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서서히 알아가는 것들
달력의 매달 25일 자리에는 위협적인 빨간 동그라미와 함께 '월세'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불행 중 다행은 내가 씀씀이가 큰 편도, 소비에서 기쁨을 찾는 편도 아니라는 점 정도였다. 책방 초기, 일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위태로웠다. 허리띠를 최대한으로 조르고 살던 중, 책방 근처의 영어 학원 원장님으로부터 오랜만에 밥 한 끼 하자는 전화를 받았다. 퇴사 직후 생활 패턴이 망가질 것을 염려해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곳이었다. 색색의 베트남 요리를 주문하고 각자의 근황을 나누던 중, 원장님께선 학원에서 강사를 구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다시 한 번 일해볼 생각이 없겠느냐고, 나는 기다렸다는 듯 바로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 p.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