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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은 Jan 18. 2022

고르지 않은 책

3장. 서서히 알아가는 것들




자기만의 색이 뚜렷하고 목소리가 큰 사람들이 많다. 좋고 싫음이 분명한 사람들, 한때는 그런 사람들이 한없이 멋져 보였다. 자신이 다소 우유부단하고 소심하다고 스스로 평가하던 시절이었다. 하나 어떤 쪽을 동경하는 일이 가끔은 무섭기도 하다. 어느덧 나도 동경하는 쪽을 따라 목소리가 크고 호불호가 강한 사람으로 변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오만해지고 외로워졌다. 다수가 좋아하는 방법을 잊어버리게 된 것 같았다.


홀로 쓰는 어휘가 많아졌다는 사실을 느끼고 난 뒤로 목소리의 볼륨을 낮추기 시작했다. 내가 하는 말을 세심히 고르기보다, 남들이 쓰는 말에 골똘히 집중했다. 다른 사람이 가진 낱말들 중에도 재미있는 것이 많았다. 엔트로피, 등가교환, 재떨이, 탈취제, 몰딩, 미시시피, 비보호... 흥미로운 글자들을 다이어리에 적어두었다.



-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 p.9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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