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친구가 임대인으로부터 통보를 받았단다.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계속 집에 거주할 권리는 없는지 정보를 공유해달라는 SOS형 게시물이었다. 임대차 보호법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임차인은 아무 손도 쓸 수가 없어서 친구는 집을 새로 구해야 했다. 그런데 그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났다.
문자가 왔다. 집주인이다.
문자 캡처
해외에서 몇 년을 살다 한국에 들어와서 집을 구하는데, 가격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집을 마련해놓고 떠났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으로 온 머리가 곤두섰다. 2년 전 서울에 집을 구할 때도 집 값이 높았고 더 뚫을 고지가 있을지는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정부가 집 값을 잡으려고 손을 댈수록 집 값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었다.
대통령이 꼭 봐야할 '집값' 두 그래프 (2013.11.6, 아시아경제) / 이 때로 가고 싶다아아아
집주인의 연락을 받고 남편과 나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당연히 전세계약 연장을 해서 2년은 더 살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임대차 보호법은 널뛰는 부동산 시장에서 우리를 지켜줄 울타리 같은 역할을 해줄 것이라 입맛대로 해석했다. 우리가 사는 집도 2년 전보다 전세가가 2억이 올랐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커가는데 평수를 줄여서 갈 수도 없다. 대출규제도 심해질 거라고 하고, 금리도 오를 거라는데, 당장은 대출규모를 늘려야 해서 향후 미래가 어떻게 그려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불안과 걱정도 따라온다.
외국에 살 때는 월세 개념의 렌트비를 내면서 살았다. 그 비용을 생각하면 한국은 임차시 집 값이 싸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전통적인 부동산의 그림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나 보다. 그림이 조금씩 틀어지고 있다.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요즘처럼 서민들의 심리를 롤러코스터 타게 한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집을 빌려줄 때는 전세에 익숙한 우리나라도 점점 전월세 혹은 월세로 전환해가는 분위기다.
앱을 켜고 이사갈 집을 물색 중이다
오늘도 부동산 앱을 켜고 시세를 알아본다. 얼른 동네 부동산에 들러 집 구할 의사를 말해야 되는데, 집안일은 쌓여있고 더군다나 남편은 토요일 새벽부터 출근을 했다. 바쁘고 또 바쁜 일상에서 곧 닥칠 이사를 준비해야 하니 마음이 조여 온다. 이 와중에 첫째가 수업시간에 있었던 이야기를 공유해주니 마음이 한결 편해지고 감사의 마음도 조금 올라온다. 환경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와 압박 속에서 오늘도 내면의 중심을 다잡아야겠다.
해외살이를 통해 본 '한국, 이런 건 아쉽더라 5'는 바로 예측할 수 없이 고공행진하는 '고삐 풀린 집값'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