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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 현 Mar 20. 2022

다시 통영!

     

통영은 늘 그리운 곳이다. 푸르고 슬픈 색의 바다와 연극 연출을 한 친구가 키우는 개와 고양이들이 그립고, 다찌에서 마냥 나오는 해산물 요리가 언제나 날 부르고 있다.

     

감사하게도 이 시국에 두 달이 넘도록 매일 수업을 했다. 외고 입학 전이거나 일반고 일본어 선택인 학생들 강의였다. 몇십 년 동안 해 온 일이지만 새해를 시작할 때 만나는 아이들이 길게는 3년 짧게는 1, 2년을 만나게 되고 내 생활도 책임져 주는 만큼 열과 성을 다해야 한다. 어느 때보다! 다행하게도 올해 만난 학생들은 다 영리하고 가르치는 보람을 느끼게 해 주고 인성도 좋다. 학생들의 인성이 좋다는 건, 어머니들이 훌륭하다는 이야기다. 덕분에 감동받은 일도 많고 즐거운 시간이었으나 그래도 사람인지라 지치고 만다. 이젠 늙었는지 방학이 끝나고 하루가 지나도 떠날 마음조차 나지 않았다.

   

희한하게 이틀 정도 쉬니 엉덩이가 들썩거리기 시작한다. 여기저기 사이트를 들락거리게 되고 스케줄 조정을 하고 있다. 지난번이 혼자였으니 혹시 같이 갈 사람이 있을지 물어보게 된다. 제주도와 통영을 놓고 고민했다. 제주도 비행기 요금도 저렴했다. 되도록 이번 여행은 운전을  하고 싶지 않았다. 제주도도 가면 렌터카를 해야 하니 운전을 할 수밖에 없다. 역시 다시 통영으로 마음이 간다. 친구 개(엘리자벳)도 산책시켜 줘야 하고 우리 아가들 엄마와 할머니도 만나고 싶다. 작년에 입양한 고양이 두 마리의 탄생의 장소에 와서 감사의 인사를 두루 해야 할 것도 같았다. 고등학교 때 친구가 동행하기로 했다. 서둘러 통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한다. 벌써 3번째 방문이다. 한국의 어떤 호텔보다 깨끗함이 있는 곳이다.

     

여행은 가서 보다 가기 전이 설레고 신이 난다. 무엇보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 앉아 책도 읽고 이런 별 볼 일 없는 글도 쓰고 싶다. 4월 22일에 내는 드라마 공모전도 욕심내 보고도 싶다. 통영을 주제로 한 치정 멜로는 어떨까! 어떤 책과 동행할까 고심하다 웹소설 성공 매뉴얼을 담은 책으로 결정했다. 통 게스트 앞이 바로 「봄날의 책방」이라 좋은 책을 사서 읽어도 된다. 친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와 날씨 이야기를 한다. 계속 비가 올 거라고... 일본어에는 하레 온나(晴れ女), 아메 온나(雨女)라는 말이 있다. 어디 가면 꼭 맑은 사람과 꼭 비가 오는 사람을 말한다. 난 다행히 하레 온나 쪽이라고 친구를 안심시켰으나 믿지 않는 눈치다. 그러나 난 믿음이 있다. 착하게 살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돈이나 명예는 아니더라도 날씨라도 은혜받기를 원한다.

    

출발 전날 비가 내리고 쌀쌀해졌다. 늘 당일에 짐을 싸는데 이번에는 전날부터 트렁크를 찾아 방 정리 겸 짐을 꾸렸다. 어딜 가려면 준비가 많다. 이제는 챙겨할 식구가 늘어서 더 일이 많다. 청소도 해야 하고 장도 봐 놓고 음식도 준비해 놔야 한다. 축 처져 있던 몸과 마음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여행의 덕분이다. 겨울옷 정리도 일사천리로 했다.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며 일주일 걸려서 할 일을 하루 만에 다 끝냈다. 통영행을 결정하고 이틀 동안 많은 집안 일를 했다. 없던 힘도 나고 제한적인 시간이라 쉴 틈이 없다. 그 와중에 밀린 보강도 있었다.  

    

드디어 출발일이다. 새벽 2시가 넘어 잠이 들고 오랜만에 알람의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깬다. 6시! 8시의 고속버스를 미리 예매한 상태다. 날씨는 흐리다. 호언장담이 무너지고 마는 걸까? 통영 친구에게 가져다줄 것이 있다는 핑계로 택시를 타고 고속 터미널까지 가려고 계획했다. 집에서 터미널까지 차가 밀리지 않으면 20분 거리이다. 오랜만에 택시 어플을 켜 보니 업 데이터에 시간이 걸렸다. 기다리다 그냥 무작정 집을 나선다.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서 간다. 친구도 차가 막혀 늦을지도 모른다는 전화에 8시 버스를 취소했다. 결국 둘 다 늦지 않아 친구가 8시 버스표를 다시 산다. 7천 원이라는 수수료를 떼이게 되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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