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소고기 육수를 내었다. 내 생애 첫 도전. 며칠 전 엄마에게 육수 내는 방법을 미리 물어보기도 했지만, 다시 한번 인터넷에서 소고기 육수 내기를 검색했다. 그중에서 제일 간단한 방법을 골라 따라 해 본다. 육수를 내려고 일부러 덩어리 고기도 사 왔다. Aguja, 목살 부위다. 사실 정육 코너에 갔더니 덩어리 고기는 Aguja 뿐이라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급하게 검색해 보니 목살은 질겨서 국거리로 이용하기 좋다고 한다.
저녁을 먹고 밤 9시쯤, 비장하게 나는 지금부터 소고기 육수를 내겠다고 선언했다. 제일 먼저 살짝 흐르는 물에 고기를 씻었다. 처음에 센 불로 짧게 끓여서 불순물을 제거한다. 그 사이 양파, 릭, 생강, 마늘, 후추를 준비한다. 먼저 끓인 물은 버리고 다시 찬 물에 고기와 준비한 재료를 넣었다. 여기까지 기본 준비. 약한 불로 은근하게 2시간 동안 끓인다고 했다. 나는 조금이라도 오래 끓이면 고기 육수가 진해질까 싶어서 과감하게 30분 정도 더 두었다. 거실에서 듀오링고로 스페인어 공부도 하고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한 편을 봤다. 이따금 주방에 가서 상태를 확인하고 거품이 올라는 것은 숟가락으로 걷어냈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나의 첫 번째 소고기 육수가 완성되었다. 남편은 고기 육수의 향을 맡더니 정말 프로 요리사 같단다. 고맙지만 프로는 사양할게.
채식주의자인 시어머니, Ama를 위한 소고기 육수다.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고기와 해산물을 안 드시니 락토 오보(Lacto-Ovo, 달걀과 치즈는 먹는 채식주의), 하지만 국물은 고기나 해산물 육수도 드시니까 플렉시테리언이라고 해야 할까? 씹히는 크기의 고기와 해산물은 안 드시니까 육수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이번 주 Ama는 2차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두 번째라지만 도무지 익숙해지진 않는다. 어제는 2차 치료를 시작하고 두 번째 주사를 맞으러 가는 날이다. Ama가 말했다.
"왜 이런 병을 갖게 되었을까?"
"왜 하필이면 나지?"
"뭐든 이유를 알고 싶은데, 의사도 모르겠데."
"도대체 난 무슨 잘못을 한 걸까?"
Ama는 여전히 혼란스럽고 슬퍼 보였다. 나는 그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치료를 잘 받자는 말만 할 뿐이다.
냄비 속 고기는 2시간 반 동안 끓으면서 크기가 많이 줄었다. 고기는 다른 요리에 쓸 생각이다. 육수는 유리볼에 옮겨 담아서 식혔다. 아침에 일어나서 살피니 약간 기름기가 떠 있다. 그 기름기를 작은 체망으로 살짝 걷어 냈다. 대충 1리터는 되려나? 2시간 반 노력의 결과가 고작 이만큼이라고 생각하니 허탈하다. 그렇지만 Ama가 건강을 회복하시는 데 티끌만 한 도움이 된다면 매일이라도 끓일 수 있다. 소고기 육수 내기 프로라도 될 수 있다.
더드로잉핸드 The Drawing Hand
그림 그리는 삶.
현재 스페인에서 새로운 일상을 만드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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