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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세상, 브로드워터 파크랜드-1

8살 아들과 호주 한 달 여행 이야기 중 골드코스트 편

by 슬로우모닝

골드코스트에 아이와 함께 오면 꼭 들러야 할 놀이터가 있다. 바다 옆 공원 속, 그림 같은 놀이터, 바로 브로드워터 파크랜드다. 오늘은 아들과 함께 그곳으로 향한다.


성인 남자 없이 어린아이와 떠난 뚜벅이 여행, 엄마의 체력은 필수다. 특히 바다가 일상인 골드코스트를 여행하려면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 선크림, 모자, 선글라스, 얼음 가득 담은 텀블러, 비상용 밴드와 연고, 돗자리, 간식거리에 비치타월과 갈아입을 옷까지, 매일아침 배낭과 타포린백이 묵직하다.


호텔을 나서자 바로 옆 카페에서 풍기는 커피 향에 끌려 들어간다. 크루아상과 계란을 좋아하는 아들 꿀호를 위해 크루아상 에그베네딕트와 오렌지주스, 그리고 나를 위한 버섯오믈렛과 플랫화이트를 주문한다. 든든히 배를 채우고 나니, 반가운 아침 햇살을 맞으며 바다를 향해 걷는 발걸음이 가볍고 즐겁다.


길을 걷다 보면 매년 골드코스트에서 열리는 슈퍼카 챔피언십의 영향인지, 화려한 스포츠카들이 도로 위를 달리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오늘도 쌩쌩 눈앞을 스치는 럭셔리한 스포츠카 몇 대에 꿀호의 눈이 반짝인다.

"엄마, 나 나중에 저런 차 사고 싶어" 하고 말한다. 나는 미소로 대답을 대신한다.


곧이어 바다와 공원이 맞닿은 산책로가 펼쳐지고, 코끝을 스치는 짭조름한 바닷바람이 느껴진다. 파란 하늘과 구름, 목재벤치와 키 큰 나무 한 그루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이어진다. 기러기 울음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모자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유유히 걷는다.


"엄마! 저기다!"

알록달록한 놀이터가 보이자 꿀호가 달려간다. 그네처럼 흔들리는 놀이기구를 잠시 즐기더니, 커다란 바운스 트램펄린으로 달려가 점프한다. 방방 뛸 때마다 짧은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함박웃음은 공기 속으로 흩어진다.


"어, 저기 또 뭐가 있어!"

넓은 원형 트랙 위에 놓인 페달바이크가 그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이크에 올라타 발을 굴려 트랙을 도는 수동 놀이기구다. 오토바이와 빨간색을 유난히 좋아하는 아들은 환호하며 빨강 바이크에 올라탄다. 하지만 아직 만 6살인 꿀호에게는 조금 벅찬듯하다.

"아들, 앞자리 말고 뒤에 타봐." 아이용으로 설계된듯한 뒷자리에 앉아서 페달을 굴리자 바이크는 점점 속도가 붙는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다리 아파 밤에 잠을 못 자면 어떡하지' 걱정하면서도 신나게 노는 아들을 멈출 수가 없다.


잠시 후, 꿀호보다 어린 동네 아이가 합류한다. 영어와 한국어는 다르지만 동심이라는 공용어가 둘을 잇는다. 곧 형 한 명이 더 합류를 하고, 세 아이는 금세 친구가 되어 함께 트랙을 돈다. 같이 타기도 하고 밀어주기도 하면서, 빨강 파랑 초록 바이크가 나란히 굴러가는 장면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아름다운 영화가 되어 반짝이는 골드코스트 바다에 수를 놓는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동생과 형은 가족을 따라 자리를 떠났다. 그 뒤로도 대학생 형들이 지나가다 타보고, 공원을 산책하던 연인들도 잠시 체험한다. 성인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는 꿀호를 위해 다들 번거로움도 마다하지 않고 자리를 여러 번 바꿔가며 아이의 속도에 맞춰준다. 그 자연스러운 배려와 존중이 참으로 고마웠다.


20대에 혼자서 건너온 호주는 많은 걸 경험하고, 할 수 있었던 도전의 나라였다.

40대에 아들과 다시 찾은 호주는 아이들의 천국이었다.

아이를 먼저 생각하는 어른들의 배려와 태도, 세심한 환경들이 어딜 가나 느껴진다.

호주는 그렇게 꿀호와 나를 따뜻하게 안아준다.


"아들아 , 이제 다음 코스로 가야지"

"엄마, 조금만 더!"를 외치는 아들의 귀에 살짝 속삭인다.

"조금만 더 가면 훨씬 신나는 물놀이터가 기다리고 있어"


#아이와호주한달#골드코스트#브로드워터파크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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