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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원수는 없다

미움도 결국은 사라진다

by 최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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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원수는 없다


우연히 길을 걷다, 한편의 드라마처럼

횡단보도 앞에서 전에 만났던 사람을 마주쳤다.


분명 내게 상처를 준 사람인데,

시간이 약이 었던 걸까.


서로 모른 채 스쳐 지나갔지만,


그 순간만큼 미움보다도

‘잘 지냈을까’ 하는 마음이 먼저였다.


마치 동창회에서 오랜만에 만난 짝꿍처럼

요즘은 어떤 일을 하고 사는지 안부를 묻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평생 미워할 줄만 알았던 맘도 어느새 퇴색되어,

어떤 감정조차 들지 않는 ‘무(無)’ 상태였던 점이 조금은 생경했다.


_


우리 몸엔 ‘항상성’이란 특성이 존재한다.

외부 변화 속에서도 스스로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성질.


아마 우리 인간에게도 마음의 항상성이 존재한다는 게 틀림없다.

어떤 상처를 갖고 입어도, 결국 아물기 위해 애쓸 것이라는.


우리의 지난 과거들이 증명해준다.


평생 미웠던 사람도 어느새 점차 기억에 희미해져가고

마치 아무 일이 아니었던 것처럼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마음은 시간과 환경에 앞서 연약하다.


뾰족한 돌들이 시간과 바람에 깎이 듯,

예리한 감각들도 어느새 둥글고 무뎌진다.


그래서 모든 것을 예단하는 것들이 결코 영원함을 자부할 수 없다.


시간이 모든 걸 데워주진 않지만,

그래도 차가움이 오래 머물진 않는다는 걸.


우리는 아주 가까이서 그것들을 느낄 수 있다.




인스타그램: @choidal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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