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게 돈을 쓰는 게 아까운 건, 나에게 사랑을 주는 게 아깝다는 것
나는 나에게 쓰는 돈을 매우 아까워했다. 커피 한잔 사 먹는 것도 돈이 아까워 고민했고, 내 옷을 살 때도 가격 비교를 엄청 하고 며칠 몇 날을 고민하다가는 결국 옷을 사지 않았다. 먹는 것도 무조건 싼 것 위주로 골랐고, 먹고 사는 데에 꼭 필요하지 않은 건 돈 낭비라고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집에서는 절약을 매우 강조했다. 군것질할 용돈 한번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고, 옷이며 물건이며, 남들은 좋고 튼튼하고 멋진 것을 사서 잘도 쓰는데, 우리 집은 누구한테 얻은 것, 혹은 너무 작고 낡은 것들을 쓰곤 했다. 제발 새것을 사달라고 하면, 괜찮고 쓸만한데 뭐하러 사냐며 절대 사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 너무 아이러니하게도, 엄마는 자신과 가족이 쓸 것들은 그렇게 싸고 낡은 것만 썼지만, 친인척이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는 거금을 척척 내고, 비싸고 좋은 것들을 잘도 사 주었다. 커서 보니, 나도 평소 비싸서 생각조차 안 한 물건들을 친구나 지인들을 위해 선물하고, 그렇게 돈을 써도 아깝다고 생각하질 못 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웃긴데, 나를 위해서는 단돈 5천 원을 쓰는 것도 고민하고 벌벌 떨면서, 남을 위해서는 돈 5만 원을 쓰는 것이 너무 쉬웠다.
어떻게 보면 나에게 제일 소중한 대상은 나일 텐데, 나에게는 그렇게 구두쇠처럼 굴면서 남에게는 그렇게 돈을 쓰고 베풀 수 있을까? 세상 사람이 보기엔, 그런 모습들이 희생적이고 아낌없이 베풀며 나눔을 잘하는 걸로 보이고, 좋은 사람으로 비칠 것이다. 그리고 지금껏 항상 아버지는 어머니를 추켜세우며 '너희 엄마가 그렇게 남들에게 잘 베풀고 잘 나눠주고 했기 때문에 이렇게 돌려받는 것이다. 다 네 엄마 덕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한때는 그게 맞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게 맞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분석을 받고 나를 알게 되면서, 나와 가족에겐 그렇게 지독하게 아끼면서 남에게는 아낌없이 퍼준다는 것이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을 너무나 보잘것 없이 느끼기 때문에 자기 것도 안 쓰고 모아서 남들에게 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바로, "나라는 사람은 너무 못났기 때문에 아무도 날 봐주지 않아. 난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 그러니까 내가 먹을 것, 쓸 것, 다 아껴서 남들에게 퍼줘야지. 그러면 그 사람들이 고마워서 날 봐주고 사랑해 줄 거야." 이런 역동이 마음에 자리 잡고 있던 것이었다.
분석을 1여 년을 받은 후, 아마 분석가가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과정을 통해 내 마음의 힘도 생기고, 나라는 사람이 꽤 괜찮다는 생각이 조금씩 자라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 변화를 확실히 느꼈던 건, 롯데타워에 가족끼리 놀러를 갔을 때였다. 평소 가족끼리 외출해서 커피나 간식거리를 사 먹을 땐, 그 돈이 아깝게 느껴졌고, 항상 '커피를 챙겨 올 걸, 그럼 거피 값을 아낄 수 있었을 텐데.' 이런 생각으로 아쉬움을 느끼곤 했다. 그런데 그날따라, 롯데타워의 120층의 풍경을 보면서 돈이 아까워 커피를 사 먹을까 말까 고민하는 나 자신이 너무 어이없게 느껴졌다. 이 높은 곳에서 서울의 전경을 내려다보며, 커피를 마시며 느끼는 여유, 그리고 가족과의 이야기, 행복감, 그리고 추억을 단돈 5000원 때문에 고민하다니! 그 순간 5000원짜리 커피 한잔은 단순히 5000원 만의 가치가 있는 게 아니었다.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의미 있는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버는 돈과 규모에 비해 너무 과도하게 쓰는 것도, 날 위해 너무 아끼는 것과 매 한 가지이다. 너무 과한 소비를 하게 되는 건, 바로 자기 자신이 공허하고 의미 없게 느껴지기 것과 연관 있기 때문이다. 내 주머니 사정에 맞게, 그리고 경우에 맞게, 나에게 아낌없이 돈을 쓰는 것, 그건 나를 균형 있게 사랑하는 나의 모습을 반영하는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