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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한 Oct 21. 2020

#04. '어반 스케치'와 '위드로'

 작은 스케치북을 가지고 주변을 그려나가는 사람들, 여행 때마다 그림을 남겨 그것이 최고의 여행 기념품이 되었다고 하는 사람들, 음식이 나오면 사진만 찍는 것이 아니라 그림으로도 남기는 사람들. 그렇게 일상 드로잉을 즐기며 그림을 생활화하는 여러 그림 선배분들을 보면서 참 놀라웠는데 이것이 전 세계적인 그림 무브먼트(movement - 운동, 활동, 움직임 등 여러 뜻이 있지만 통합적인 의미라서 함축하여 무브먼트로 사용하겠습니다.)와 연관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어반 스케치(Urban Sketch)'로 불리는 무브먼트였고 이에 동참하는 분들을 '어반 스케쳐스(Urban Sketchers)'로 칭하고 있었습니다.


 어반 스케치 무브먼트는 시애틀 타임스(Seattle Times) 소속 화가이신 가브리엘 캄파나리오(Gabriel Campanario)님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가브리엘 님은 시애틀로 이주하셨을 때 느끼셨던 도시에 대한 생소함이 주변을 그리시며 점점 친숙하게 바뀌어 가는 것을 느끼게 되셨고, 그렇게 그리신 그림들을 개인 SNS에 올리시면서 점점 이에 동참하시는 분들이 늘어 지금은 세계적인 드로잉 무브먼트가 된 것입니다. 어반 스케치 무브먼트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들과 참여하는 분들의 다양한 그림들은 공식 홈페이지 http://www.urbansketchers.org/ 에서 확인하실 수 있고, 또한 #urbansketch #urbansketchers 해시태그 검색을 통해서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 각 국가별, 도시별의 챕터가 있으며 '어반 스케쳐스 OO'처럼 살고 계시는 지역명을 넣어 검색해보시면 참여 가능하신 지역 챕터를 찾으실 수 있으십니다.


 참 감사하게도 어반 스케치 무브먼트를 통해 일상 드로잉이 점차 확장되어 가는 즈음에 저도 손 그림을 시작하게 되었고, 어반 스케쳐스분들의 기본 활동이 '현장에서 그리고 온라인으로 공유한다.' 였기에 그림 관련 정보를 접하는 것도 그림을 생활화하는 것도 더 자연스럽게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저는 한국에서는 어반 스케쳐스 수원과 서울의 그즐세(그림 즐기는 세상)의 어반 스케치 모임에 참여를 하였는데요. 다양한 스타일의 그림들을 함께 공유하며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열정적으로 함께 그림을 그렸던 그 시간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현장에서의 분위기를 직접 느끼며 그곳을 그림으로 담는 것은 매우 특별하고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저의 어반 스케치들 중 몇 점을 공유합니다.


 현장에서 그리면서 다양한 해프닝도 겪게 되는데요. 그 모든 것이 생생한 기억과 함께 그림으로 남게 됩니다. 저는 바로 위의 그림처럼 종종 아들과 함께 어반 스케치를 하게 되어 이 또한 둘 만의 특별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림은 전 세계 공용어입니다.


 캐나다 몬트리올로 이주한 이후에도 어반 스케쳐스 몬트리올 모임에 참석하여 그림을 사랑하는 분들과의 관계를 이어 가게 되었습니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그림으로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을 통해 그림이 가진 또 다른 힘을 경험하게 되었네요.

 현장의 상황이 그대로 담기는 어반 스케치의 특징은 위의 그림에서도 보실 수 있는데 그리는 동안 비가 내려서 비를 맞으며 그렸더니 그림 전반에 물로 인한 특유의 무늬들이 생겨 났습니다. 게다가 그림을 바닥에 한 번 떨어뜨리게 되어 좌측 상단에 바닥에 쓸리며 물감이 밀린 자국이 생겼는데 이는 이 그림을 그릴 때의 고생에 대한 특별한 공감각적 흔적이 되어 매우 선명한 경험을 남겼습니다.


