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ul Dec 14. 2023

1을 회피한 사람이 100을 감당할 리 없다.

회피형에게 습관이 중요한 이유.

조금씩 그려본다. 요즘 그림을 너무 호다닥 그린다.

목차 괜히 없앴다. 그 모든 것들은 소재였는데 정말 아무 생각이 안 나니 힘들다. 내 머릿속에 다 들어가 있다고 믿은 내 잘못이다.
그래서 오늘은 목차 중에서 기억나는 것 한 가지를 적어보려고 한다. 는 개뿔 기억이 전혀 안 난다. 그러니까 내 이야기를 그냥 적겠다.
바로 회피에 관한 이야기이다.


- 회피하는 사람에게 습관이 중요한 이유

나는 회피형 인간이 아니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런 서론을 쓰는 이유는 상담을 받고 나이 30이 다 되어가는 지금, 내가 지독하게 회피해 온 모든 것들이 나의 삶과 일상을 망쳐버렸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눈앞의 일들이 작았을 때, 눈을 돌리고 이불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가 커져버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는 모든 일들이 대부분 그랬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척을 했다. 그래서 지금 모든 방면에서 최악을 찍고 있다. 나만의 잘못이 아니었고 피해자였던 경우가 많지만 결국 그 이후에 이런 악화를 선택한 건 나였다. 그 악화되는 과정이 눈에 보이지도 않았고 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니까 x 될 때까지 그냥 미루거나 안 보거나 x 되어도 안 보다가 망해버리는 것이다.

적어도 2시간은 그려야 봐줄만한 퀄리티가 나오는데 망했다.

회피형 인간이라고 라벨링을 스스로에게 붙이고 싶진 않지만, 지독한 회피는 끔찍한 결과를 낳는다. 1 레벨의 일을 회피하는 사람이 쌓이고 쌓인 100 레벨의 일을 해낼 리 만무하다. 더 감당 못할 것으로 커져버린 일들에 그냥 혀를 깨물고 죽고 싶을 것이다. 그래, 그것마저도 죽음으로의 회피다.

그래서 회피를 해온 사람에게는 더욱 습관이 중요하다. 회피하지 않을 정도의 작은 일들 말이다. 혹은 이것저것 해보면서


 '나는 청소는 한 번에 못 하지만 쓰레기는 한 번에 많은 양을 치울 수 있네. 그러면 매일 자기 전 롤러나 미니 청소기로 바닥을 쓸고 바닥 닦기는 일주일에 한 번 하자. 대신 쓰레기는 큰 봉지를 두고 모아두었다가 한 번에 하는 거야.'


라고 파악이 가능하다.

이렇게 뼈저리게 느끼고 깨달은 데는 내 글을 보신 분들은 아시다시피 나의 망함이 있었다. 지금도 현재 진행형 중이라 부끄러운데, 나의 경우는 '지출' 즉 소비 관리 측면에서 회피를 하다가 모든 것이 감당 못할 수준이 되기 전에 정신을 차렸다.

- 나의 지출 이야기

지출이라… 나는 돈을 모아서 큰 것 하나를 사는 걸 좋아했다. 여행일 때도 있고 좋은 태블릿이거나 옷 한 벌일 때도 있었다. 이렇게 들으면 건강하죠? 그랬다면 이 글을 쓸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허접하군.

이러다 보니 평소에는 과소비를 하지 않는 편인데, 취업 준비생 & 친구들과 함께 살면서 나는 과소비에 눈을 떴다. 일단 취준생이니 스트레스가 쌓였고, 풀 곳은 없었고, 친구들과 살다 보니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때가 많았다. 배달 음식이 생각보다 한 번에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고, 한번 시키면 많아봤자 3만 원대니 그리 크게 잘못된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게 일주일 내내면 21만 원.


그리고 그게 습관이 되어 일주일에 평균 40만 원을 쓰는 것이 2년간 습관이 되었다. 그럼에도 큰일이 안 일어난 것은 과거의 내가 이 악물고 모아놓은 돈과 여러 체계덕이다.


(여담이지만 그래서 상태 괜찮을 때 이 악물고 열심히 살아봐야 한다. 나는 이럴 때가 굉장히 많다. 고3 때도 정신이 나가고 가출을 하곤 해서 시험 점수가 바닥이었는데 1, 2학년 때 굉장히 성적이 우수했던 탓에 인서울 중위권 대학의 기계공학에 무사히 입학했고 나쁘지 않은 스펙으로 자리 잡았다.)

누구 탓은 아니지만, 지금 돌아가도 자제를 했을지 자신이 없다. 일단 거실에서 친구들이 시켜 먹으면 방 안의 나는 약간 외롭고, 친구들도 나한테 미안해서 돈 안내도 되니까 한 입만 먹으면서 같이 놀자고 하고, 나는 또 ‘허세’가 생겨서 나중에 내가 사고… 취준생이니 더 억하심정에 허세가 생기고, 누가 날 챙겨주는 게 싫고, 취업했으니 돈 생겼다고 취업 안 한 애들을 매번 사주고...


그러다 보니 취업 이후에는 내가 밥을 누군가에게 사거나 선물을 사는 게 많아졌고 남들도 내게는 받기만 하고 주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런 사람이 돈을 모아봤자 얼마나 모으겠는가.


 모으기는커녕 심리상담을 받고 퇴사를 하자 모든 돈은 동이 나버렸다. 다행히 빚을 지는 정도는 아니지만 모은 돈을 다시 풀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나는 이 지경이 될 때까지 퇴사 이후로도 현실을 맑은 눈으로 보지 않았다.


어떻게든 된다고 생각했고, 배달 음식으로 인해 1년 만에 20kg가 찐 것도, 그로 인해 외모가 달라져버린 것도, 안타깝게도 그 외모로 평가를 받는 것도, 그리고 이젠 병원비 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마저도. 하기 싫었다. 비참해지기 싫었다. 그래서 지금 당장의 영광으로 회피했고 어쩌면 이 정도의 비참함은 없어도 되었는데 훨씬 비참해졌다.

만약 내가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제대로 지출 관리를 했다면, 혹은 딱 한번 오늘 먹을 야식을 안 먹었더라면, 정말 필요한 순간에 돈이 없다는 느낌을 받진 않았을 것이다.

난 대부분 과거든 현재든 나보다 나쁘거나 비참한 사람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다들 이 정도는 아닐 거라고 본다. 요지경까지 안 가기 위해서는 피곤해도 지금 해야 한다. 그리고 그걸 매일 5분 내에 할 수 있있도록 쪼개면 매일 짧게 할 수 있다.

만약 나처럼 당신이 그냥 망했다면 뭐, 이젠 더 내려갈 곳 없이 올라갈 일만 남았다며 세상에 법규를 날리고 짜릿하게 시작하면 된다. 대신 올라간 후엔 다시 소소하게 회피 말고 작은 일들을 해야 함을 잊지 말고.

이전 05화 의문 : 살 것인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