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그림을 시작한 시기에는 펜 드로잉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제가 참조한 많은 분들이 방수 잉크를 넣은 만년필이나 유성 펜인 라이너로 그린 후 수채로 채색하고 있었고 이 스타일을 '펜 앤 워시(Pen and Wash)'라고 부르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수채화는 감히 엄두가 나지 않았죠. 드로잉도 별반 나을 바가 없었습니다. 수채화를 좋아하시고 펜 드로잉에 그다지 관심이 없으신 경우에는 굳이 펜으로 드로잉을 하실 필요는 없을 수 있겠지만 연필을 사용하실 지라도 탄탄한 드로잉 실력은 좋은 그림의 기본적인 요소가 됩니다. 그리고 연필로 사용하더라도 아시죠? 지우개는 멀~~~리 치워두시는 것을 잊지 않으시면 좋겠어요. 영원히 쓰지 마시라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라인에 자신감이 확실히 생길 때까지는 그렇게 하시길 권합니다.
디지털과 지우개를 벗어난 제 민낯의 라인은 와일드함 그 자체였습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열심히 그린 아래의 드로잉은 뭔가 너무나 지저분하고 미완성으로 보였습니다.
이는 정리가 되지 않고 부정확한 라인을 남발해서 인데요. 여기서 이야기하는 정확성은 제도적인 정확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 펜으로 라인을 그어 설명을 드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밑은 쓰지 않으면 좋을 3가지 유형의 라인들입니다.
유형 1. 짧은 라인의 잔선, 털선을 계속적으로 사용하여 묘사를 하는 것인데요. 이런 짧은 라인의 경우 전체를 보지 못하고 선을 주저주저함으로 주요 형태 라인이 불분명해지기 쉽고 그림이 지저분해 보이는 1등 공신입니다.
유형 2. 선으로 명암을 촘촘히 채우는 '해칭(Hatching)'을 지그재그로 부정확하게 긋는 경우인데 이 또한 그림의 완성도가 떨어져 보일 뿐 아니라 지그재그 라인을 많이 사용한 경우 차짓하면 그림에 성의가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유형 3. 어떤 면을 라인으로 채울 때 길이와 간격이 일정하지 않고 면을 넘어서는 불규칙적인 라인들을 사용함으로 면 자체의 느낌이 파괴되는 경우입니다.
위의 스포츠카 펜 드로잉을 다시 한번 볼까요?
일부만 살펴봐도 쓰지 않으면 좋을 모든 유형의 라인들을 아주 골고루 사용하고 있죠? 사실 위 드로잉의 90프로의 라인들이 쓰지 았으면 좋았을 라인들입니다. 초반 저의 드로잉들을 보면 이런 라인들이 매우 많이 보입니다.
동일한 유형의 라인들을 찾으셨나요? 위의 유형들과 달리 쓰면 좋을 라인 유형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유형 1-1. 짧은 잔선, 털선과 달리 라인이 길다는 것을 것을 볼 수 있는데요. 다른 예를 옆에 보여드리려 저 정도의 길이에서 멈췄지만 훨씬 길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라인을 최대한 길게 사용하는 것은 형태가 비록 정확하지 않게 그려진 경우일지라도 자신감 있는 라인이 됩니다. 또한 긴 선을 쓸수록 그림 전체를 볼 수 있도록 시야가 확장됩니다.
유형 1-2. 직선을 사용할 곳에 긴 곡선 혹은 곡선들을 겹쳐 사용하는 경우인데요. 건물들을 그릴 때 이러한 라인들을 사용한다면 딱딱하고 삭막한 건물일지라도 좀 더 생명력 있고 개성 있는 모습이 될 수 있습니다.
유형 2. 면 안을 채울 때 간격이 비교적 일정하고 라인들이 면을 벗어나지 않았죠? 라인들이 면에 맞닿는 것이 좋겠지만 면에 닿지 않고 모자라게 그을 경우에도 그러한 여백들이 일정한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선을 그을 경우 선이 따로 놀지 않고 면을 서포트(support)하는 기본적인 표현이 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아. 참조로 펜이 아닌 연필로 드로잉을 하시는 경우 펜 라인들이 가진 특징들 외에도필압에 따른 두께가 조절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를 활용해서도 아주 멋진 드로잉을 할 수 있으니 연필을 주로 쓰시는 분들은 선을 쓰실 때 두께 조정도 다양하게 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펜의 경우도 두께가 조절이 되는 펜이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도 후에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거침없이 자신 있지만 정돈된 라인을 사용하십시오.
밑의 그림은 라인의 느낌이 좀 정돈되면 좋겠다는 피드백들을 받은 후 최대한 라인을 정돈하며 그려보려 노력한!그림입니다. 그때는 정말 많이 정돈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아직도 부정확하고 아쉬운 라인들이 많이 보이네요.
[야외 연회장 펜 드로잉 - 2017.06.14]
오늘 라인 드로잉에 대하여 글을 쓰는 김에 문득 '지금 처음의 자동차를 다시 그리면 어떤 느낌이 날까?' 궁금하여 예전에 참조했던 이미지를 다시 꺼내봤습니다. 안 쓰는 것이 좋을 라인 유형들과 쓰면 좋을 라인 유형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그려 봤네요.
[부가티 시론/ Bugatti Chiron 펜 드로잉 - 2020.10.21]
현재 어떤 유형의 라인을 쓰고 계신가요? 혹시 그 라인을 수정하고 싶으신가요? 라인을 수정하고 정리된 라인을 쓰는 것에 정말 좋은 연습이 있는데요. 다음 주제로 이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