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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무열 Oct 26. 2022

기저세포암 - 한국인의 가장 흔한 피부암


"원장님. 점 좀 빼주세요."

"흠. 점치고는 모양이 좀 이상한데요. 혹시 검사해보신 적 있나요?"

"아뇨. 그냥 레이저 2-3번 뺐는데 계속 재발하더라고요."

"이건 그냥 점은 아닌 거 같고, 뭔지 조직검사를 한 번 해보셔야 할 거 같아요."

"여기서도 되나요?"

"네. 조직검사는 해드릴 수 있는데, 혹시라도 암으로 진단이 된다면 대학병원에 가셔서 수술로 제거하셔야 돼요. 그 제거 수술은 저희가 못 해 드려요."

"암이라. 괜찮겠죠? 갑자기 겁이 나네."

"피부암은 다른 장기 암이랑 다르게 전이가 잘 안 돼서 대부분 제거만 하면 문제없으니까 너무 걱정 마시고, 빠르게 진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오늘 조직검사받고 가세요."


내가 진료를 보면서 암이 의심되어 조직검사 한 병변 중에 가장 많이 만났던 암은 기저세포암이다. 위 대화를 나눈 환자 역시 기저세포암이 진단되어 수술적 치료를 받았다. 대부분 환자들이 암이라고 하면 덜컥 겁을 먹고 암을 언급한 나에게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지만 수술을 받고 나서는 오히려 암을 빠르게 진단해준 데에 감사를 표하고 나도 보람을 느낀다.


기저세포암은 통계적으로도 한국에서 가장 흔한 비흑색종성 피부암이며, 40세 이상에서 발생하고 60대에 가장 많다. 자외선 노출이 많은 얼굴에 많이 발생하고 보통 약간 검은색의 튀어나온 구진 형태로 생기다 보니 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겉모습이 비교적 젠틀하고 통증이나 가려움 같은 자각증상이 없어 암을 의심하기는 쉽지 않고, 병변의 크기가 커지거나 색이 이상해 지거나 궤양이 생기는 등 이상이 발생하여 병원에 내원하게 된다. 빠르게 진단만 되면 수술적인 제거로 쉽게 제거가 가능하지만, 오래 방치하는 경우 뼈를 침범하기도 하고 눈 주변에 생기는 경우 안구를 침범할 수도 있기 때문에 40대가 되면 얼굴을 자주 보면서 이상한 부분이 있나 주의 깊게 관찰하여 암을 의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아래와 같은 상황이 생기면 암을 의심하여 병원에 내원하는 것이 좋다.

위 사진들처럼 기저세포암은 그 형태가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특정 모양을 가지고 의심하기보다는 일반적인 암 병변의 특징을 토대로 의심을 해야 한다. 암은 세포들이 통제력을 잃고 자기 멋대로 자라는 질환이기 때문에 그 양상이 병변 모양에 드러난다. 병변의 형태가 비대칭적이고, 경계가 불분명하며, 색이 균일하지 않고 다양하게 나타나며 크기가 갑자기 커지고 염증이나 궤양을 동반한다. 그에 반해 양성종양의 경우 대칭이고 동그란 원형에서 타원형을 띄며 경계가 아주 명확하고 색이 균일하다. 그래서 뭔가 삐뚤빼뚤하면서 울퉁불퉁하고 안 예뻐 보이는 이상한 느낌을 받는 병변이 발생하면 병원에 내원하여 조직검사를 받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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