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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은 Jan 16. 2022

호로스코프의 노예

2장. 빗나가는 것들





여성 잡지의 핵심은 뒷부분에 있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로 빨간색으로 인쇄된 페이지들. 연애와 사랑에 대한 고민 상담이나 칼럼이 있는 바로 그곳이다. 그러나 미용사 아줌마와 엄마, 또는 덜컥 종을 울리며 미용실에 들어올 다른 손님들에게 내가 그 페이지를 읽고 있다는 사실을 철저히 숨겨야 했다. 나는 빨간 '그곳'에 왼손 검지를 걸어놓고는, 오른손으로 조금 더 후반부에 있는 별자리 운세 페이지를 읽었다. 아무도 나에게 집중하지 않는 게 확실한 시점에는 몰래 왼손 검지 쪽으로 눈을 돌렸다. 별자리 운세란, 초등학생이 여성 잡지를 읽고 있어도 의심받지 않을 알맞은 콘텐츠였다. 그 아슬아슬한 스릴이 미용실을 따라가는 작은 기쁨이었다.


-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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