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다른 육지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삼다도 어쩌고 하면서 관광객 수준으로 대하던 나와 제주의 인연은 2009년에 1년짜리 제주개발 프로젝트의 일원이 되면서 달라져 버렸다. 중앙 정부의 예산으로 제주도일을 챙겨드리다 보니, 제주도 기관분들에게 본의 아니게 VIP 대접을 받게 되고, 당시, 고기의 혁명처럼 느껴졌던, 흑돈가 (이렇게 커져 버릴지는 몰랐음), 지금도 최고의 횟집으로 꼽는 용출횟집 등 진성 도민 맛집들을 섭렵하면서 제주 미식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때의 좋은 기억은 주욱 이어졌고, 아가들이 생긴 지금, 제주는 여전히 우리 가족의 최애 여행지이다. 제주를 경험하던 방법은 점차 다 돌아야지 하는 관광객 모드에서, 이번엔 동부, 이번엔 남부 식의 지역별 탐사 모드로 진화하더니, 협재에서 제주 구옥을 개조한 민박을 체험한 이후에는 제주에서 여행한다가 아닌, 제주에서 산다는 의미를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올해에는 아이와 함께 서귀포의 신도시 지역에서 한달살이 비슷한 체험도 했다. 도서관도 다니고, 수영장도 다니고, 미술학원도 다니고... 그러면서 느끼게 된 것. 정말이지 흑돼지와 갈치로 대표하기에는 제주도에는 맛집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 특히, 제주가 주는 매력 때문에 육지에서도 Top class에 들 수 있는 실력자들이 내려와 꾸미고 운영하고 있는 세련됨까지 최근에는 듬뿍 더해졌다는 것. 아직 제주의 한켜를 벗겨보았을 뿐이지만, 우리 가족인 느낀 행복함이 나눠질 수 있도록, 그 경험에서 만나게 된, 행복한 식당들을 소개한다.
말도 안 되는 가성비의 한식 맛집, 음식을 진짜 계속 주심. 파전도 너무 바삭하고 맛있고, 낙지전골에 솥밥까지, 정말 굶고 가야 함. 음식이 이런데 또 뷰는 거의 best 범섬 뷰. 아이들에게도 아주 친절하시고, 사장님 딸이 정말 귀여움 (애들 손님들이랑 베프처럼 같이 놈) 유일한 단점은 좀 맵다는 거? 가실 거면 꼭 미리 창가 자리 예약하고 가세요. 어르신들 모시고 가면 정말 좋아하십니다. 애들 돈까스도 있어요. (그놈의 돈까스는 ㅋㅋㅋ) 옥상도 꼭 들러서 뷰 보세요. 일몰 때 정말 예술입니다.
우도에서의 명성을 이어, 신서귀포 월드컵경기장 인근의 아주 깨끗한 가게로 옮겼음. 가성비라고 보기에는 그냥 맛있음. 서울에서는 그 가격으로 상상도 못 할 음식들이 나옵니다. 뿔소라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너무 너무 좋을 듯. 유일한 단점은 코스가 좀 강-강-강-강 이런 느낌. (서로 어울린다기보다는 각자 play 하는 듯한?) 그래도 뿔소라 마니아들에게는 추천합니다. 젊은 층과, 어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맛집
