 얼굴들이 아니라서가 아니라 어느 프레임에 들어와도 자기 몫을 해내는 배우들이라 알쏭달쏭한 분위기 안에서 연기를 하더라도 난 그 티피오에 설득된다.

시놉을 간단히 기록하자면

마리아 병원에 한 장의 사진이 날아든다. 물리적 성행위 중의 그 장면을 딱 캡처한 엑스레이 사진 말이다. 

병원 간호사 윤영과 그 애인 성원은 자신들의 사진이라며 사직서를 준비하는데 

모두가 자신의 사진이라 생각하는지 아프다며 안 나온다. 


그래서 병원에는 부원장과 윤영만이 출근한다. 

오해 1
거짓말이 아닌 정말 아파서 안 나온 사람이 있다. 


모두가 거짓말을 치고 안 나오는 줄 알았으나 정말 쓰러질 듯 아파 못 나온 사람이 있었다. 

우리는 어쩌면 많은 이들의 일상과 진실을 넘겨짚었을 수 있다. 


오해였던 것이다. 


오해 2
행실에서 보이는 불성실함이 항상 들어맞지는 않는다.

싱크홀로 일 자리가 생기자 젊은 실업자 성원에게 일도 생기고 작업 동료도 생긴다. 

거기서 만난 동료 동생 하나를 두고 본인의 백금 커플링을 훔쳐갔다는 의심을 하게 되고

오해임도 곧 알게 된다. 


우리는 쉬이 단정 짓고 쉬이 그렇다 치부해버린다. 넘겨짚는 편이 정신 승리에 도움이 되니 말이다. 

하지만 오해는 진실을 쉬이 외면하면서 오는 착각이다. 

그리고 

오해의 영역, 비 영역

성원의 전여친은 윤영을 찾아와 성원이 자신에게 가한 폭력이 트라우마가 되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윤영은 성원을 의심하고, 밀어낸다. 


성원이 윤영의 상처에 그림을 그려주던 스위트 한 모습도, 자전거에 앉혀 데리러 오는 따뜻한 모습도(내가 보기에는 비틀즈 멤버-일본인 여성 커플의 느낌이었다.) 착각이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이 부분은 오해의 영역, 비 영역의 회색 지대이다. 성원이 폭력의 유무를 묻는 질문에 Yes, 한 순간 그 발 밑으로 싱크홀이 생겨 성원이 밟고 있던 땅 자체가 무너져 내린다. 여친에게 가한 폭력이 사실인 순간 

그 어떤 이해 가능한 오해의 영역에서도 벗어났다. 

는 듯이 땅이 꺼진다. 하늘로 솟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인 연출이다. 


영화는 아주 직설적으로 어떤 대상은 오해와 이해의 비영역임을 선을 그어 표현한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시원시원해서 헛 숨이 한 번 쉬어졌다.


많은 것을 오해하고, 조금 이해하고 산다. 

인간관계 중 답답하고 억울한 일이 있어 싱숭생숭한 금요일 밤 맥주 한 캔(대리만족)에 이 영화를 넘겨보길 바란다. 


+


- 수색역 근처의 3년 전, 아주 오래전 같은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 구교환 배우 정말 매력 있다. 

- 메기 목소리 너무 개성 있어서 5 문장 안에 못 맞출 수 없을 것 같다. 

- 윤영, 성원 커플 잘 어울린다. 이런 뭉근한 사랑도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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