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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Nov 23. 2023

당신이 세상에 호기심을 가져야하는 이유

죽으면 안되는 유일한 이유, 아직 모르는게 많아서.

Be curious (호기심을 가져라)

어쩌면 궁금한 게 없고, 이제 나의 거지 같은 예상을 벗어나는 것이 없어서 죽음을 결심하는 건지도 모른다. 일단 나는 잘 살고 싶었다. 그러나 어차피 다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날 싫어할 것이며, 내가 하는 일은 하나도 안 되었고, 안 될 거고. 나는 이 세상에 궁금한 게 없어졌다.

싫어서가 아니라, 굳이 궁금한 것도, 되는 것도 없는데 살아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이제 나는 모든 사실이나 상황을 잘 알았다. 이런 듣기 힘든 이야기를 왜 길게 서문으로 잡았냐면, 사람은 괴로워서가 아니라 ‘눈앞의 모든 일이 이제 궁금하지 않을 때’ 삶을 포기한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싶었다.


조금 더 다르게 말해보면, 당신이 죽고 싶다면, 아니면 살고 싶지 않다면 이 세상에 호기심을 가져보는 것만으로 살아볼 가치가 생긴다고 말하고 싶었다.



이걸 어떻게 깨달았냐면, 여행을 갔다가 알았다.


솔직히 말하면 사고사가 나서 그냥 다시 뭍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궁금하지 않았고 미련도 없었고 이 정도면 해볼만큼 해본 삶 같았거든.


그런데 돌아오는 길의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서울, 제주도, 바다, 구름, 이쑤시개 같아 보이는 거대한 풍력 발전기. 내가 모르는 건 이 세상에 줘어어어어언나 많다. 오만이었다. 적어도 삶을 포기할 때 ‘궁금한 게 없어서’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유였다. 이래서 사람들이 여행을 가나보다.



Be Curious. 우울증과 호기심에 대하여.



굳이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 살 필요도 없지만, 그럼에도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추천한다. 우울증이 심한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관련된 나의 이야기와 내가 본 콘텐츠들을 공유한다.

나에게 호기심의 중요함을 다시금 일깨워 준 콘텐츠는 3개이다.


첫 번째는 지금은 네이버에서 유료화된 웹툰 중 하나인 현이 씨 작가님의 ‘즐거우리 우리네 인생’ 시즌 3의 33화 ‘무의미했다.’ 편이다.

https://naver.me/IgNq3mch


유료화된 편이라 자세한 말은 못 하겠지만, 이제 모든 것을 다 알았고 궁금하지 않다는 친구분에게 주인공(현이 씨 작가님)이 ‘아직 알아야 할 세상이 있을 거야’라고 말해준다. 위로라기보다는, 정말 ‘사실’ 같은 느낌이랄까. 처음 이 편을 봤을 때는 3,4년 전으로 이해를 거의 못했다. 그때는 우울증이 지금과 비슷하게 심했지만 체력이 좋았던 어렸던 때라 그런지 와닿지 않았는데, 지금 제법 이해가 된다. 궁금하지 않다는 사람도 알아야 할 것이 많다고 말해주는 사람 모두 말이다.

두 번째는 스티븐 호킹의 마지막 연설이다.

스티븐 호킹은 장애로 몸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볼의 떨림으로 하고자 하는 말을 인식하여 기계 음성으로 강연을 해왔다. 그때 늘 시작하는 말은


Can you hear me? - 제 목소리가 들리나요?



https://youtu.be/Yv94X7HkT6c?si=p3XZYx7qTkojsLvP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이 들리는데, 나중에는 울림이 들린다. 누군가에게 어떠한 장애나 불편함을 거슬러서라도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사람의 의지가 아름답다. 나는 그 어떤 말도 듣고 싶지 않고 하고 싶지 않은데 말이다.


마지막 연설에 스티븐 호킹은 말한다.


Be curious. 호기심을 가지세요.


이 우주란 것에 우리가 흥미를 가지고 얼마나 알아야 할 세상들이 많은지. 왜 우리가 호기심을 끊으면 안 되는지를 간단하게 이야기해 준다.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덤덤하게 기계음으로 전달하면서. 잘 들리는지를 다시금 물어보면서 끊임없이 말해준다.

세 번째는 제주도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책이다. 책읽아웃에서 몇 년 전에 소개되었던 책인데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이란 동화책이다.

식당에서 밥을 기다리는 동안 앞부분을 잠시 읽고 두고 왔는데 웃기게도 숙소에 오니 내 다른 책이랑 섞여서 잘 못 들고 왔더라. 가게 사장님께 다음날 가져다 드리겠다고 말하고 할 것도 없어서 그냥 뒷부분을 읽었다. 거기서도 삶의 호기심과 관련된 문장이 나오는데 미쳤나 봄 사진도 메모장으로도 기록이 안 되어있다. 궁금하시면 읽어보시라, 이렇게 또 호기심을 자극하는 유익한 저 어떻습니까?(대충 수습하는 척)

가끔은 삶에 너무 몰입된 자세가 방해가 된다. 나는 종종 우울증 환자란 자의식 과잉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삶이 너무 특별하고 잘 되어야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들이 제법 있기 때문이다.


영화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주된 메신지인
Nothing’s matter. - 아무것도 의미 없어.


이 말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 아무것도 의미가 없다는 허무함. 두 번째 무엇이든 의미가 없으니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어떻게 해도 괜찮다는 가능성. 허무함과 가능성은 한 끝차이이거나 아니면 같은 개념일지도 모른다.



삶에 호기심을 가져라, 우울한 삶이라도 내일을 맞이하게 해 줄 힘이 된다. 그래서 나는 혼자만의 여행을 추천한다. 나의 문제에서 억지로라도 빠져나올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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