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
부동산 아저씨는 능숙하게 재촉했고, 나는 당장 계약금을 냈다. 2년 계약을 마치고 나면 서른이 될 것이다. 책방이 2년 후 쫄딱 망해 사라지게 된대도 서른은 왠지 삶을 리셋하기에 퍽 근사한 숫자 같다고. 미친 척 새로운 공부를 시작해보거나, 훌쩍 외국으로 떠나버려도 괜찮겠다고. 마음 한편의 불안을 어쭙잖게 숫자로 위로했다. 망하면 0이 되는 거야. 3 그리고 0.
묵혀둔 도장을 꺼내 이곳저곳 여러 번 찍었다. 낯선 경험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는 힘에 휩쓸려 일을 진행하고 싶었던 것 같다. 누구도 무를 수 없게, 아무도 반대하고 막을 수 없게, 내가 더는 수많은 말들에 휘둘리지 않게.
-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 p.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