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은 Jan 14. 2022

기계의 배신, 아날로그 인간

2장. 빗나가는 것들





회사에 다닐 때는 프린터가 고장 나면 다른 층의 프린터를 이용하거나 총무팀에 연락만 하면 빠르게 처리되었지만, 혼자가 되고 나니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해결해야 했다. 자꾸 기계로부터 배신을 당하다 보니 결코 등을 돌릴 줄 모르는 종이가 자꾸만 더 좋아진다. 커다란 가방에 넣고 엉망으로 굴리다가 한참 만에 떠올라 조심스레 꺼내보면, 그저 귀퉁이가 닳아 한층 더 정다워지거나, 커피 물로 주글주글 주름이 생기는 정도의 자그마한 재앙만 일어나는 물건.


- 『어느 날 갑자기, 책방을』 p.59






이전 07화 예상하지 못한 이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