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30분. 공항철도.
문이 열린다. 사람들이 지하철 안으로 경쟁적으로 쏟아져 들어간다. 대학 강의가 있는 날이면 늘 이 시간, 이 장면을 목격한다. 좌석은 이미 가득 차 있다. 좌석이 문제가 아니다. 콩나물시루다. 타인과 이렇게 가까이 붙어 서 있는 경험을 제공해 준다.
난 이런 걸 요청한 적이 없는데.
주변을 둘러본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자세다. 고개를 15도 정도 숙이고, 팔꿈치는 90도로 구부린 채 각자의 작은 화면을 응시한다. 마치 누군가 안무를 짜놓은 것처럼. 정확히 같은 각도다. 손가락 하나 꿈쩍하기 어려운 공간 속에서도 기어코 이 동작을 해내고 있는 불굴의 정신이 느껴진다.
'미국 가기 전만 해도 지하철에선 대부분이 책이나 신문을 읽었는데….'요즘엔 모든 시선이 각자의 작은 화면에 고정되어 있다. 다들 뭘 그렇게 보고 있을까. 어떤 영상? 어떤 뉴스? 어떤 메시지? 수많은 사람의 정확히 같은 머리 각도와 팔의 각도를 보고 있으니 조금 무섭다는 생각마저 든다.
S.F.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누군가 조종당하고 있는 것처럼.
그때였다.
내 시선이 멈춘다.
지하철 TV 화면에서, 마치 나를 부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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