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슬리 산의 세 번째 산은 청계산이다. 1월 2일, 새 해가 밝은지 이틀째 되는 날 간소하게 짐을 꾸려 청계산을 올랐다. 원래 1월 산행은 큰 뜻을 품고 북한산 등정을 하기로 했지만, 둘 다 너무 바쁜 관계로 더 쉽고 더 가까운 산을 선택하게 되었다. 서울은 이럴 때 더 매력적인 곳이다. 지척에 널린 것이 산이기 때문이다.
빈부분은 이번 산행이 시작되기 전에 집을 옮기고,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그녀는 그녀만의 온전한 주방에서 빚은 새해 만두를 점심밥으로 싸왔다. 입에 넣으면 구강 공간을 꽉 채우는 차가운 만두를 산행 전에 우걱우걱 먹었다. 만두는 차가웠지만 체감은 따뜻했다. 새로운 환경과 시작에 부푼 온기로 만들었기 때문일까, 만두는 식어도 따뜻하고 맛있었다.
우리는 두런두런 살아가는 이야기, 올해 하고 싶은 것들을 나누며 저벅저벅 올라갔다. 재택근무로 무거워진 몸뚱이와, 마스크의 조합은 근래 갔던 어느 산보다도 어려운 난이도를 선사했다. 하지만 산행은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다. 요즘 나는 무언가를 굉장히 쉽게 시작하고 또 포기한다. 단적으로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틀어도 첫 5분 안에 흥미를 끌지 못하면 끄고 다른 것을 찾고 있다. 그런데 그런 태도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번져가는 기분이 드는 것 같다.
하지만 산행은 한 번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다. 뒤로 가기를 누를 수 없고, 전원을 끌 수도 없다. (뒤로 간다면 다시 되돌아 내려가는 것이고, 전원을 끈다면.. 기절해야 하는 것일까) 산행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의 무게를 실감 새삼 실감하게 된다. 사람의 삶이 공수래공수거라고 하지만, 그래도 수레는 수레의 본질인 물건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며 돌문 바위를 만나 바위 주변을 사람들과 세 바퀴 돌았다. 바위 주변을 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모르는 사람들과 원시 부족처럼 바위를 맴돌고 매봉을 찍었다. 우리는 그렇게 산행을 마무리하고 총총 각자의 삶으로 또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