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서서히 알아가는 것들
태어난 이래 가장 많이 몸을 쓰고 있는 20대 후반을 맞이하고 나서야 비로소 아빠가 지나온 세월의 일부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큐레이터의 경험담을 굳이 찾아 읽지 않더라도 땀이나 입김을 내뿜으며 하는 노동의 시간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이 있으니 말이다. 내 몸을 감싸는 차갑거나 뜨거운 공기의 질감 속에서 박스를 뜯는 순간 풍겨오는 종이 냄새, 손이 다치지 않도록 테이프와 뾰족한 커터를 잘 다루는 요령, 단단한 끌차 위에 쌓을 책더미의 균형을 똑바로 맞추는 방법 같은 것.
-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 p.87-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