 또한 매서운 추위의 몬트리올 겨울 어반 스케치 모임 중 용기를 내어 밖에서 그림을 그렸더니 물붓이 얼어버리고 그림에도 이 흔적이 남는 독특한 경험도 했었죠.


 그러나 너무나 안타깝게도 코로나로 인해 현재 많은 어반 스케치 모임들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림의 열정까지 막을 수는 없어서 어반 스케쳐스 지역 챕터별로 온라인 화상 미팅, 혹은 구글 지도를 보며 함께 그리는 '버츄얼 어반 스케치', 한 주제를 정해서 각자 그리고 업로드를 통해 서로의 그림을 공유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서 빨리 코로나 문제가 잘 해결되어 그림 관련 다양한 모임들이 활성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몬트리올 어반 스케쳐스 창문 밖 그리기 주제 참여/ - 2020.04.06]





 제게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도록 하는데 큰 도움이 된 또 하나의 그림 모임이 있는데 바로 '위드로'입니다. 위드로는 영어로 'We Draw(우리는 그린다.), With Draw(함께 그린다.)'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 단어로 오프라인에서 함께 그리기는 쉽지 않지만 매주 하나의 주제를 정해 일주일간 그림을 그리고 서로 공유하여 피드백도 나누고 하는 그림 소모임으로, 같은 그림을 함께 연구하며 그리고 싶다고 하신 블로거 윤선님의 글에 배아님이 답하면서 이야기가 진전되어 함께 그릴 그림 동료들을 모집하게 되었습니다. 최종 7인의 그림 동료들이 선착순으로 정해지게 되었고 그중 한 명이 제가 되는 감사한 일이 있었네요.


 처음 활동은 12주간으로 정하고 돌아가며 한 주간의 주제를 맡아 함께 그리고 싶은 주제를 정하게 되었는데요. 이때 정말 살벌하리 만큼 솔직하게 서로 주고받은 피드백들, 뼈를 때리는 '뼈드백'들이 참 기억에 남고 이는 제가 그림 그리는 데에 있어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이때 함께 활동하였던 그림 동료분들 중 뼈드백들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이어가는 분들이 있어 감사합니다.


[위드로의 시작. 1주차 여행지 드로잉 주제 참여 - 2017.06.04]


 소그룹 비공개 카페로 진행되었던 위드로는 7명 이외에도 참여하시고자 하는 분들이 계셔서 점점 규모가 커지게 되었고, 위드로 외에도 다양한 주간 주제를 진행하는 양질의 드로잉 모임들이 생겨나게 되어 참 좋았습니다. 현재는 소그룹에서 가능했던 뼈드백, 12주 1기수제 등의 운영방식을 유지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어 진행 방식이 변하게 되었는데요. 오픈 카페로 변경하여 1년간 분기별로 주간 주제가 운영되고 있고, 다양한 분들이 마음껏 원하시는 드로잉 주제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카페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s://cafe.naver.com/wedrawwithdraw


[위드로2020 3분기 10주차 역광 그리기 주제 참여 - 2020.09.14]


 어쩌면 온라인 시대에 살고 있는 저희들은 그림을 그리기 가장 좋은 때에 살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혼자서도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다양한 장르의 그림 온라인 강의와 무료 데모 영상들이 많이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이를 통해서 많은 것들을 배우실 수 있습니다. 제 유튜브 채널과 글도 그림을 그리고자 하실 때 작은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림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신 분들, 그림을 언젠가는 그려보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많은 분들이 지금 그림을 시작하고 있고 지금이 그림을 시작하기 가장 좋은 때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 발만 앞으로 디디는 것. 그것이면 됩니다. 호기심을 가지고 문을 두드려보시면 좋겠습니다. 마음을 담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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