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이들의 세상, 브로드워터 파크랜드-2

8살 아들과 호주 한 달 여행 이야기 중 골드코스트 편

by 슬로우모닝

브로드워터 파크랜드의 락풀(rock pool : 물놀이터) 주변에는 방문객들을 위한 알록달록한 파라솔들이 설치되어 있다. 그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하얀 파라솔 아래 돗자리를 펼치고 가방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이미 물속으로 뛰어든 아들을 바라본다.


여기 락풀은 꿀호의 무릎까지가 최대 깊이라 굳이 따라다니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호주 물놀이터에는 언제나 든든한 안전요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엄마는 파라솔 그늘 아래에서 마음 놓고 체력을 충전한다.


아들은 거북이 조각상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를 손바닥으로 막으며,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오는 물길을 이리저리 바꿔본다. 그러다 마시던 물병을 들고 가더니 물을 채우고 쏟기를 반복하며 혼자만의 놀이를 이어간다. 그때 저쪽에서 한 두 살 어려 보이는 갈색머리 로컬아이가 아들에게 다가와 함께 놀자며 말을 건다. 둘은 금세 친구가 되어 각자의 양동이에 물을 담아 서로에게 뿌리고 도망 다니며, 깔깔깔 웃는다.


놀이터에서 바이크를 타며 신나게 놀었던 열기가 식기도 전에, 2차전이 시작된 셈이다.

락풀에는 수영복 차림으로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는 부모들, 반바지 차림으로 여유롭게 지켜보는 어른들, 그리고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뒤섞여 여름 오후의 평화로운 한 장면을 완성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슬슬 배가 고파 주위를 둘러보니 바로 뒤편에 'the fish shak'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아들, 우리 뭐 좀 먹자."

꿀호도 배가 고팠는지 후다닥 달려온다. 젖은 윗도리는 벗어던지고, 바지 수영복은 걸으면서 말리면 된다.

그대로 가게로 들어가, 엄마의 최애 메뉴 피시앤칩스(fis&chips)를 주문한다.


바다가 일상인 호주에서 '피시 앤 칩스'는 가장 흔하고도 사랑받는 음식이다. 갓 튀겨 낸 생선과 감자튀김에 고소한 치킨솔트를 솔솔 뿌리면, 짭조름한 풍미가 바삭한 식감과 어우러져 입안에서 사각사각 춤을 춘다.

한국에서 그렇게 먹고 싶어 했던, 그래서 시드니에 도착하자마자 며칠 내내 먹었던 그 맛 _ 오늘은 골드코스트에서 만난 첫 피시앤칩스다.


"이제 호텔 수영장 가서 놀까?"

아들과 다음 코스를 약속하며, 적당히 배부른 포만감으로 놀며 왔던 길을 다시 걷는다.

돌아가는 길이 아쉬운 꿀호는 또다시 만난 페달바이크를 두어 번 더 타고, 이번에는 타이어로 만든 그네에 들어가 흔들흔들 흥이 다시 오른다.


그런데 갑자기

"엄마! 나 좀 도와줘!" 울먹이는 목소리로 부른다. 들어갈 때 쏙 들어간 그네 구멍에서, 혼자 힘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얼른 달려가 들어 올려보지만, 23kg 몸무게의 아이를 번쩍 들어 올려 꺼내 줄 수가 없었다. 그네 속에서 두려움에 울음을 터트린 아들을 진정시키며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마침 근처에 아빠와 함께 나온 가족이 보여 급히 달려가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청한다. 그 아빠는 얼른 달려와 아들을 들어 올려 땅에 내려주면서 탈때는 어떻게 탔냐고 웃으며 물어본다. 한가한 평일 오후, 놀이터에서 만난 그 가족이 그렇게 은인이 되어주었다. 감사 인사를 여러 번 한 후 우리는 놀이터를 벗어나, 해양선을 따라 호텔로 다시 걷기 시작한다.


오후의 햇살을 받은 바다는 반짝이며 보석처럼 빛나고, 잔디와 나무들은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오후의 아름다운 그림을 또 선사해 준다. 살랑이는 바람은 오늘 하루의 행복을 감싸 안는 포근한 마무리 같다.


앞서 가던 아들이 갑자기 멈춰 서며 외친다.

"엄마! 저기에 뭐가 있어!"

그리고 바다 쪽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그곳엔, 상상하지도 못했던 오후의 기적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아이와호주한달#골드코스트#브로드워터파크랜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