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빗나가는 것들
출판계 비슷한 곳에서 일한 경험도 전무한 데다, 그렇다고 요란한 애서가도 아니었던 나는 어느 날 책방 주인이 되었고, 책 이야기를 하지 않고서는 일상을 이어갈 수가 없다.
그러나 그것이 싫은가 하면, 아니니까. 읽고 싶은 책은 읽는 속도를 능가하여 쌓여가고, 이 책도 저 책도 하루빨리 만나고 싶은 조급한 마음에 매일이 부족하다. 아직까지는 더 좋은 책들을 더 많이 읽고 싶다. 고갈되지 않은 애정의 샘에 고운 문장을 한 조각씩 던질 때마다 맑은 물이 찰랑인다. '스피커를 부수고 싶었던' 과거와 달리 '좋은 문장을 모으고 싶은' 현재를 살고 있기에, 전직보다 현직에 훨씬 더 만족한다.
-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 p.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