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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너무 많아서 쓰지 못했던 글들 파편 모음

따뜻한 카푸치노 들고 광활한 우주를 인식하며 굳이 하늘보기

by chul Mar 0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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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비 오는 날에는 따뜻한 카푸치노다. 나는 강경 아이스파이고 좋아하는 카페에서는 늘 카페라떼(아이스), 바닐라라떼(역시 아이스), 아메리카노(아이스 아니면 죽음뿐)만 시킨다. 단골 카페 점원분들은(사장님도 있음) 내가 멀리서 오면 미리 바닐라라떼를 찍어놓거나 다른 메뉴를 시키면 놀리곤 하는 정도.


브런치 글 이미지 1


그렇게 오늘은 단골카페 2년만에 따뜻한 카푸치노를 시켰다. 비가 오는 날은 어째선지 오히려 시원한 아아메가 땡기곤 하지만 최근엔 마음이 포근해져야만 했다. 이런 날은 이 문단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시나몬 가루를 뿌려댄 우유폼이 있는 따뜻한 카푸치노를 마셔야만 한다.


안타깝게도 이 글은 저 서론 문단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할 작정이다. 먼말이냐면 나는 최근에 글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하고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이 회사에서 억울하게 고생을 하고 욕을 먹고 일이 아무리 많아도 이 직전 직장에 비하면 워라벨이나 사람들의 진상 수준은 훨씬 낮은 편인데도 글을 못 썼다.


그 지옥같던 전직장에서 출근 전, 살기 위해 아침마다 글을 어떻게든 써대고 헬스를 가고 출근을 했다. 하지만 한번 무너진 루틴으로 글은 완성되지 못했다. 나름의 핑계가 있었다. 나의 친구들이 내 브런치를 종종 알고 있다는 점과 안 만날 것 같던, 서로 글만 주고받던 멋진 작가들과 찐친구가 되어 자주 만나게 되었고 나의 날것의 생각들을 오로지 드러내기에 약간 망설여졌다는 점. (그니까 나는 간지나보이는 글이나 적어도 다듬어진 글을 올리고 싶었던 것이다!) 어떤 글을 완성하기까지의 에너지가 괜히 적응중인 지금 직장과 인간관계에 몰빵이 되었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 글 이미지 2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너무 많아서

쓰고 싶은 글이 더럽게 많아서

욕하고 싶고 칭찬하고 싶고 울고 싶고 전달하고 싶고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나마 스쳐가는 그 생각과 글감과 내 사람들과 나의 인생에 대한 파편들을 메모장에 추가했지만 추가되는 속도가 글이 완성되는 속도보다 빨라서 숨이 막히다보니 글을 완성해내지 못했다.


그래서 이 글은 뭐라도 써보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내가 쓰고 싶은 글들의 소재만 의식의 흐름으로 짧게 미리 올리는 것이다.





첫 번째, 없어보이는 나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그리 작은 편도 아니지만 내가 다닌 곳 중에선 가장 작았다. 없어보인다는 것은 지금처럼 살아있는데 상황이 나빠지기만 했던 나를 용서하고자 노력한다는 의미'였다'. 안 맞았던 어려웠던 전공, 당시엔 취업 깡패라 불렸던 전공을 버리고 대기업 인턴으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나는 정규직이 되지 못했고, 점차 더 작은 회사, 더 작은 회사에 겨우겨우 취직을 했다가 여기에 왔다.


신기하게도 여기서 나는 없어보이는 나를 많이 받아들였다. 그건, 음, 이 회사가 정말 얼렁뚱땅인데(실수하면 진짜 큰일나는 사업임에도) 리더급의 사람들이 일을 정말 대충하고 말도 대충하고 실수는 자기보다 어린 사람에게 뒤집어 씌우려고 혈안이 되어있는 모습을 보면서

브런치 글 이미지 3

'저 새끼들보단 내가 낫군. 나는 적어도 저런 실수나 저런 한심한 마음으로 뒤집어 씌우진 않으니까. 오늘 엄청난 그 실수는 내가 용서하마. 남들에겐 미안한 척 하자.' 고 생각하게 되었다.


