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은 Jan 13. 2022

예상하지 못한 이웃

2장 빗나가는 것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맞은편의 PC방 사장님은 내게 크고 푹신한 PC방 의자를 선물로 주고 폐업했고,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 방 탈출 카페에서는 가끔 주인 없는 책방의 택배를 맡아주곤 한다. 보험 회사는 건재하다. 늘 바빠서 밤낮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30배 매출 달성!' 같은 패기 넘치는 문구에 둘러싸인 채 불을 켜둔다. 오른쪽의 바는 무슨 이유에선지 몇 달 전부터 문을 열지 않는다. 손님들은 아마도 옆집은 곧 폐업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늘어놓는 중이다. 교회 사모님만이 부활절에 곱게 포장한 삶은 달걀을 들고 책방에 와서 재계약을 했다며 해맑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3년 사이 삭막하고 건조한 '중앙프라자'의 풍경은 이렇게 변했다. 중앙도, 구석도 없었다. 결국 한 층에서 같은 화장실과 엘리베이터를 쓰는 우리들은 함께 사는 법을 차분히 터득해야만 했으니까. 그러다 누군가는 더 살 수 없어 떠나기도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새로 살아보겠다고 들어오기도 했으며, 누군가는 아무도 모르는 새 천천히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 p.54-55





이전 06화 전날과 첫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