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심시티7회 - ‘노는 게 제일 좋아’ 1부
‘심즈 인벤토리’는 도시 디자인 팟캐스트 ‘라디오심시티(Radio S.I.M. City)’의 ‘심즈토크’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합니다. 이번에는 심딴지는 무엇을 하면서 노는지 『라디오심시티 7회 - ‘노는 게 제일 좋아’ 1부』에서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내용을 정리하였습니다. 심딴지의 ‘놀이 발견 놀이’를 소개합니다.
라디오심시티 7회 녹음을 위한 기획회의에서 ‘놀이’라는 주제를 선정했다. ‘놀이’와 관련된 각자의 이야기를 꺼내보는 와중에 ‘잘 놀고 있으시냐?’는 질문으로 1부를 시작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나왔다.
나는 놀고 있는가. 나는 “잘” 놀고 있는가...
‘잘 논다는 것’에서 “잘”은 어떤 기준일까.
‘잘 논다’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표현이다. 누군가를 ‘잘 노는 사람’이라고 칭할 때는 주로 ‘음주가무를 즐기는 사람’ 혹은 ‘유흥가 등 밤거리를 헤매는 사람’으로 비유할 때가 적지 않다. 또는 ‘시간을 치열하게 쪼개어 쓰지 못 하는 사람’처럼 시간을 허투루 보내거나 낭비하는 사람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우리가 놀이에 대해 이렇게나 부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한국 사회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무엇인가를 생산하는 주체가 될 것을 강요해왔기 때문이지 않을까? 우리는 그렇게 ‘놀이’없는 삶에 익숙해졌고, ‘놀이’를 사치이거나 낭비이거나 불필요한 것으로 여겨왔다. 그렇다면 지금 내 삶에서 ‘놀이’는 영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
평균적인 삶을 강요하는 지금의 사회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에 도전하고 또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만족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있을까. ‘놀이 발견 놀이’는 말 그대로 ‘놀이’를 찾아보는 데서 시작한다. 가볼 만 한 곳과 해볼 만한 ‘놀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보다 스스로 ‘놀이’를 발견해내는 일은 나의 삶이 꽤 많은 ‘놀이’로 채워있음을 알게 해준다. ‘나는 참 놀 줄 몰라’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필자가 발견한 몇 가지 ‘놀이’예시를 공유하고자 한다. 각자의 놀이를 발견하여 스스로의 삶을 즐겁게 만들어 보는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
* 일상탐구생활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는 현대인들은 어쩌면 모두 일상탐구생활 중일 것이다. 바로 실시간 온라인 검색. 2017년 현재, 전 세계의 정보를 온라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동시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온라인에 축적된 정보에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도구를 가지고 있다. 일례로 네이버 검색창에서는 키워드 입력을 통한 정보 검색뿐만 아니라,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의 제목과 가수 이름 그리고 앨범 명까지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다. 이렇게 정보를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다보니 모르는 것에 대해 바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일상탐구생활의 최대 장점은 검색의 검색을 통해 얕지만 폭 넓은 지식들이 쌓인다는 것이다. 단,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상대방은 당신의 검색 본능에 대해 알 턱이 없고, 당신이 상대에게 집중하지 않는다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가상으로 만나는 친구
나이가 들어가면서 제일 아쉬워지는 것 중 하나는 친한 친구를 자주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학창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들과 이제는 다른 도시, 다른 나라에 거주하면서 할 수 있는 연락이라곤 SNS를 통해 안부를 묻는 정도. 그래서 필자는 엽서를 파는 곳에 가게 될 때면, 엽서마다 어울리는 친구들을 떠올리곤 한다. 엽서에 나오는 그림이나 문구를 통해 연상되는 친구들을 떠올리는 일은 꽤나 즐겁다. 친구와 얼굴을 마주하고 차라도 한잔하면서 수다를 떠는 것처럼 즐거운 일도 없지만, 가상으로 친구를 만나는 일 또한 괜한 흐뭇함을 안겨준다. 가상으로 친구를 만나면 약속시간을 정하고 시간을 내어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실 때 드는 수고가 꽤나 줄어든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엽서를 사가지고 와서 곧바로 그 친구에게 몇 자를 적어 보내지 않는다면 자칫 애꿎은 엽서만 집에 쌓일 수 있다.
* 인간 주크박스 놀이(BGM놀이)
소위 ‘아재개그’라 불리는 말장난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놀이라고 짐작해본다. 필자 역시 아재개그를 즐기는 사람이다. 이 때문인지, 이를 위해서인지 대화 도중에 노랫말 가사와 비슷한 문장이나 단어를 듣게 되면 지체 없이 인간 주크박스를 재생한다. 대화 도중에 나오는 문장이 직접적인 가사가 아니더라도 노래가 연상되는 문장이면 가능하다. 가령, 누군가 ‘얼굴 표정이 슬퍼보여요.’라고 말을 하면, 신해철의 ‘그런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를 부른다거나, ‘오늘 하늘은 왜 이렇게 우울하지?’라고 하면, 이지훈의 ‘왜 하늘은’을 부르는 식이다. 주의해야할 점은 당신이 인간 주크박스 놀이를 해도 웃어주거나 최소 그러려니 하고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분위기를 산만하게 만드는 사람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 따라서 아주 친한 사이에서만 시도하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 구글어스 세계여행
엽서를 통해 가상으로 친구를 만나는 것과 유사하다. 대개는 내가 가보고 싶은 곳을 검색하여 3D지도를 통해 구경한다. 이때 주로 이용하는 것이 바로 구글 지도이다. 구글 지도에서 3D 지형이 잘 나와 재미있게 돌아볼 수 있는 곳 중에 하나는 뉴욕의 맨해튼이다. 필자의 경우엔 학창시절을 보낸 캐나다 몬트리올과 오타와를 찾아가보며,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가던 길을 지도를 통해 따라간다. 추억여행이 될 수도 있고, 가보지 못한 곳을 탐방해 볼 수 있는 구글어스 세계여행은 따로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이다. 업데이트가 자주 되지 않아, 몇 년 전의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은 꼭 기억해야한다. 가상으로 세계여행을 하다보면, 정말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기도 한다. 일상이 주는 무료함을 던져버리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 생각되면 일단 지도를 펼쳐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미 ‘놀이 발견 놀이’의 방법을 눈치 챈 사람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앞서 제시된 몇 가지의 예시는 일상에서 필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활동에 그저 ‘놀이’라는 이름을 붙여본 것이다. 이 외에도 필자에게는 더 많은 놀이가 있다. 가령, ‘내일(할)네일’이라든지, ‘인형은 언제나 옳다’라든지, ‘나는야 플로리스트’와 같은 것이다. ‘놀이 발견 놀이’는 자신이 평소 하는 활동을 스스로 얼마만큼 즐기고 있었는지 확인하게 해준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모두 다 각자의 방법으로, 각자의 활동으로 스스로의 일상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그간 ‘놀이’라는 것을 일상과는 동떨어진 특별한 활동으로만 생각해 온 것은 아닐까. 모두가 각자의 놀이를 발견함으로써 평범한 일상 속 평범하지 않은 ‘나’를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놀이’가 되었다.
우리의 도시를 함께 상상합니다. 도시 디자인 팟캐스트 라디오심시티(Radio S.I.M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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