신서귀포 흑돼지를 SNS에서 검색하면 제일 안 나오는 집 중에 하나. 그런데도 밤에 보면 이 집만 바글바글. 도민 고객들이 더 많은 것 같음. 흑돼지 모둠도 맛있고, 인근 흑돼지 집들에 비해 맛이 훌륭함. 단, 자리가 불편하고, 방은 바닥에 기름기가 살짝 느껴져서 들어가기가 T.T 어른들끼리 가서 소박하게 한라산과 고기 한 끼 하기에는 아주 훌륭한 집
제주까지 와서 뭔 이자카야냐 하겠지만, 인근 분들에게는 정말 핫한 곳. 이자카야보다는 일식 Dining pub으로 보는 것이 맞음. 솥밥 (금태, 갈치 등)도 훌륭하고, 나가사키 짬뽕, 도미 조림 등은 역대급. 텐동과 우동도 맛있어서 한 끼 식사 장소로도 손색이 없음. 매일 제철 재료를 구해다가 정말 정성껏 만드심. 맥파이에서 공수한 (캔맥주이지만) 맥주를 곁들일 수 있는 건 금상첨화. 가지 조림 등 기본으로 나오는 찬도 맛있어요. (미리 맥주 시키면 요리 나오기 전에 한 캔 Clear)
대구에서 (대구가 요식업으로 완전 유명한 거 아시죠?) 온 젊은 멤버들이 제주 정착을 위해 분투하다가 "제주에서는 왜 돼지고기만 먹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했다가 제주시에서 대박이 난 제주산 한우 갈비 전문점. 그 기세를 이어 중문에 짜잔 오픈. 제주에서 갓 도축한 한우만 쓰고, 숙성 따위는 하지 않으신다 함. 그런데, 여태 먹어봤던 어떤 숙성 한우보다 연하고 맛있는 건.... 마농갈비도 맛있고, 국밥도 별미, 심지어 뜬굼없다 생각되는 카레도 일본에서 먹는 것처럼 맛있음. 제주점은 못 가봤으나, 서귀포점은 이제 Open 해 가게도 깨끗하고, 진짜 너무너무 맛있음. 곧 그렇게 되겠지만, 너무 유명해지기 전에 꼭 가보실 것을 추천. 뭐라도 흠을 잡고 싶은데, 이 집은 가격도 착해요. (1인분 120g에 18,000원; 이거 뭐 흑돼지 가격)
뭐 진입로가 이러냐고 툴툴대면서 들어가면 일단 주차장도 널찍하고, 차에서 내리면 떡 벌어진 바다 뷰에 말이 안 나옴. 아이들이 뛰어놀기도 좋고, 카메라만 갖다 대면 작품 (심지어 역광으로 찍어도 예뻐요) 서귀포. 중문 일대 바다 뷰 카페 중에 View의 웅장함으로는 거의 1등일 듯. 그런데, 음식도 세련되고 맛있음. (정말 기대 안 하고 시킨 크림새우 파스타... 지금도 생각난당.) 햇살이 따뜻한 겨울이면, 낮에 꼭 가보세요. (아님 늦은 브런치)
뜬굼없는 자리에서 만나는 Top 범섬 view. 가보시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고 하실 듯. 이층엔 미용실이 있는데, 뭔가 일반인들이 다니는 것 같진 않음. 1층 카페는 뷰가 다하는 데라, (사실 특이한 빙수들이 맛있는데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계절엔...) 천연 잔디밭에 아이들이 뛰놀면, 뭔가 부모로서 좋은 일을 한 것 같아 뿌듯함. 태풍 오는 날은 여기도 안돼요 ㅋㅋㅋ
이런 동네에서 바다 안 보이는 카페가 될까?라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맛집. 차도 맛있고 예쁘고 당케(당근케이크) 산도는 정말 제주에서 먹어본 당근 들어간 빵 중에 손꼽히게 맛있음 정원도 나쁘지 않고. 인테리어도 오래 앉아 있고 싶을 만큼 좋아요. 여자들끼리 수다에 최적의 장소, 바로 옆에 소울이라는 홍대에나 있을 법한 소품점도 꼭 들러 구경해 보세요. 두 군데를 방문하면, 서울 생각 싹 없어질 수도!
