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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안나 신 Oct 31. 2020

성과 평가 뿌시기

평가 시즌, 더 이상 어렵고 두려워하지 말자! 이기는 성과 평가의 법칙

스타트업에서 일반 기업으로 이직을 한 뒤 적응이 가장 어려웠던 건 바로 성과평가다. 경우에 따라 대표와 바로 결판을 볼 수 있는 스타트업과 달리, 기업에서는 보상 체계가 정해진 규율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된다. 그래서 성과평가 시즌에 정신줄을 놓고 있다가는 실적이 아무리 좋다 한들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고 전체적으로 실적이 저조한 시기에는 오히려 남의 잘못이나 책임을 뒤집어쓸 수도 있다.


평소 정말 느긋하게 일하는 동료조차도 '성과평가는 내가 회사에서 느긋하게 여기지 않는 유일한 것'이라 표현할 만큼 성과평가는 정말 중요하다. 그렇지만 평가 프레임워크와 방식에 따라 자칫 귀찮고 헷갈리게 느껴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지금 내가 있는 회사는 직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KPI 뿐 아니라 회사의 이념에 기반한 역량 평가도 따로 진행하는데, 여러 개의 이념이 그 하위에 있는 여러 개의 품행으로 나눠져서 평가되는 관계로 첫 평가를 진행할 당시 정말 애를 먹었다.




성과평가에 벼락치기란 없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너무나 바쁜 일상을 보낸다. 오늘이 며칠인지도 잊은 채 닥치는 대로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면 어느덧 성과평가 시즌이 되기 마련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일 날짜를 세며 항시적으로 준비하기는 어려운데, 그래도 평가 사이클 초기에 KPI와 평가 프레임워크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인사팀에서 주는 문서를 꼼꼼히 검토한 후, 불확실하게 기술된 부분은 설명을 요구하고 (모두 되도록이면 수치화) 직무 범위에서 벗어나거나 현실적으로 달성이 불가한 부분은 추가 협의를 통해 대체할 것. 따로 받은 문서가 없다면 직속 상사나 관할 부서와 논의하여 상호 동의 하에 관련 사항을 문서화해두는 것이 좋다.


나는 분기에 한 번 씩 성과평가 기준을 중심으로 자체적 미니 평가를 진행한다. 주요 지표와 관련된 보고는 매주 하기에 어느 정도 감으로 알 수 있지만, 부수 지표나 지표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기타 프로젝트는 놓치기 쉽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돌아보고 다잡는 습관이 필요하다. 중요한 프로젝트와 마일스톤은 주기적으로 기록하는 편이다. 내가 한 일은 내가 챙겨서 칭찬받아야 한다. 그 누구도 대신 기억해 주지 않는다.


목표는 100%가 아니라 적어도 100%

예전에 두 직급 위의 상사, 즉 매니저의 매니저와 하는 'skip-level' 미팅 중에 이사님으로부터 이런 조언을 들었다. 내가 지금 하는 일만 잘해서는 위로 올라갈 수 없다고. 내 매니저가 하는 일을 나 혼자서도 잘 해낼 만큼 성장해야 매니저의 승진이나 공석에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성장하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100%는 내가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일 뿐이다.


그렇다면 100%도 달성 못했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때론 개인보다 더 큰 무언가가 개인의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 19가 한 예이다. 여행 산업이 세계적으로 대공황기를 겪으며 올해 여행 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전제로 한 내 KPI 또한 큰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분명 그 누구도 개인적 열심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이 것이 부진한 실적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 와중에도 상승 곡선을 그릴 수 있는 지표를 찾아 집중하자. 여행 산업이 주를 이뤘던 전체 매출은 분명 작년 대비 하락했지만, 여행 이외의 산업은 어떤 노력을 통해 얼마나 큰 성장을 보였는가? 우리가 미래에 지금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 이유와 방법은?


네네는 노노. 질문하고 어필하라

내가 지금까지 몸담았던 모든 기업에서는 자기 평가가 필수였다. 나는 처음엔 이 자기 평가가 왠지 모르게 어색하고 오그라들었는데, 아마 내가 자라온 자랑보다는 겸손을 미덕으로 여기는 동양권 문화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가 봐도 분명 잘한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나 자신에게 최고점을 매기며 '제가 이렇게나 많은 일을 통해 이렇게나 큰 성과를 냈습니다. 또한 저는 일 이외의 다른 면에서도 이 회사에 부합한 인재이니 지대한 칭찬과 월급 인상을 받아 마땅합니다!'라고 스스럼없이 말해도 되나 싶었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겪어보니 그래도 된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외국에서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다는 식의 표현은 나를 겸손하고 배려하는 '된사람'으로 만들어주지 않는다. 오히려 정말 아무것도 안 한 무임승차객으로 만든다. 특히나 자기 PR에는 타고난 재능을 지닌 서양권 동료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도 내가 주도한 성과와 조금이라도 기여한 성과 모두, 야무지게 챙겨서 열심히 떠벌리고 자랑해야 한다.


윗선에서 내려오는 평가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해서도 안된다. 이 평가가 부정적일 경우에는 더더욱. 성과평가는 일방적으로 평가를 받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보는 나와 평가관이 보는 나를 이해하고 만약 차이가 있다면 조율해야 하는 상호 협의의 시간이다.

 



성과평가의 끝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새로운 사이클의 시작에 앞서 달성 가능한 일적인 목표를 명확히 세우는 것은 물론 중요한 작업이지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회사에서 목표하는 성과는 모두 회사를 위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작년부터 나를 위한 별개의 목표를 세우기 시작했는데 (예: 연봉 얼마까지 올리기, 승진하기, 내부 인맥 넓히기, 리더십 키우기) 이런 개인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더 많은 성취감을 안겨준다. 주인의식을 갖고 일한다고 해서 이 회사가 정말 내 것인 건 아니고 이 회사에서 성취한 것들은 퇴사와 동시에 사라지지만 개인적 성취는 그렇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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