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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레이헤드에서 마지막 날을 보내며, 골드코스트에 안녕을

8살 아들과 호주 한 달 여행 이야기 중 골드코스트 편

by 슬로우모닝

누군가 내게 골드코스트에서 단 한 곳만 추천해 달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버레이헤드(Bureleigh Heads)를 말할 것이다.

서퍼스파라다이스가 골드코스트의 활기찬 심장이라면, 버레이헤드는 그 심장을 포근히 감싸 안은 따듯한 품이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에메랄드빛 바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공원,

그리고 버레이헤드 국립공원이 어우러진 이곳은 자연이 선물한 감동으로 가득하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상의 낙원이 있다면 바로 이런 곳일 것이다.

바다와, 숲과 바람이 각자의 리듬으로 공존하는 공간.


청춘시절, 지칠 때마다 나는 이곳을 찾아 위로를 받았다.

파도에 마음을 맡기고, 숲길을 걷다 보면 다시 살아갈 힘이 생겼다.


이번 여행을 앞두고 언니가 물었다.

"린다야, 골드코스트에 오면 제일가고 싶은 데가 어디야?"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버레이헤드"


그렇게 우리는 오늘을 약속했다. 그리고 오늘은 골드코스트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청춘의 추억을 함께한 언니와, 아들과 함께 다시 찾는 그곳, 그 사실만으로도 이미 마음이 벅찼다.


차로 40분쯤 달려 도착한 버레이헤드는 평소와 다르게 사람들로 붐볐다. 오늘 이곳에서는 서핑대회가 개최 중이었다. 출렁이는 파도 위로 젊은 서퍼들이 몸을 던졌고, 스피커에서는 신나는 음악이 울려 퍼졌다.

꿀호는 처음 보는 서핑 경기를 반짝이는 눈으로 구경했지만, 내 마음 한켠에서는 버레이헤드의 고요함이 그리웠다.


"어, 놀이터 있다!"

아들은 바다 옆 작은 놀이터로 달려간다. 브로드워터 파크랜드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바다를 배경으로 아이가 뛰어노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혼자 여행할 때는 몰랐다. 여행지의 놀이터가, 아이를 둔 여행자에게 오아시스가 된다는 사실을.

놀이터를 졸업한 나이가 된, 언니의 아들 이안이가 꿀호와 함께 놀아주는 모습이 고마웠다.

잠시 아이들의 놀이가 끝나길 기다린 뒤, 우리는 해안선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천천히 언덕을 올라 버레이헤드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내가 이곳을 사랑하는 또 다른 이유는, 숲길 사이로 난 작은 옆길을 따라가면 얕은 바다를 품은 비밀스러운 해변들이 하나둘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렇게 발견한 작은 해변에 자리를 잡으면, 그곳은 바다를 품은 우리들만의 아지트가 된다.

"여기 어때? 자리 잡을까?"

"좋아!"

그늘 진 바위 아래 돗자리를 펼치자, 아이들은 상의를 벗고 바다로 달려간다. 이안이는 깊은 바다로 수영해 나아갔고, 꿀호는 얕은 물가에 앉아 형을 부러운 듯 바라보았다. 돗자리에 앉은 언니와 나는 어제에 이어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버레이헤드 2.jpg 버레이헤드 바다, 형이랑 꿀호


"언니, 타지에서 아이들 키우면서 집 짓느라 정말 고생 많았네. 그래도 이제 정말 뿌듯하겠다..."

"그렇지. 너도 직장 다니면서, 늦은 나이에 아이 낳고 키우느라 쉽지 않았을 텐데... 이번 휴직 참 잘한 것 같아."

그날 바다 앞에서 우리는 고백하듯 가슴속 묵은 이야기를 꺼내며, 서로의 마음을 조용히 다독였다.


시간이 제법 흘렀다. 이제 꿀호와 나는 브리즈번으로 이동해야 한다.

숲길을 내려오며, 이안이에게 부탁해 언니와 오랜만에 사진을 남겼다.

그리고 물놀이와 수다로 지친 아이들과 어른들의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바닷가 근처 가게에서 '피시 앤 칩스'를 주문한다. 종이 포장지 속에서 뜨거운 김이 피어오를 때, 나는 15년 전의 나로 돌아갔다.

'그때도, 늘 해변에 앉아 이렇게 '피시 앤 칩스'를 먹었지.'

한국에 돌아온 뒤, 가장 그리웠던 맛이었다. 바삭한 감자와 생선 튀김, 그리고 바다 냄새.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자주 찾은 음식이기도 했지만, 오늘 먹은 '피시 앤 칩스'가 단연 최고였다.




그날 저녁, 언니 가족이 브리즈번 호텔까지 데려다주었고,

차창 밖으로 멀어져 가는 골드코스트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조용히 인사를 한다.


안녕, 골드코스트.

나의 청춘이 머물었던 곳이자, 아들과의 보석 같은 추억이 만들어진 곳.

언젠가 꿀호의 여덟 살, 그리고 그 시절의 내가 사무치게 그리워지면,

나는 너를 다시 만나러 오리라.



#아이와호주한달#골드코스트#버레이헤드#호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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