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ul Nov 30. 2023

우울증과 인간관계 - 잠수 그냥 타지 마라.

힘든 시기의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나의 우울증이 가장 심했던 때를 꼽자면(내가 삶을 계속 살아간다면 아마 갱신되겠지만) 20대 초반의 한 번과

지금이다 젠장.


그런데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전과 지금이 아주 많이 다르다. 이전에는 서울에 온 지 얼마 안 되었기도 했고 어려서 관계에 서툴렀다. 구걸하거나 끊어내는 방법밖에 몰랐고 학교 말고는 소속된 곳도 없었기에 말 그대로 관계가 '무'였다. 없었다. 지금도 여전히 아웃사이더지만 회사를 여러 번 옮기고 친구가 생기고 예전보다는 인간다워진 성격으로 갑자기 내가 연락이 안 되면 곤란해질 상황도 생겼다.

불쑥

흠, 제법 친구가 생겼나 본데 이 새끼.


어쨌든, 내 주변을 보았을 때, 우울증 혹은 이런 힘든 상황이어서 관계를 유지하기가 벅찰 때 크게 2가지 선택을 하는 것 같았다. 1. 잠수 2. 그냥 아닌척하고 밝게 살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1.5가 베스트라고 생각한다.(이건 그냥 내 생각임 틀릴 시  말이 맞음)


1. 잠수 - 잠수를 결심했다면 당신이 뭍으로 다시 올라왔을 때 당신에게 잠수를 당한 사람들이 그대로 당신을 맞아줄 거라고 기대해서는 안된다.

아마 이러고 있겠지 지금은

 염치가 아니라 개념이 없는 수준이다 그건. 나 또한 우울증 불면증 등이 심했던 친구가 갑자기 약속에 한두 시간 늦거나 취소하거나 잠수를 타고 없어지는 등을 겪었다. 그런데 상대를 잘 못 걸렸습니다 이쪽도 힘든 상황입니다. 그중 몇몇과는 연락이 닿아도 나는 이제 만나진 않는다. 뭐가 뭔지도 모르는데 바람 맞힌 적이 한두 번이어야지.


2. 아닌 척 밝게 유지하기 - 이건 나중에 참다 참다 자기가 터진다. 자기가 터지면서 남들한테도 피해가 간다.


당신 자신만 생각한다면 1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 순간 나만은 편하다. 하지만 2의 경우 당신도 나도 주변인도 당신의 미래와 현재 모두 늴리리맘보가 된다.

이런 관계가 생길것이다.

하지만 관계를 유지하는 게 벅찰 것이다. 나의 경우 대기업인 친구들이 계속 자기 얘기를 들어달라고 하는데 그게 정말 나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경우가 많았다. 몇 번이나 힘드니까 다음에 만나자고 해도, 고집을 부려댔다.

(내가 그리 좋은가? 그건 고맙지만 아마 내가 좋아서보다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럴 때 일단 나는 친한 친구들에게는 사정을 이야기한다. 이해해 줄 만한 애들에게 말이다. 상담을 듣기 시작했고 답이 늦거나 길게 가지 않을 수 있다고.

두 번째로는 카카오톡 프로필 문구에는 '급한 연락은 문자 부탁드립니다.'라고 적는다. 이러면 일 적이나 정말 급한 사정을 놓치는 일이 줄어든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약속을 줄인다. 사람한테서 얻는 것보다 빼앗기는 기가 많은 나날이다. 나는 최근에 가족과도 이야기를 덜 하고, 상담 나용을 곱씹거나, 내 자신을 위한 대화를 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각오는 해야 한다. 약속을 취소하거나, 약속을 거절할 일들이 많았기에 나를 이제 안 찾는 친구들도 생겼다. 그리고 어두운 이야기를 계속하다 보니 이런 류의 이야기가 힘든 친구들과는 자연스레 멀어졌다.


하지만 나는 어두운 이야기도 밝은 이야기도 함께할 수 있는 한두 명만 있으면 된다. 내가 원하는(좋아하는) 친구가 그런 사람이 아닐 수도 있고 실제로도 자주 그랬다. 너무 서운하지만 어쩔 수 없다.


확실한 건 누군가는 나를 떠나거나 불쌍한 취급을 하더라도 나의 상태를 이야기할 사람 한두 명에겐 털어놓아야 한단 것이다. 나의 상태를 아는 사람도 필요하고 누군가에게 털어놓아야 내가 조금은 숨이 덜 차기 때문이다.


정답은 없다. 다만 나는 이 시기가 관계에 있어서는 참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어린 사람일 경우 우울증이나 불안증으로 아는 사람은 끊기고 그 시기를 틈타 들어오는 나쁜 어른들도 있다. 그리고 반대로 이럴 때일수록 사람들에게서 허무감을 찾느라 더 많은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린 관계말고도 할 일이 많지않은가

어찌 되었든 아마 주변 관계에 변동이 생길 시즌이다. 여기서 그냥 잠수를 타버리면 당장은 편하더라도 평생 그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된다. 잠수를 타더라도 많은 것을 고려하고 고민한 후에 자신을 위한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


이상, 인생이 힘들어서 친구 다 잃어본 내가.

이전 03화 당신이 세상에 호기심을 가져야하는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