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
서울특별시만큼 개성특급시가 가까운 한반도 최북단의 작고 추운 동네에서 서울을 오가던 직장생활이 내게도 싸움과 같았다. 이 동네에는 나처럼 사는 사람이 분명 많겠지. 어쩌면 나보다 더한 싸움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퇴근길, 쉬어 가는 구석의 의자가 하나 있으면 어떨까. 거기에서 책도 읽고 가끔은 모르는 사람과 눈인사도 하면 어떨까. 쌓인 마음을 다 보여주기는 부끄러우니까, 어떤 문장에 의지해 모르는 사람과 몇 마디 나눠보면 어떨까. 그런 심정이었다.
-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 p.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