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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안나 신 Oct 28. 2020

회사라는 전쟁터에서
주도권을 갖고 일하는 법

나만 바쁜 건 기분 탓이 아니라 끌려다닌 탓! 잃어버린 주도권을 찾자

지난 6년간 다른 나라 출신의 동료들과 함께 일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 중 하나는 잇속을 잘 챙기는 친구들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본인이 하기에 귀찮거나 성과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은 재빨리 '위임'하고, 본인이 별로 기여한 바 없는 일도 잘 풀리면 어떻게 해서든 숟가락을 얹어 생색을 낸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어딜 가나 있는 유형의 사람이긴 하지만, 개인주의적 성향이 높은 외국 문화 특성상 이런 사람의 비율이 한국에 비해 월등히 높고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일도 별로 안 하는데 윗선에서 인정받는 이런 친구들이 얍삽하게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은 팀원 간의 조화를 해치지 않는 한 이런 업무 스타일이 나쁜 것은 아니며 오히려 배워야 할 점이라 생각한다. 스스로 강단 있게 내 일을 정의하고 업무량을 조절하지 않으면 쓸데없이 남의 뒤치다꺼리를 해주는 데 시간을 빼앗길 수 있고, 내가 내 성과를 보호하고 자랑하지 않으면 잘한 일에 대한 공은 남이 가져가고 실패한 일에 대한 책임만 뒤집어쓸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걸 왜 해야 하지?

업무를 하다 보면 내가 해야겠다고 계획 세운 일 외에도 고객이나 동료, 상사 등 다른 사람이 요청하는 일도 많다. 담당 업무와 소속 조직의 성격에 따라 후자의 비율이 더 높을 수도 있는데, 글로벌 제휴 네트워크에서 제휴 파트너를 담당하고 있는 지금의 내가 그렇다.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하는 파트너 지원 업무 외에도 영업팀, 고객지원팀 등의 타 부서부터 외부 고객사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하루에도 수십 통의 이메일을 통해 도움을 요청한다. 


첫 몇 달 간은 무엇이든 요청이 오면 별생각 없이 다 해주었는데, 그러다 보니 나는 늘 너무 바빴고 지쳐 있었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내 업무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니 그동안 내 진을 빠지게 했던 업무 중 대부분은 1) 다른 사람 소관이거나 남이 더 잘해서 내가 안 해도 되는 일 2) 반복적이고 수동적인 일 3) 내 역할이 미미하거나 불필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업무 요청이 오면 습관처럼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내가 이걸 왜 해야 하지? 내 성과에 도움이 되나? 다른 사람 또는 도구나 프로그램이 할 수 있는 일인가?


생각해보면 나에게 오는 모든 일에 대해 주인 의식이나 책임감을 가져야 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회사에서 나보다 더 중요한 직책을 가지고 있는 상사나 경영진을 잘 관찰해보면 그들 또한 남에게 토스하거나 쳐내는 일이 더 많다. 내가 진정으로 집중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한정적인 시간과 에너지를 그것에 쏟을 줄 알아야 번아웃 없이 성공할 수 있다.


업무 기한, 이젠 묻지 말고 통보하자

협업에 있어 업무 기한의 중요성은 누구나 잘 알고 있겠지만, 막상 일을 하다 보면 업무 기한이 특별히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 예전에는 이럴 때 "When do you need this by? (이거 언제까지 드리면 돼요?"라고 묻곤 했는데, 사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일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어 하기 때문에 남이 정해주는 기한에 끌려다니다 보면 업무가 몰릴 땐 기한을 제대로 맞춰주지 못하거나 야근 등 추가 업무를 통해 무리해서 맞춰줘야 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한다.


그러니 누가 됐든 간에 특별히 언제까지 해달라는 말이 없으면 나의 현재 업무량과 계획에 기반하여 현실적인 기한을 먼저 알려주자. 이때 기한은 꼭 특정 날짜일 필요가 없으며, 비교적 모호하게 표현할 경우 업무에 더 큰 유동성을 가질 수 있다. (예: early next week,  by the end of the next week, some time next week) 단, 관계 유지를 위해 정말 급하게 필요할 경우 재고해 줄 수도 있다는 여지는 남겨둘 것.


노티피케이션으로부터의 자유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일하면 연락이 정말 시도 때도 없이 온다. 영국이나 유럽 쪽에서는 내가 퇴근할 때쯤부터 시작해서 저녁 시간까지, 미국과 캐나다는 내가 잠들 때쯤부터 시작해서 새벽 시간까지 가장 활발히 일한다. 한 시간이지만 한국과 일본도 시차가 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업무를 시작하기 전인 아침 시간에 연락을 많이 받는다. 


평소 업무 외 시간에 받는 연락에 대해 항상 바로 액션을 취하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확인은 바로바로 하는 편이었는데,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이메일을 받다 보니 무음이나 진동으로 해놔도 시간을 확인할 때마다 노티피케이션 센터에서 볼 수밖에 없는 배너 알림이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였다. 업무 외 시간에 오는 이메일의 프리뷰를 무의식적으로 읽고 이에 대해 자꾸 생각하다 보니 일을 안 하는데도 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느낌이었고, 특히나 자기 전이나 자다가 본 이메일은 자꾸만 머릿속에서 맴돌아서 잠을 설치거나 결국 답장을 하고 다시 잠들곤 했다.


그래서 얼마 전 업무 관련 앱의 휴대폰 알림을 모두 껐다. 알림에 의해 반 강제적으로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기 시작하니 업무 외 시간은 완벽히 자유로운 시간이 되었고 스트레스가 확연히 줄었다. 만약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음에도 노티피케이션을 끄는 것이 망설여지는 이들이 있다면, 예전에 호주에 있는 내 동료가 자신은 휴대폰에 업무 관련 앱이 하나도 없다며 했던 이 말을 곱씹어 보라. "I don't get paid enough for that. (난 그만큼 월급을 많이 받지 않아.)"




항상 좋은 게 좋은 건 아니다. 물론 맞춰주고 배려하는 것도 업무 관계에 있어 매우 중요하지만, 내 성과, 내 업무량, 그리고 내 개인 시간을 나 자신이 먼저 챙기지 않으면 아무런 이유도 이득도 없이 바쁜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니 항상 왠지 모르게 나만 바쁘고 힘든 것 같다면, 조금만 더 이기적으로 내 실속을 챙겨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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