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징어 게임과 6시 30분 지하철

by 디에디트랩

아침 6시 30분. 공항철도.


문이 열린다. 사람들이 지하철 안으로 경쟁적으로 쏟아져 들어간다. 대학 강의가 있는 날이면 늘 이 시간, 이 장면을 목격한다. 좌석은 이미 가득 차 있다. 좌석이 문제가 아니다. 콩나물시루다. 타인과 이렇게 가까이 붙어 서 있는 경험을 제공해 준다.


난 이런 걸 요청한 적이 없는데.


주변을 둘러본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자세다. 고개를 15도 정도 숙이고, 팔꿈치는 90도로 구부린 채 각자의 작은 화면을 응시한다. 마치 누군가 안무를 짜놓은 것처럼. 정확히 같은 각도다. 손가락 하나 꿈쩍하기 어려운 공간 속에서도 기어코 이 동작을 해내고 있는 불굴의 정신이 느껴진다.


'미국 가기 전만 해도 지하철에선 대부분이 책이나 신문을 읽었는데….'요즘엔 모든 시선이 각자의 작은 화면에 고정되어 있다. 다들 뭘 그렇게 보고 있을까. 어떤 영상? 어떤 뉴스? 어떤 메시지? 수많은 사람의 정확히 같은 머리 각도와 팔의 각도를 보고 있으니 조금 무섭다는 생각마저 든다.


S.F.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누군가 조종당하고 있는 것처럼.


그때였다.

내 시선이 멈춘다.

지하철 TV 화면에서, 마치 나를 부르는 것처럼.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디에디트랩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TV/영화 편집 | <할리우드로 출근합니다> 출간

1,262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10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2화7%의 미스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