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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l Oct 13. 2024

반추를 반추하다.

우울과 불안으로 점철된 사람이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뇌, 신경과학, 반추, 우울증 등에 관심을 가지게 된 지 벌써 10년이다. 물론 나는 딱히 능력이나 열정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걸 연구하거나 공부해서 뭔가 진로를 바꾸거나 하는 업적은 없다. 다만, 세상을 원망하고 나를 원망하고,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나를 혐오하며 존재를 지워버리는 선택은 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여러 컨텐츠를 보는데, 그 중 지나가듯이 '반추'에 대한 영상들을 보았다. 곱씹는 것과는 다른, 반성과도 다른..반추. 반추를 하면서 나는 눈 앞의 일들을 회피할 수 있다고 착각했다. 혹은 내가 잘 못 저지른 / 선택을 잘 못 한 / 내 잘못이 아니었음에도 그냥 운이 안 좋았던 과거를 반추하면서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고 , 되돌릴 수 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생각은 엄청나게 많이 하면서 그로 인해서 힘들어하는 나의 감정과 상황은 인정하지 않고 도망쳤다.


그걸 깨달은 지 몇년이 지났는데도 다시 나는 절망했다. 반추를 하면서. 여러 회사를 거치고 결국 다시 신입이 되었고, 어릴 때, 학생 때,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겪었던 모든 괴로움을 반추했다. 안타깝게도 나는 거지같은 나날들이 지나면 행복한 시기만 온다고 믿었다. 사람들은 내가 문제라고 했다. 심리상담을 듣다보면 종종 '너에게만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라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건 내가 믿었던 보호자들이 종종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던 말이었다.


그래도 할만해, 하던 때가 없다. 지옥을 벗어나니 그냥 다른 지옥이 펼쳐져 있었다. 그 사회에서, 기업에서, 그룹에서 나만의 문제같았다. 그러면 다른 곳을 찾아가야하는데 몇번이나 다른 곳을 찾아 도망쳤지만 결국 비슷하게 봉착했고 괴로워했기에 자신이 없어졌다. 사라지고 싶었다.


뭐가 잘못되었지? 내 상황? 나만 이런 상황인건가? 아니면 다른 이들은 모두 축복받았다는 건가? 나만 잘못하는 건가? 다들 날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과연 다른 곳, 다른 사회를 가도 될까? 난 여기서 조금은 버텨보고 싶은데 정말 아무도 날 받아주지 못 하면 어떻게하지?


그러다가 친구에게 카톡이 하나 왔다.


날씨 좋은데 어디 안 나가냐?


= 그만 땅굴파고 놀러나 가라 새x야.


그래서 반추를 반추하고 반추를 그만두고 있다. 참고로 여기 날씨는 별로 안 좋다, 그냥 커피 마시러 왔다.


반추의 매력적인 점은 다시 그 시절로, 순간으로 돌아가서 눈 앞의 수습해야할 감정들과 인정해야하는 망가진 내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모든건 착각이다. 난 아직도 내일의 근무와 환경과 앞으로의 내가 마주쳐야 할 것들이 무섭다. 그럼에도 내가 내일도 별 탈이 없어서 결국 살아가야한다면, 나만은 내가 덜 괴롭게 해야겠지. 해야하는 일에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을 해야겠지는무슨하기싫어죽겠다.


하지만 죽는 것보다는 사는게 낫것지...


진짜 나만 이렇게 머리와 마음이 터질 것 같이 괴롭고 작은 이야기 하나하나가 괴로운건가. 삶이 항상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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