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시작은 언제나 인천 국제공항입니다. 제가 인천에 산다고 할 때 가끔 듣는 이야기가 '인천에 사니까 인천공항 가기엔 편하겠네.' 같은 볼멘소리입니다. 저도 '인천에서도 공항 가는 거 힘들어'라고 말하지만 턱도 없나 봅니다. 실제로 영종도 구석에 박혀있는 공항까지, 제가 사는 미추홀 구에선 변변찮은 교통수단이 없긴 했거든요. 차라리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가는 게 두 배는 빠르던 시절도 있었죠. 다행히 제2 인천 지하철이 개통된 이후로는, 여전히 공철 직행보단 느리긴 하지만 1시간에 조금만 더 시간을 보태면 지하철로도 편하게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20kg 가까운 짐을 가누기도 힘든 버스보다 지하철을 이용해서 갈 수 있으니 이젠 좀 인천사람 부심 좀 부려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하튼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필요한 업무들을 동선 따라 시작합니다. 'TOS'로 100만 원 정도의 환전을 신청한 저는 일단 유로화부터 수령합니다. 750 유로의 돈을 지갑, 서류 가방, 파우쳐 등 이곳저곳에 분배해서 넣어둡니다.
이 됸이 며칠 째에 다 떨어질지 벌써 살짝 걱정입니다
그다음 체크인을 하고 수하물을 붙입니다. 상하이를 경유하다 보니 비행기 티켓을 두 장 주더라고요. 체크인을 마치고 미리 신청한 EE 유심칩을 수령받습니다. 유럽 여행의 생명줄이 될 유심칩이니 만큼 잘 보관해두도록 합니다.
90 일 6 기가면 부족할까봐 걱정입니다만, 다행히 중간에 충전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출국 심사를 마치고 보니 비행기 시간이 두 시간 정도 남았더라고요. 심심함을 이기지 못하고 이곳저곳 구경하다 보니, 어디서 흥겨운 재즈풍의 음악소리가 들려옵니다. 탑승 게이트 복도 쪽에, '문화와 하늘을 잇다'는 제목으로 콘서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피아노, 플루트, 오보에, 첼로의 '하쿠나 마타타' 재즈풍 4중주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체크인하는 곳에선 이선희의 '인연'을 국악 3중주로 연주하고 있었던 게 생각납니다. 여행길에 이런 콘서트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비는 시간들이 전혀 심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분들 출국심사 게이트는 어떻게 통과했을까요?
멋진 연주를 감상하다 보니 비행기 시간이 어느덧 다가왔습니다. 중국동방항공을 탔는데 중국행 비행기라 그런지 중국 사람들이 많이 탔습니다. 간간이 들려오는 한국어 소리에 고개 들어보니 웬 커플이 꽁냥 거리길래 고개를 짐짓 돌립니다. 기내식은 돼지고기 밥이었는데 영 맛이 없습니다. 소스라고 준 고추장은 좀 의외입니다만 그래도 별로인 밥은 어쩔 수 없습니다.
상하이-푸동 공항에 도착하니 벌써 어둑어둑합니다. 환승을 위한 입출국 심사를 마치고 나니, 장장 4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공항 게이트를 빠져나갈 수도 없고 볼 것도 없어 지루한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와이파이를 찾아보니 특이하게도 키오스크에서 여권 번호로 발급받아야 사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막상 연결한 와이파이가 구글 계정도 막히고 한국 IP는 접속이 안됩니다. '여기가 중국이구나'라는 게 실감이 나더군요. 인터넷은 포기하고 그동안 밀린 글이나 쓰며 시간을 때웁니다.
무려 여권을 스캔하고 얻은 와이파이지만, 구글이 막히니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도대체 중국에선 안드로이드 폰을 어떻게 쓰는 걸까요?
날자가 넘어갈 때쯤 되자 드디어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 탑승합니다. 가면서 숙면을 취하라고 담요와 베개를 제공해줍니다. 자기 편한 환경은 아니지만 이따가를 위해서라도 잠을 청합니다. 시차 적응 문제까지 분명 피곤할 겁니다. 다만 비행시간이 열두 시간이고 중간중간에 기내식을 받다 보니 깊은 잠은 잘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창가 자리에서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깨우다 보니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다행히 제 옆에 앉은 두 분은 이해심이 많으신 분들인 것 같습니다.. 특히 제 옆에 앉은 분은 승무원이 제게 중국어로 이야기할 때 '이 분은 중국인이 아니라 영어로 해주셔야 합니다'라고 도와주시더라고요. (그 와중에 승무원은 '아 일본분이었군요, 죄송합니다'하더라고요. '아닌데요, 저 한국인인데요'라고 하니까 승무원도 저도 중간에 이야기를 놔주시던 분도 모두 웃음을 터뜨립니다.)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다 보니 도착을 알리는 방송이 들립니다. 비행기 창문을 여니 멋진 풍경이 보입니다. 출발할 때는 각진 도시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야경이 보였는데, 지금은 푸른 초원에 듬성듬성 집들이 모여있는 풍경이 보입니다. 유럽의 첫인상부터 이색적으로 느껴집니다. 어떤 여행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두근거리는 여행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