전 직장에서 워낙 공개적 장소에서 욕을 많이 먹었기에(팀장급도 당하는 식이다.) 이제 남들 앞에서 굴욕 정도는 참을만한, 대신 나를 용서해주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런 나의 이야기를 한번 나답게 써볼 것이다.



두 번째, 영웅으로서 사소한 것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이야기를 하겠다. 

브런치 글 이미지 4

뭔말이냐, 지금 눈 앞의 저 뭣같은 새끼, 작은 월급, 힘든 일, 혹은 관계 뭐든간에


우주라는 것을 생각하면 아주 사소하게 느껴진다.


브런치 글 이미지 5

우주가 너무 크면 당신 인생 전체를 생각하면 정말 별 것 아닌 흘러가는 쓰레기에 불과함이 실감난다.


브런치 글 이미지 6

 나는 이제 전직장의 싸이코패스들의 이름과 얼굴이 가물가물하다. 대강 내가 지금까지 30년정도 살았다치면 그들로 인해서 괴로운 것은 1년정도였으니 1분의 30 =  0.333... 내가 운이 좋아서 80살까지 살아있다면 1분의 80 = 0.0125 하지만 그 1년이라는 해의 24시간 하루하루 모두가 그들로 채워진 것은 아니었으니 실제로는 0.0125보다 한 100은 더 나뉘어야 그 비중이 대강 될 것이다. 그러면 0.00125....


그래서 나는 우주관련된 컨텐츠를 좋아한다. 하늘만 바라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무서울정도로 넓은, 이 지구가 먼지 한 톨 조차 되지 않는 공간을 향해 시야를 돌리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 광활함과 호러스러운 규모에서 내가 말을 하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곳에서 나의 사람들을 만났고 이런 직장이나 분야를 선택했다는 것이 하염없이 신기하고 기적적으로 느껴진다.

이 우주를 거슬러 만난 쓰레기들에게 진심다해 저주를이 우주를 거슬러 만난 쓰레기들에게 진심다해 저주를


세 번째, 두 번째와 비슷하게 나는 다시 한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제 다시 넷플릭스에 나온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아직도 나는 내가 엔지니어라는 전공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때는 취직했던 곳들 혹은 목표로 했던 곳들의 초봉이 이 기업 혹은 이 분야의 몇년차보다도 높았다. 꼭 대기업정도가 아니어도 말이다. 여기서는 그냥 회계부터 재무 마케팅까지 모두 하고 있고 그냥 다른 직업을 선택하는게 나아보이기도 한다. 아니면, 그때 오퍼가 온 it기업에 들어갔으면 원했던 분야를 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내가 코로나 터지기 직전이 아니라 휴학을 하지 않고 졸업을 해서 미리 취업을 했더라면, 아니, 반수를 조금 더 열심히 해서 더 좋은 대학을 갔더라면, 그때 그 친구를 만났더라면 그 말을 안 했더라면, 잡았더라면, 포기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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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에블린처럼 지금 이 내가 주인공인 메타버스가 가장 초라하기에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을수도 있고. 그렇기에 나는 글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조금 체념적인 이야기지만 그게 정말 메타버스라면, 아예 다른 평행우주라면, 안타깝게도 나는 그 곳을 갈 수 없다.


나의 가장 큰 상처는 어머니와 아버지이다. 이 브런치의 시작부터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하지만 어쩌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도 그 가족들인지도 모른다.

브런치 글 이미지 9


괴롭게도 어머니는 이 영화를 보지도 않은 주제에 함께 우주로 떨어지는 이 맹한 눈알을 붙인 에블린 돌멩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외롭게 해서 미안하고 시간을 돌릴 순 없고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역겹겠지만 본인은 내가 가족이고 딸이라서 행복했다고 했다.


그렇게 네번째, 누군가의 인정과 사과가 없이도 당신은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런 이야기들을 해 볼 것이다. 어떻게든 아주 작은 파편이라도 조금씩 다시 올리면서 말이다. 그럼, 연휴 다들 잘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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