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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garden Nov 20. 2019

약자에 대한 인식과 헐거운 시스템

'한국, 이런 건 아쉽더라' 2 - 더 배려해 주세요

해외살이를 통해 본, '한국, 이런 건 아쉽더라' 2

장애인, 노약자, 유아에 대한 배려가 더 필요해요



미국 여행에서 만난 인상적인 점 몇 가지


 1) Accessibility

Accessibility,
우리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고객을 먼저 생각합니다.


2여 년 전이다. 둘째 아이가 막 만 3세가 되었을 때, 우리 가족은 올랜도에 있는 디즈니월드로 7박 8일 여행을 갔다. 어린 둘째를 키우느라 제대로 된 여행을 해 본 지 오래되었던 우리는 들뜬 마음으로 미키 미니마우스 캐릭터로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호텔을 예약했다. 예약하는 옵션에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어? Accessibility? 이게 뭐지? 나도 필요한 옵션이 아닐까 하며 물음표 아이콘을 눌러본 적이 있다. 이 옵션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로 그들을 위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방, 휠체어가 쉽게 접근 가능한 방이어야 하는지 묻는 옵션이었다. 그들의 요구를 들을 준비가 된 호텔 예약 시스템이 새로웠다. 그리고 모든 방을 구분할 때 옵션 중 하나가 Accessibility라는 것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우리 호텔은 휠체어를 사용하는 고객을 먼저 생각합니다."라는 점 말이다.


디즈니월드는 총 4개의 테마파크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 파크는 어마 무시하게 크다. 그래서 몸무게가 45kg이 되는 아이에게까지 유모차를 대여해준다. 넓은 면적을 걷다가 지치는 아이들을 위한 배려다. 첫째 J는 유모차가 필요하지 않았다. 지치지 않는 에너지를 장착한 첫째여서다. 그리고 걷기를 거부하는 둘째.  다른 둘을 데리고 우린 디즈니월드의 , 올랜도로 떠났다.



2) 휠체어를 탄 관람객이 많다

몸이 불편한 이들의 행복 추구권,
우리도 즐길 권리가 있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파크를 둘러보는데 유난히 우리나라 놀이공원과는 다른 점이 눈에 들어다. 바로 휠체어를 탄 관람객말이다. 장애인이나 노약자인 경우였다. 우리나라 놀이공원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다음이었다. 파크도 파크지만 파크와 파크를 이어주는 거리도 상당히 멀어서 파크 간 셔틀버스를 운행했다. 그리고 파크와 호텔 간 이동도 셔틀버스를 이용했다. 우리는 매일 마지막까지 열심히 놀고 저녁 8시쯤 되어서 호텔로 가는 셔틀버스를 탔다. 그런데 버스가 도착했음에도 우린 늘 기다려야만 했다. 기다리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 맞다, 나는 기다리는 것이 싫고 어색한 한국인이었다. '차가 섰으면 문을 열여야지, 정말 피곤해 죽겠는데 왜 안 열어주는 거야?'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쒸익~ 하고 버스가 소리를 뿜어낸다. 3) 버스 차체가 바닥으로 쓰윽 주저앉는다. 그리고는 바닥과 버스체 간을 이어주는 길이 놓인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익숙한 모습으로 제일 먼저 버스에 올랐다. 속으로 문을 안 연다고 불평했던 마음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도 조용하다. 빨리 좀 하자던지, 4) 불편한 눈길을 보내는 승객들도 없다. 계 각지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이 그 장면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버스가 저렇게 주저앉는 시스템 앞에서 우리가 어떻게 불편한 눈길을 보낼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 안에 있는 순수하고 맑은 미소를 꺼내어 타인을 마음껏 배려할 수 있다면!





직시하고 싶지 않은 우리의 현실


우리나라 놀이공원/호텔 업데이트가 필요해요!


우리나라는 어떨까.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 숫자는 외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놀이공원에 휠체어를 타고 온 사람을 보면 일단 아래 위로 훑어보기 일수다. 불편한 시선만큼, 시설도 만만치 않게 불편하다. 호텔 예약을 할 때 장애인을 위한 옵션을 묻는 질문은 없다. 거기다 몇 해 전에는 놀이공원 측의 차별 규정 때문에 장애인협회가 고발을 하기도 했다.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이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경우 놀이 기구를 탑승할 수 없다는 말도 안 되는 규정 때문이었다.


우리의 도로 환경 어떤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교통 약자에 대한 배려는? 돌길과 계단, 높은 턱 등은 교통 약자인 장애인, 노약자, 유아들의 보행 방해꾼이다. 이제 우리의 인식도 서서히 바뀌어 유모차, 휠체어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여행지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그 수는 턱없이 적. 장애인 시설이 들어온다고 동네가 한마음이 되어 혐오를 공식적으로 하는 토론장을 열고 시위를 하는 우리네 모습이 여전한 이상, 막말을 내뱉는 우리의 이웃들이 아직도 존재하는 이상, 우리는 갈 길이 멀었다.


이동이 불편한 사람은 놀이공원에 가지 말아야 하나? 몸이 불편한 사람도 여행을 다닐 권리,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너는 몸이 불편하니까 그냥 집에 있는 게 편하지 않겠어?"라고 배려하는 척 소외하는 우리의 권유는 미덕이 아니다.


너도 나도 함께!


모든 게 네 마음에 달렸어!
라고 응원할 수 있는 나라


"모든 게 네 마음에 달렸으니 (환경과 조건 따지지 ) 네가 떠나고 싶으면 떠나자."라고 말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환경과 조건이 따라주지 않는 데다 네 마음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라고 취급해버리는 우리의 인식이 그들을 더 코너로 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인식의 변화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차별이 왜 아픈 것인지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그냥 편한 게 편하거라는 변화를 지양하는 우리 안의 안이한 본능을 거슬러야 한다. 역지사지의 사고, 감정이입을 하는 방법, 그것을 연습해야 한다.


나는 어디로부터 왔는가에 대한 이어령 교수의 말은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교수의 '나는 36억 년 플러스 80여 년의 생물체라는 인지'가 말이다. 오늘의 나는 나의 탄생에 이어진 나의 삶에 국한된 단기간적 사고를 벗어나 인류의 탄생에서 이어진 우주와 맞닿은 존재라는 생각으로 확장된다면, 우리는 '내가 너보다 잘다'는 생각에서 조금은 멀어질 수 있지 않을까.


때로는 선 서비스, 후 인식 변화도 꽤 괜찮을 것 같다. 인식이 변화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시스템을 만들어가면 좋겠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도 미국의 약자 우대 시스템 앞에서 숙연해졌듯 말이다.


Service for ALL!


인류의 탄생 이야기도 꺼내고 좀 무거워졌지만, 해외살이를 통해 본 한국, 이런 건 아쉽더라 두 번째는 우리가 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다. 모든 서비스가 약자인 노인과 장애인, 유아까지 모두 품는 것이면 좋겠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보다 편하게 그리고 즐겁게,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큰 고민 없이 실행할 수 있는 나라가 내 나라면 좋겠다.



* 사진 출처: gettyimag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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