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좇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그리고 나를 위한 위로
6-7년 전, 개그맨 박명수가 라디오스타에 나왔었는데, 그때 내용을 짤로 만들어 놓은 걸 본 적이 있다. 당시 거성 박명수라며 본인이 메인 MC인 방송을 몇 개 했다가 얼마 안 가서 다 폐지되고 일이 잘 안 풀리던 시기였다. 역시 독설 김구라 선생이 박명수의 위기 상황을 꼬집고 유재석한테 묻어간다며 독설을 날리는데, 박명수는 의연했다. 바로 대응하지 않고 오히려 '유재석 파이팅!' 이라며 웃음을 주고, 자신은 데뷔 초 개그 프로그램에서 혼자 이름이 빠진 적부터 해서 이런 경험이 숱하게 많았다며, 이럴 땐 책을 보고 운동도 하고 준비를 하고 기다리며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꽤 많은 고비를 거친, 그래서 잔뼈 굵은 프로 개그맨의 생존기를 느끼게 하는 말이었다.
사설상담기관에서 일하는 나도 프리랜서며, 박명수와 똑같은 입장이다.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서라면 공공기관이나 기업체 쪽으로 취직할 수도 있었는데,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좇다 보니 조그마한 사설기관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게 되었다. 벌써 프리랜서 생활을 5년 차. 그 5년 동안에도 두 번 정도 위기가 있었다. 그때마다 상당한 스트레스였고, 여기 말고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나 고민도 하고. 나의 실력이 부족한 게 아닐까 싶어서 열심히 공부하고 꾸준히 슈퍼비전을 받고. 그렇게 몇 달이 지나면 다시 일이 늘어나고 좀 나아지는 경험을 겪었다.
역시 이번에도 일이 없어 쉬는 시간들이 이어지고 있다. 경험이 있어도 위태로움을 느끼는 건 매 한 가지다. 의연함을 가지기 어렵다. 그래서일까? 라디오 스타의 박명수가 한 말이 생각한다. 프로 개그맨의 생존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말들. 이 시기에 나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며 준비를 하고 기다리라는 말.
평소의 나를 생각해보면 항상 내가 원하는 모습과 현실의 차이로 인해 불만스럽고 불안했다. 육아도 해야 하니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없다는 생각. 지금 밖에서 열심히 일하는 동기들이 부럽다는 생각.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 일이 적은 걸까? 이런 생각. 오만가지 의심, 염려, 비난의 생각이 머릿속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런 부정적인 생각 중에 맞는 것도 있을 것이고, 내게 도움이 되게끔 채찍질하는 말도 있겠지만, 그래도 항상 내 마음은 어디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해 떠 다니는 돛단배처럼 불안하고 초조하기 마련이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현재를 살지 못했다. 지금은 적극적으로 뭔가를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그래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몇 가지 정도뿐이다. 그런데 나는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기보다는 지금 이 상황을 답답해했고,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를 미래의 영광을 상상하며 혼자 자위하는 그런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지금 당장 눈에 띄는 성장할 수 없는, 그러니까 오랜 시간을 거쳐 숙성이 되어야 빛을 발하는 것인데 20, 30년 뒤의 영광을 지금 당장 누리고자 욕심을 부리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생각한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오래오래 일을 할 것이기에, 지금 당장 욕심을 부리지 말자고. 오래오래 일할 수 있게 버티는 힘을 기르자고. 그래서 잠도 일찍 자고, 밥도 열심히 챙겨 먹는다. 하루 1시간씩 산책을 한다. 그리고 책을 읽는다. 브런치에도 열심히 글을 쓴다. 아이들을 위한 요리도 열심히 한다. 집도 깨끗하게 청소한다. 환자를 더 잘 이해하려고 차트도 다시 공부해보고, 관련 서적도 읽는다. 나는 오늘만 사는 것이 아니니까. 정말 나의 미래를 위한다면, 진짜 오늘을 열심히 사는 것이 정말 미래의 영광을 볼 수 있는 정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