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앞에 소개한 우아우틀라 데 히메네즈가 산맥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마을이었다면, 마순테는 와하카 주 해변에 위치해 있는 조그만 마을이다. 해발 1,550m에 있는 와하카에서 구불구불한 산 길을 내려가면 도착하는 마을로, 마법의 마을이기도 하지만 '히피 마을’로 더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이곳이 히피 마을인 이유는 마을의 자유로운 분위기 때문이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마을 거리에 도착하면 힙한 디자인 샵과 카페들을 마주할 수 있다. 그곳을 거니는 사람들은 한결 같이 여유로운 분위기다. 정확히 무엇이다라고 설명할 순 없지만, 이들에게는 어딘가 모르게 느긋한 분위기가 풍긴다. 또 메인 거리인 린콘시토 (Rinconcito) 옆에 있는 언덕길을 걷다 보면 푼타 코메타에 도착할 수 있다. 바다를 향해 길게 나와 있는 절벽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영적인 의식을 행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사람들은 저녁때가 되면 파도 소리를 들으며 산 정상에 앉아 조용히 선셋을 감상한다.
마순테 특유의 히피스러움, 자유로움은 해변에 도착했을 때 더욱 크게 느껴진다. 겉으로 봤을 때의 풍경은 주변에 있는 다른 태평양 해변과 다를 바 없다. 짙은 바다와 잔잔한 파도가 치고, 어부들은 큰 그물을 가지고 낚시를 한다. 그런데 다른 해변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나체 상태로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마순테마을에 놀러 온 사람들은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연 그대로를 즐긴다. 이는 마순테 해변 옆에 잇는 지폴리테 해변도 마찬가지다. 한국인 관점에서 보면 다소 낯설 수 있겠지만, 자연인 상태로, 개인 그대로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자유로운 장소인 것이다.
히피스러움과 관련된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마순테의 또 다른 매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마순테 앞바다는 다양한 바다 생물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에는 돌고래와 고래를 비롯해, 열대어, 가오리, 그리고 심지어 상어까지 볼 수 있다. 그리고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동물이 있는데, 바로 바다 거북이다.
마순테는 전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바다거북 서식지로 유명하다. 특히 5월에서 7월 사이에는 갓 태어난 바다거북을 바다로 보내주는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 사실 특정 시기가 되면 멕시코 서부 앞바다 어디서나 새끼 거북 방생 프로그램에 쉽게 참여할 수 있다. 대표적인 도시로는 푸에르토바야르타, 토도스산토스, 푸에르토에스콘디도가 있다. 하지만 마순테가 조금 더 특별한 이유는 이곳에 총 다섯 종이나 되는 다양한 바다 거북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곳에선 멸종 위기 동물로 지정된 올리브 각시 바다거북을 가장 많이 만나 볼 수 있다. 멕시코 사람들은 이 거북이를 '앵무새 거북이' (Tortuga Lora)라 부르는데, 입이 앵무새의 부리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이 거북이들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유유자적 바다 수면 위에 떠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순테는 바다거북으로 유명한 만큼, 마을 한편에는 멕시코 바다거북 센터 (Centro Mexicano de Tortuga)가 있다. 1990년대 바다 거북이를 보호하고자 설립된 이 건물은 멕시코 전국에서도 바다거북을 연구하는 장소로 상징성을 갖고 있다. 힙한 상점, 카페, 식당을 벗어난 외곽에 위치한 이곳은 아무래도 해변만큼이나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붉은 바다거북, 장수거북처럼 조금씩 생김새가 다른 바다거북들이 한 곳에 모여 있다는 점, 그리고 다양한 바다거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한 번쯤 방문해 볼 만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