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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garden Oct 22. 2021

무례한 외모 품평

'한국, 이런건 아쉽더라' 4

해외살이를 통해 본, '한국, 이런건 아쉽더라' 4

무례한 외모 품평은 이제 그만!



같은 컴파운드에 살았던 친구 A. 난 한국인, 그녀는 스페인인으로 우린 꽤 의지하는 친구로 지냈다. 비슷한 또래를 키우는 아이 엄마로, 비슷한 처지로 자메이카에 온 이방인으로, 일상을 공유하고 함께 빵도 굽고 운동도 다니고 커피도 마시러 다녔다. (그녀와 찍은 사진은 이 글의 흐름상 없는 것이 유익할 것 같아 생략한다)


그러다 우리 이웃에, 한국인 가정이 주재원으로 이사를 왔다. 그 우리 가정과 식사를 할 때나 잠시 수다를 떨게 될 때, 가끔 그녀의 '외모'에 대해 언급했다.


A는 정말 예쁜 것 같아요. 꼭 영화배우 같기도 하고.


네? 아, 네.


그래, 그녀 예쁘지. '혼자 생각하지, 왜 다른 이에게 말하며 동의를 구하지?' 해외에서 오랜만에 들어보는 외모 품평이 어색했다.


며칠 후, 우린 누군가의 생일 파티에 참석해서 수영장에 둥그렇게 둘러앉았다. 그가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그: Hey A, you know, you look like an actress, ㅇㅇㅇㅇ.


배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안 듣고 싶었나 보다.


그녀: Sorry, I don't get it. what are you talking about?
그: Oh,  the actress I mentioned is so beautiful and I've kept thinking you look like her much.


'헉... 이제 그만 말하지..'


그때 A의 멈춘 듯한 표정. 친구는 '그래서 그게 왜?' 하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옆에서 그 광경을 목격한 나 역시 같은 표정이었을 거다.


It's not a good manner! Oh please stop!


'내가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외국인 친구들과의 대화 중에는 상대의 외모에 대해 말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고작 있다고 하면, 내가 들은 이야기 중에는, "오늘 네가 입은 셔츠 참 마음에 든다(I like your shirts)." "너 데님 쇼츠가 멋지다(I like your cool shorts)." 정도였다. 상대의 얼굴이나 상태에 대해 언급하는 경우는 정말 없었다. 아주 어린아이에게는 가끔 말한다. "Wow, she is so adorable!", "Lovely!" 정도가 다였다.




한국은 전반적으로 외모 품평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얼마 전 들은 이야기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국감 자리에서 의원의 질의에 흐흐흐 웃은 웃음이 화제였고, 누구는 의원을 모욕한 행사라며 그 자리를 쫓겨날 수도 있었다고 얘기들이 오갔다. 한 직원이 말했다.


예전에 그 ㅇㅇㅇ 해수부 장관(여자다) 있잖아요. 국감 자리에서 의원들 질문에 실실 웃으면서 대답하고. 거기다가 얼굴도 못생겨서 그 자리에서 쫓겨났잖아요.


헉.. 내 귀를 의심했다.


그건 외모 비하 발언 아닌가요?


라는 내 말에 옆에 있던 직원도 동의하자, 그가 다시 말한다.


정치인들 외모로 들어오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 장관은 정말 능력도 없는데다 웃으면서 대답도 못하는데 못생기기까지 해서...


어쩌고 저쩌고.. 본인의 생각을 다시 한번 합리화하며 관철했다. 하지만 그것은 무례한 외모 품평, 외모 비하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불편했다.


어디에나 있겠지만 한국 와서 유난스럽게 느낀 '해외에서 본 한국, 이런 건 그렇더라 4'는 무례한 외모 품평이다.


그만이요!
당신의 외모 품평은 사양할게요!



* 사진 출처: gettyimag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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