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부모인 나를 돌보세요.
요즘 육아책이 정말 많다. 주변의 지인, 선배, 은사님들도 육아책 한 권 정도는 다들 출판했다. 다들 책을 쓰면 열에 아홉은 육아책을 내는 것 같다. 아마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심리학자로서 몸소 느끼는 바가 많다 보니 심리학적 지식과 결부시켜 글을 쓰기가 쉬워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어쩌면 출판업계의 환영(?) 그러니까 책이 잘 팔리는 주제일 수도 있고.
나도 아이를 키우면서 이분, 저분의 육아서를 읽었다. 근데 좀 뭐랄까...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육아서를 보기가 싫어졌다. 더 솔직히 말하면 보기가 힘들었다는 게 맞겠다. 사실 지금 심리학자의 육아서는 오랜 세월 아이를 키워오신 어르신의 육아 지혜가 담겨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이런 지혜는 비 심리학자인 사람들의 일기, 체험담에 더 많이 담겨있다고 본다. 심리학자의 육아서는 아무래도 아동발달, 정신분석, 행동주의 등의 이론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이론에 본인의 치료 경험이나 육아 경험을 덧붙여 쓴 글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일까? 나는 읽으면서 '음.. 나도 다 알지만, 그게 어렵네.' '나도 부모상담 때 이런 말을 하곤 했지. 근데 실제로는 잘 안 되네.' 이런 생각들. 그리고 읽고 나서 작심삼일이 되기 일쑤였다. 아는데 실천이 되지 않는 현실, 이 표리 부동한 현실 때문에 육아서를 읽으면 읽을수록 너무 불편해졌다. 그리고 책의 내용도 '화내지 않고 아이를 키우기'와 같이 부모는 보통 사람과는 다른 제3의 존재처럼 화도 안 내고 항상 따뜻하고 부드러운 존재가 되어야 좋은 부모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아니, 어떻게 아이를 키우면서 화가 안 날 수 있지? 화를 안 낼 수 있나? 오히려 화를 적게 내는 법, 화를 내더라도 그 후에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뭐 이런 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육아서는 점점 내가 될 수 없는 이상향을 알려주는 것 같았고,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그 이상향과는 멀어지는 것 같아서 너무 괴로웠고, 육아서를 읽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중요한 건, 나도 알고 있는 내용이라 더 괴로웠다. 게다가 책을 읽어도 며칠 가지 않아 예전과 똑같아졌다. 나는 작심삼일이 되는 이 현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왜 머리로는 잘 알면서 실천이 안 되는가? 실천하는 나 자신이 중요한 게 아닐까? 엄마로서 나는 어떤 사람이기에 이렇게 육아서의 이론을 잘 알면서도 실천이 어려운가?
사실 육아서는 skill이다. 스킬은 그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 skill을 활용하는 사람과 skill을 적용할 상황이 더 중요하다. 생각해보라. 아무리 날카롭고 대단한 칼을 가지고 있더라고 누가 그 칼을 휘두르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위대한 무술인이 쓴다면 수백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지만 나 같은 평범한 아줌마가 쓴다면 요리에 들어갈 무만 썰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나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는 존재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싶다. 육아의 방식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육아 skill을 잘 쓸 수 있도록 엄마/아빠의 역량과 마음의 힘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가, 내가 아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 마음의 그릇은 어느 정도인가를 알고, 그리고 그 마음의 그릇을 키워서 내 아이를 온건히 품어 안을 수 있다면, 그때서야 진짜 육아서의 skill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엄마, 아빠에게 말하고 싶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면 육아책은 덮어두세요. 그리고 육아서를 살 돈으로, 육아서를 볼 시간에, 나를 위해 맛있는 것 사 먹고 잘 자고 운동도 하고요. 그리고 여력이 되면 꼭 심리상담을 받으셔서, 자신의 한계, 자기 마음의 모양새를 아는 시간을 가지길 바랍니다. 분명 상담을 통해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만큼 내 자녀도 이해하고 포용할 힘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그때 육아서를 읽고 내 아이를 키운다면 더욱 현명하고 신뢰 로운 부모이자 한 사람으로 성장해 계실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