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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Dec 07. 2023

의문 : 살 것인가?

삶에 질린 불행덩어리라도 살 것인가?


5번째 만에 목차를 무시하다니. 제법 당돌하지 않은가.

어쨌든

저번 글에는 호기심을 가지라고 했다. 인간관계도 포기하지 말라고도 했다.


사실 오늘 할 이야기는 호기심이란 건강한 것보다는 의문이라는 체념 섞인 단어가 주인공이다.

포악해지는 삶

이런 젠장(이건 젠틀하게 표현한 단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기에는 지쳤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퇴사를 해도, 내 잘못으로 취준을 한다는 말을 들었고, 나이는 먹어가고, 신입취준생들더러 을이라면서 갑질을 하는 컨설팅 회사들과 상사인 사람들을 보고, 내 어린 시절에 난무했던 폭언 폭력과 방치를 보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 이유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질문, 이유.


나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잘 사는 사람들을 보면 억울함을 느꼈었다. 내 삶의 주된 정서는 생존을 위한 불안함, 그 트라우마로 인한 우울, 그리고 왜 나만 이래야 하냐는 억울함이었다. 나는 삶을 느껴본 적이 별로 없다. 나쁜 일이 아닌 최악의 경우 죽음이나 생존권이 끊기는 순간이 오지 않기를 빌었었다. 좋은 일을 바라는 방법을 몰랐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나의 어린 시절과 이어진 사회생활은 제3가 보기에는 신고가 들어갈만한 일이었다. 당사자는 그 일만 겪기 때문에 어떤 수준인지 가늠을 못 한다. 이런 낮은 자존감을 어른들은 기가 막히게 파악해서 괴롭혀왔다. 전 회사에서는 나에게 퇴사하라는 압박을 주려고 PPT를 만들거나 넌 앞으로 아무것도 못 할 거고 잘할 가치도 없다는 말을 하는 리더들 아래에 있었다. 정작 퇴사를 하자 그들은 그럴 줄 몰랐다는 듯이


내가 널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했고, 좋은 리더가 되려고 했고...


를 지껄였으며 인사팀을 포함해 나에게까지 물밑작업을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다. 나는 특정 나이 이후의 성인들을 혐오와 경멸의 시선으로 보기 시작했다.

X새끼들 진짜.

어쩌면 사고를 불러오는 불행의 아이콘이었을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나는 살면 안 된다고 생각해 왔다. 눈치 없이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에게서 살아남아서 사회생활을 하려니 채용 취소하고 나몰라 하던 리더와 갑자기 네가 한 게 없다며 정규직 월급을 못 주겠다는 플랫폼 대표를 만났다. 이들은 대부분 모두에게 좋은 사람인척 하며 나의 아이디어를 자기 것인 마냥 시도하기도 했다.


어쩌면 그런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내게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범죄를 당해도 신고를 안 할 거라고 보였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나를 향한 폭언과 폭력은 너무나도 익숙한 것이었기에. 그래서 다들 나를 함부로 대하는 거라고, 함부로 욕하고 건들고 생존권을 뒤집고 자기들을 깔깔대도 된다고 생각할 거라고.


그렇기에 나는 이런 의문을 가졌다.


살아야 할 것인가?


나이가 들고 깨달았다.

살 필요는 없었다. 이대로라면 그대로 살 것이다. 나는 어디선가 혐오스러운 일생을 마치고 자살하거나 살해당하거나 농락당해 고독사를 할 것이다.


그러니 질문은 이제 의미가 없었다. 다시 물었다.


살고 싶은가?


굉장히 살고 싶었다.


어드벤트 캘린더. 매일 다른 초콜릿이 나오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내 잘못과 미숙함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 잘못을 저지르게 된 요인은 너무나도 깊숙이, 나의 무의식이란 것을 알기도 전혀 억울하게 부여받았다. 그러니까, 억울함 때문에 살고 싶었고 억울해서 죽고 싶었지만 나는 생맥주를 좋아하는 나 자신을 최근에 알았다. 나라는 스토리를 가진, 점철된 인생을 가진 사람이 이 세상에 좋은 글이나 위로 한 조각은 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어른들에게 좋은 영향을 받은 적이 없기에, 나는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하다 못해 커피 타임이라도) 줄 주변인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술찔이로 스스로를 알았던 6년의 시간을 지나 생맥주와 와인을 좋아한다는 나를 알았다. 새로운 세상에 새롭게 알게 될 나와 살아갈 또 새로운 세상을 모르고 죽기에는,


MZMZ 퇴사퇴사라면서 그들을 욕하는 사람들과

정작 3년째 취준 중에 직장에서 괴롭힘 당해 다시 신입 취준하는 나.


요즘 젊은이들이 과소비가 심하다고 욕하는 언론과

한 회사의 지원 후 서류 불합격만 해대는 나와

그 서류 결과를 기다리는 수만 명의 우리들


젊은 애기 엄마들이 싹수없다고, 브런치 먹으러 다닌다고 욕하는 사람들과

가정 폭력으로 멍이 들며 경력 단절부터 고민해야 하는 젊은 직장인 여성들.


이제 어린이를 넘어서 그냥 욕먹는 , 괴롭게 산다고 이야기할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은 젊은이들.



이 모든 모순 사이에서 나는 감히 살고 싶은가?


줫같아서 조온나게 잘 살고 싶다.

거지 같은 인생과 어린 시절을 가지고 있기에 치열하게 살 수밖에 없는 퀘스트가 주어졌지만

내가 모르는 세상이 분명 있을 거고

내가 모르는 내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산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뭐어쩌구저쩌구 미야쟈키하야오의 어쩔TV로살것인가?



두 번째 질문, 방법


이 이야기로 이 연재 브런치북이 흐른다고 봐주시면 된다.

목차와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반성. 다음은 목차에 있는 이야기를 끌어오겠다.

오늘 저녁은, 포상을 줄 것이다.



그림 그렷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올림..담글에 올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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