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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결 Sep 07. 2021

완전 수축, 완전 이완

순환하기 위해서는 완전해야 한다. 전부를 써야 한다.

CPR과 프렌젤 호흡에서 비슷한 점을 발견했다.

심폐소생술(CPR)에서 흉부 압박을 할 때는 요구조자 몸통의 1/3까지 완전히 눌렀다가, 이완할 때는 피부에는 손이 닿아있지만 몸통은 완전히 올라올 수 있도록 압박을 풀어야한다고 배웠다.

프렌젤 호흡법은 프리다이빙에서 배웠던 것인데, 상대적으로 적은 에너지를 들여서 수압과 체내 압력의 평형을 맞추기 위한 호흡이다. 이 호흡에서도 완전히 수축하고 완전히 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혀뿌리 뒤쪽을 밀어 올려서 구강의 공기를 완전히 쥐어짜서 코와 귀 쪽으로 보냈다가 혀뿌리를 다시 원 위치로 완전히 내려놓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둘의 원리를 요약하자면, 한번 쥐어짰으면 다시 풀어야 다음 수축 때에도 혈액이든 공기든 많은 양을 한번에 필요한 곳에 보내줄 수 있다는 것이다.


CPR에서도, 프렌젤을 할 때도 나는 수축은 잘하는 편인데 이완이 안 돼서 그다음 수축을 완전히 하지 못하는 편이다. 늘 긴장해있는 편이었고, 안간힘으로 살려는 편이었다. 이완이 없어서 늘 오래가지 못하고 지치는 편이었다.


그렇다고 불안한 마음으로 굳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완전 이완"을 하려면 어떤 것을 이완해야 하는지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혈액을 채우기 위해 심장과 흉강의 공간을 확보해주는 것, 공기를 채우기 위해 구강의 공간을 확보해주는 것은 채움을 위한 비움이다. 

완전한 이완은 채우기 위해 수축했던 에너지만큼의 공수를 들여서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지, 다 포기하고 쉬라는 것이 아니다. 


이걸 삶에 적용해보면 한 가지를 더 생각해보게 된다.

삶에서 이완하려면 있는 것을 덜어서 비워내야 할까? 아니면 이 상태에서 더 채워 넣을 수 있도록 공간을 더 넓혀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 둘 다일까?


비우지 않고 채우기만 하는 것은 절대 답은 아니다.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무한히 늘어나는 많은 것들은 감당할 수가 없다.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진 조건이 있다. 신체가 하나인 것과, 주어진 하루는 24시간이라는 것, 그리고 삶은 죽음을 향해 늙어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다 버리고 무소유로 산다든지 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위도식하는 인생으로 살 것인가? 그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은 이 땅의 질서를 세우고 다스리기 위해 창조된 우리 인생의 소명에 반대되는 게으름이고 교만이다. 


알차게 비우고 알차게 채우는 방법이 있다. 가진 것을 덜고 비워내는 것을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나누고 물질이 필요한 곳에 흘려주면 된다. 그러면 비워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느껴보는 기쁨이 있다. 그러면 그 기쁨으로 채워진다. 그리고 비웠기 때문에 또 벌기 위해서 열심히 살면서 하루를 채우고 통장을 채울 수 있다. 


순환이 있어야 생명이 살아갈 수 있다. 우리의 호흡기와 우리의 심폐가 그러하듯, 이 땅의 동식물이 살아가는 날들이 그러하듯, 우리의 인생에도 순환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건강한 순환은 완전 수축과 완전 이완이 있어야 생명을 회복하고 지치지 않고 오래갈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손 놓고 있는다고 비워지는 것이 아니었다. 멍 때리는 것이 비움이 아니었다. 공간을 만들기 위해 더 주의하고 애를 써야 비워지는 것이었고, 비워내니 빈 공간으로 생명의 에너지가 바로 채워졌다.

그 놀라운 신비가 매일 이어지는 인생들이 되길, 그래서 사회가 살아나고 나라가 살아나고 국가와 환경이 살아났으면 좋겠다.


오늘 완전히 수축했다면, 내일은 완전히 이완하는 하루를 보내보시길, 

또는 완전히 이완한 날이라면, 내일은 꼭 다시 수축해보는 하루를 살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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