이 맛집 리스트 중에, 유일하게 아직 못 가본 집. 위치가 걸어가긴 어려운데, 술을 정말 부르게 생겨서, 대리가 필요할 것 같고, 아이들은 불편할 것 같아서 아직 못 갔음. 근데, 정해인 님을 비롯한 셀럽들이 종종 등장하고, 인스타에 올려주시는 음식 사진들을 보면, 배달이라도 꼭 한 번은 가고 싶음. 철에 따라 한치, 부채새우 등 현란한 재료를 아주 정성껏 요리하시는 듯. 멤버 잘 맞춰 한잔하러 가면 너무 좋을 것 같은 소박한 (음식은 빼고) 실내 포차
제주 최초의 중국집이랍니다. 서귀포에 본점이 있고, 중문점도 있데요. (중문점은 못 가봤음) 배추를 잔뜩 넣고 달달하고 매콤하게 끓인 꽃게 짬뽕이 시그니처라고 하는데, 짜장면이랑 탕수육도 아주 맛있어요. 아이들도, 어른들도 만족하실 수 있는 맛집. 꽃게 짬뽕은 곱빼기 시키면 면이 맛있는 국물을 다 먹어요. (그런데 더 달라고 하면 국물을 그냥 주심 ㅋㅋㅋ)
영어교육도시 인근, 무릉리에 위치한 퓨전맛집. 고로덮밥 (참치+아보카도 등등이 듬뿍 올라간 건강식 덮밥)과 차돌우동, 고로셀러드를 먹어보았는데, 정말 정말 정갈하고 하나같이 맛있음. 가족 단위로 갈 경우, 아이들을 좋아라 하는 우동시켜주고, 어른들은 덮밥 먹으면 딱인 곳. 의자 등등이 좀 딱딱하고 (아주 심플한 스타일) 주차에 대한 주변 민원이 좀 많으신 듯 주차에 대한 여러 경고문을 붙여놓긴 하셨지만 (안되는 건 아님) 제주에서 간단한 한끼 식사로 아주 추천함. Open 주방이 주는 신뢰감과 요리과정을 지켜보는 경험도 재미남
믿기어렵지만, 이게 진짜이름임 ㅋㅋㅋ 어떻게 손칼국수와 냉면을 같이 전문을 할 수있으냐 궁금하지만, 냉면은 안 먹어봤으므로 노커멘트하겠음. 손칼국수는 진심 인생칼국수, 해물칼국수 인당 9,000원인데 면사리가 무한리필이고, 먹기전에 맛난 보리비빔밥도 주심. 해물칼국수 먹는데 진심 해물탕인줄 알았음. (만두는 정말 먹고 싶은거 아니면 시키지 마세요) 해장이 필요한 어른들도, 면귀신 아이들도 모두 만족할 만한 아주 훌륭한 로컬맛집. 가서 보면 관광객 거의 없음. 제주까지 와서 왠 칼국수 하시겠지만, 한번 잡숴보세요. 서울에서도 그리운 맛일테니. 국물도 국물이지만, 수타면도 밀가루 냄세하나 안남.
여기가 제주인지 이탈리아인지 착각하게 해주는 Pinsa (로마식피자는 Pinsa라고 한데요, 여기서 배웠음) 맛집.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Noa가 아이 이름인듯 (노아의 집이라는 뜻) 듣기로는 연남동에서 날리던 이탈리안 쉐프가 "삶"을 찾아 제주로 낙향하셨다는 ... 분위기면 분위기, 맛이면 맛, 뷰면 뷰 ... "난 무조건 한식!" 이러는 꼰대스런 일행만 없다면 무조건 고고고 하시길. 정말 와인을 곁들이고 싶으나, 위치가 대리 부르면 한 5만원 나올것 같은 (대평리) 곳이라 눈물을 머금고 매번 참음 (일행이 있으시면 가위바위보해서 지는 사람 운전 미리 정하고 가시길) 여러 피자와 셀러드를 먹어 보았으나, 뭐 맛 없는게 없어서 따로 추천은 안하겠음. 1인 1피자 어른들은 충분히 가능. 심지어 걍 주는 식전빵도 맛있음 (우리집 키즈들은 이걸 훨씬 좋아함, 추가 시 2,000원) 여긴 여길 목적지로 하더라도 가볼만함
이태원 수제펍 in 제주. 이 안에 있으면 제주라는 사실이 실감이 안남. 각종 수제맥주가 수준급에 심지어 윙 등 안주도 상당히 고퀄. 금요일인가? 공연도 하신다는데 라이브 밴드까지 있으면 정말 외국 휠 제대로 날 듯. 히든클리프, 본호텔 등등에 머무시는 분들은 저녁에 꼬옥 가보세요. 중문 관광단지에서도 가깝습니다. 맥주 맛이 궁금하시면 일단 모듬 (조금씩 여러 종류 주시는 거) 드셔 보시고 결정하시면 좋을 듯. 이런 집들 다니면, "아. 제주에서도 겁나 오래 있을 수있겠구나 ..." 하는 생각이 듭니당.
서귀포의 숨은 보물 같은 고등어 횟집. 고등어가 1도 안 비리고, 맛있는 초밥에 해초와 싸 먹게 세팅해 주심. 테이크 아웃을 몇 번 해봤는데, 정말 한결 같이 맛있고, 철이 맞으면 한치회도 맛있습니다. 고등어회 비려서 싫다는 아픈 경험을 치유할 수 있는 집, 근처 가실 일 있으시면, 꼭 들러 보세요. 제주 용출 횟집의 80% 이상은 만족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